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숙한다더니… 충북도의회 10개월 만에 해외연수 재개

12월 보육정책 등 정책테마 연수
전체 의원 35명 중 22명이 참여
북유럽·독일·이탈리아 등으로 떠나

충북도의회가 해외연수 중 일탈행위로 자숙을 선언한 지 불과 10개월 만에 해외 연수를 재개한다. 올해 연수를 떠나지 못하면 이미 편성된 국외출장 예산을 모두 반납해야한다는 이유에서다.

도의회는 오는 12월에 보육정책, 지방자치 탐구 등 정책테마 연수를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올해 처음 선보인 정책테마 연수는 상임위원회별로 운영하던 기존의 해외연수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주제를 정한 뒤 희망 의원 신청을 받아 팀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전체 의원 35명 중 22명이 참여한다. 올해 이미 해외연수에 참여했던 의원 7명과 개인사정 등을 이유로 6명이 불참한다.

보육정책 연수는 의원 8명이 다음 달 14일부터 22일까지 6박 9일간 북유럽 국가의 저출생 대응 및 유치원·보육 통합 정책 탐구를 주제로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를 방문한다. 주요 방문기관은 핀란드 공공의료기관, 헬싱키 시청, 스웨덴 사회보험청과 청소년센터·초등학교, 덴마크 대안학교 등이다.

지방자치 연수는 지방자치 혁신과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선진사례 탐구를 주제로 독일, 이탈리아로 떠난다. 의원 14명이 다음 달 13일부터 20일까지 6박 8일간 독일 신재생에너지 마을과 유기농농장, 이탈리아 농업협동조합과 치유농장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의원 1인당 연수 비용은 자부담 100만~150만원을 포함해 600만원 정도다.

도의회가 올해 편성한 해외연수 비용은 1억3400만원이다. 해외연수를 포기하면 예산이 불용 처리되고, 반납된 예산은 내년 사업에 쓰일 수 있었다. 결국 불참 의원 6명 몫만 불용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의회는 지난 2월 해외연수 중 A도의원의 항공기 내 음주 추태 의혹이 제기돼 올해 모든 상임위의 해외연수 일정을 취소했다. A의원은 출석정지 30일 징계 처분을 받았다. 당시 도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의회 차원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도민들에게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도의회의 이 같은 계획에 일각에서는 충분한 자숙과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육정책 연수 단장을 맡은 박봉순 도의원은 “해외 우수 사례를 도정에 하루라도 빨리 접목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정책테마 연수에 반대한 의원들은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올해 해외연수 예산을 반납하고 충분히 자성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도의회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도민의 세금을 어떻게든 쓰겠다는 꼼수”이라고 지적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