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넣어도 좋은 맛 내고, 썩기보단 발효되는 ‘장’ 같은 삶 살자
가수 노사연의 노래 ‘바램’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똑같은 시간을 맞아도 어떤 것은 썩고, 어떤 것은 숙성된다. 잘 익은 김치나 포도주는 익어감의 가치를 증명한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과천 청계산 자락에 자리한 과천소망교회(장현승 목사)는 ‘발효하고 숙성하는 신앙’을 강조하며 교인들과 함께 행복한 목회를 일궈가고 있다.
세워진 지 57년 된 지역의 터줏대감 같은 이 교회는 해가 더해질수록 익어감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실제 이 교회에서는 사시사철 발효가 진행된다. 해마다 3월이면 교인들이 직접 장을 담그며 익어감의 신비를 체험한다. 이름하여 ‘만나된장’이다. 교회가 자랑하는 장맛을 보러 지난 1일 과천소망교회를 다녀왔다. 2만 7000㎡ 대지에 조성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치유 공간을 장현승 과천소망교회 목사와 함께 걸으며 익어가는 교회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과천소망교회 마당 한구석에는 정겨운 내음을 풍기는 장독대가 있다. 농구코트 두 개 정도 되는 공간에 가지런히 놓인 수백 개의 항아리가 장관을 연출한다. 철제 울타리가 장독대를 빙 둘러싸고 있어서 아무나 드나들 수 없다. ‘CCTV가 24시간 촬영 중’이라는 삼엄한 메시지도 적혀 있다. 그만큼 귀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뜻이다.
개인이 만든 장도 있지만 대부분 공동체 단위로 만든 것들이다. 숙성을 마치면 공동체가 함께 장을 나눈다. 남은 장은 예쁜 병에 담아서 소중한 사람에게 전해진다. 워낙 좋은 재료로 정성스럽게 담다 보니 금방 주변에 입소문이 났다. 교회를 안 다니는 주민들도 장 담그는 일에 동참하고 싶다고 요청할 정도다.
이름은 만나된장이지만 간장도 함께 만든다. 장 목사는 “6월이면 ‘장 가르기’가 진행된다”며 “메주를 치대서 간장과 된장을 각 항아리에 옮겨 담는다”고 했다. 장 목사는 “먹거리이다 보니 안전을 위해 관련 특허를 가진 명인에게 기술을 전수 받았다”며 “여주 콩과 엄선된 소금으로 장을 담그고 있다”고 설명했다.
왜 하필 장일까. 장 목사는 “예수님이 한국분이셨다면 장 같은 삶을 살라고 하셨을 것”이라며 “어디에 넣어도 좋은 맛을 내는 사람, 썩기보다 발효되는 크리스천이 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만나된장은 시중에 파는 장보다 염도가 약간 높다. 장 목사는 “일정 정도 이상의 염도를 가져야 썩지 않는다”며 “짠맛을 잡겠다고 불순물을 넣으면 변해서 썩는다”고 했다. 이어 “이런 원리가 우리 신앙과 비슷하다”며 “편안함에 눈을 돌리면 신앙에는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만나된장은 교회가 내세우는 ‘행복밥상’ 사역과도 밀접하다. 행복밥상은 교회의 원형인 가족 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정한 날 정한 시간에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것이 핵심이다. 식사 후에는 예배를 드린다. 교회가 제공한 자료를 활용하면 신앙생활을 막 시작한 새신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장 목사는 “몸에 좋은 음식과 영혼에 좋은 말씀을 나누는 것이 행복밥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장독대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동물원은 과천소망교회 교인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사랑하는 공간이다. 처음에는 코로나 기간 갈 곳 없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구경거리로 거위 10마리를 들여놓았는데, 갈수록 종류가 많아졌다. 지금은 공작과 닭, 잉꼬 등 조류뿐 아니라 양과 사슴까지 동물 종류가 10가지가 넘고, 개체 수도 60마리까지 늘었다. 마음껏 만지고 먹이도 줄 수 있지만 무료다. 장 목사는 “어린이들에게 좋은 관찰의 현장이 되고 있다”며 “과천 지역 바깥에도 소문이 나면서 주중과 주말에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교회 곳곳에 배치된 3개의 캠핑카도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돼 있다. 모두 해외에서 직수입한 것들이다. 교회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장 목사는 “요즘 젊은 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자연에서 캠핑을 즐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회와의 접점을 만들고 싶어서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청계산 자락과 연결된 오솔길에는 곳곳에 물고기가 노니는 연못이 자리하고 있고 앉을 만한 그늘과 자리들이 넉넉하게 마련돼 있다.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아이들도 길을 걸으며 자연을 만끽한다.
교회의 다목적 공간인 로고스센터 1층에는 만나카페가 있다. 로고스센터와 만나카페에서는 지역 예술가와 협력해 예술 작품을 전시한다. 공연 장소로도 사용된다. 이달에는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전시가 진행된다. 상시 전시되는 세계 명화들은 ‘창조-타락-구원-성화’의 주제로 구성됐다. 한국대학생선교회가 주로 사용하는 ‘사영리 전도’를 녹여낸 것이다. 장 목사는 “문화적 접촉을 통해 품격 있게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지역사회와의 소통 창구로 로고스센터와 만나카페가 그 몫을 다 하고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과천=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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