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동원 (32·끝) 남은 인생, 순례길 걷다 그 길 종착점에서 주님 만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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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아하는 두 개 단어가 있다.
이때 품었던 생각과 꿈, 기도가 무려 50년 만에 경기도 가평군 필그림하우스 내에 있는 '천로역정 순례길'로 응답됐다.
이 순례길은 그저 구경하는 길이 아니다.
아마 필그림하우스에서 인생의 남은 시간을 순례자들과 함께 순례자로 길을 걷다 순례길의 종착점에서 주님을 만나게 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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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그림하우스 내에 ‘천로역정 순례길’
제일 좋아하는 두 개 단어가 있다. 하나는 ‘길’이고 또 다른 단어는 ‘순례’다. 제일 좋아하는 두 개의 복음 찬송 중 하나는 ‘나는 순례자’이고 또 다른 것은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성’이다. 지구촌교회에 있는 제자훈련의 단계별 훈련 과정은 모두 ‘길’이란 명칭이 붙어 있다. ‘새 생명의 길’ ‘새 가족의 길’ ‘새 공동체의 길’ ‘목장교회의 길’ ‘성경 교리의 길’ ‘구속사의 길’ ‘경건의 길’ ‘사역의 길’ ‘성경적 리더십의 길’ ‘세상 중보의 길’ ‘세상을 변화시키는 그리스도인의 길’ 등이다.
이처럼 지구촌교회의 성경공부는 ‘길 공부’라 할 수 있다. 제자를 목자로 키우고 궁극적으로 평신도 선교사로 키우는 것이 제자 훈련의 핵심이다. 예수를 믿고 따르는 사람은 모두 예수의 제자인 것이다. 예수의 제자라면 그들이 ‘목장 소그룹’에 들어가 맡겨진 양들을 섬기는 목자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제자는 목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파송된 가정과 직장, 더 나아가 다른 문화권에서도 복음화의 사명을 다하는 평신도 선교사의 길을 걷게 하는 것이 나의 목회 이유였고 소명이었다.
그래서 교회의 모든 훈련이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하신 길 되신 그분을 따르게 하는 것이다. 은퇴한 지금 한국교회 내에서 같은 비전을 수용하는 지도자들에게 이런 길을 소개하고 함께 그 길을 걷고자 한다.
20대 초 선교사님과 영어 성경공부를 했는데 어느 날 영어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천로역정(Pilgrim’s progress)’이었다. 대부분 고어 영어 문장들이었던 탓에 너무 어려웠다. 며칠 읽는 시도를 했지만 다섯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이렇게 포기하면 영어를 끝내지 못할 것 같아 다시 책을 들었다. 웹스터사전과 영한사전 등을 펴놓고 모르는 단어를 쓰다 보니 아는 단어보다 모르는 단어가 더 많았다.
힘든 도전을 계속하면서 4개월 반 만에 책 1권을 독파할 수 있었다. 너무 힘들어 읽어서 그런지 내용이 가슴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그때 이런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런 이야기의 내용을 공원처럼 만들어 천로역정의 길을 걷게 하면 구도자들에게 복음이 무엇인지, 신앙이 무엇이지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 텐데….’
이때 품었던 생각과 꿈, 기도가 무려 50년 만에 경기도 가평군 필그림하우스 내에 있는 ‘천로역정 순례길’로 응답됐다. 이 순례길은 그저 구경하는 길이 아니다. 40여개에 달하는 지점마다 메시지를 받고 기도하며 걷는 순례길이다. 10명 이상의 순례자들이 걸으면 곁에서 영적 가이드가 영성 훈련을 잘 안내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아마 필그림하우스에서 인생의 남은 시간을 순례자들과 함께 순례자로 길을 걷다 순례길의 종착점에서 주님을 만나게 될 것을 믿는다. 그때까지 그 길에서 이렇게 노래할 것이다.
“나는 순례자, 낯선 나라에 언젠가 집에 돌아가리. 어두운 세상 방황치 않고 예수와 함께 돌아가리.” 혹은 이 노래도 계속 읊조리게 될 것이다.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성, 그 거룩한 곳 아버지 집, 내 사모하는 집에 가고자 한밤을 새웠네.” 둘째 아들 범이 그곳으로 떠난 후 그곳은 내게 멀리 있지 않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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