[가리사니] 민주당, ‘강서의 저주’에 걸렸나
반복하면서도 '총선 200석'
운운하는 것 이해하기 힘들어
정부·여당과 민생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세 번의 펀치를 연달아 맞았다. 의대 정원 확대와 김포 서울 편입(‘메가 서울’), 의원 정수 축소·세비 삭감 등을 골자로 한 국민의힘 혁신안까지 총 3연타다. 우리도 의대 정원을 늘리려 했었다는 둥, 부산·울산·경남에서 ‘메가시티’를 주장해 왔었다는 둥 반응만 봐도 민주당이 이슈 선점에서 밀린 것을 알 수 있다.
메가 서울을 놓고 민주당이 “포퓰리즘”이라고 맹비난하는 데 대해서도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포퓰리즘이라는 말을 듣는 게 얼마만이냐”는 반응이 나온다. 포퓰리즘이 좋은 건 아니지만 지금껏 어떤 이슈도 주도하지 못하던 국민의힘이 메가 서울이라는 새로운 어젠다로 주목받는 데 성공했고, 이를 뒤따라가는 민주당이 포퓰리즘이라고 깎아내리는 형국인 건 분명해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2호 혁신안을 발표하면서도 민주당의 뼈를 때렸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의원 정수 10% 축소를 혁신안에 넣은 것과 관련해 “김남국 의원 등 일하지 않는 모습을 봤을 때 10% 감축해도 국회가 돌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을 배출한 민주당으로선 방어가 쉽지 않다. 민주당은 의원 정수 축소와 세비 삭감에 관해선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연일 정부·여당에 한 발씩 뒤처지는 데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배경에 있는 건 아닌지 추측해본다. 선거 전부터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이기면 오히려 독이 될 것”이란 예상이 계속 나왔는데 그 ‘승자의 저주’를 이겨내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다. 민주당은 선거 이후 계속 정체 상태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정부·여당에 요구한 내용을 보면 뭐 하나 새로운 것 없이 죄다 ‘재탕’이다. 이재명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자마자 처음 제안한 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수차례 거부된 영수회담이었다. 이 대표가 촉구한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 쇄신은 이 대표가 단식에 들어갈 때부터 얘기했던 것이다.
정책 측면에서도 민주당은 앞서 묻어뒀던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을 또다시 꺼내들었다. 전략도 이전과 똑같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예상하고 밀어붙여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부각하는 것이다. 연구·개발(R&D) 예산 복원도 중요한 건 맞지만 새롭지는 않다. 오히려 메가 서울을 띄운 국민의힘 덕분에(?) 민주당은 ‘5호선 연장 예산’을 신규로 발굴할 수 있었다.
야당의 무대라 불리는 국회 국정감사에선 자녀 학폭 논란으로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을 낙마시킨 것 외에 딱히 보여준 게 없었다. 양평고속도로 같은 중요 현안은 관련 상임위원회 간 공동 대응 한다더니 그럴 만한 대형 이슈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한 정치학 교수는 “이미 수도권 민심이 자기들한테 있다고 생각하고 더 치열하게 안 한 면도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민주당에선 ‘총선 200석’ 같은 한가한 소리가 나온다. “내년 총선에 우리 당의 최대 목표는 (국민의힘을) 100석 이하로 최대한 내리는 거다”(이탄희 의원), “수도권을 석권하면 200석 못 하리라는 법도 없다”(정동영 상임고문). 당장 정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압도하는 것도 아니면서 무슨 근거로 200석을 운운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가 진교훈 후보 ‘낙하산 공천’에 여타 후보들이 크게 반발하지 않아 표 분산 없이 운 좋게 치러진 케이스이지 내년 총선도 이럴 것이란 보장은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명계 중 본인 지역구에서 상당한 지지율을 기록하는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하면 가만히 있겠느냐”며 야권 분열을 우려했다.
강서구청장 선거 직후 이 대표는 “민주당의 승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때 집권당이던 민주당의 ‘안일했음과 더 치열하지 못했음과 여전히 부족함’을 다시 한번 성찰한다”고 몸을 낮췄다. 민주당은 ‘강서의 저주’에 빠지지 않도록 그때 스스로 내렸던 평가가 지금도 유효한지 되짚어봐야 한다.
김영선 정치부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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