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주의 시선] 검찰, 법원, 그리고 국민의 시간
검찰의 전력투구 시간은 1차적으로 지났다. 총선 전에 어떻게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일부 혐의에 대한 법원의 1심 판단이라도 받아보려는 여러 시도가 무산되는 듯한 분위기다. 지난 9월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위증교사 혐의 등으로 청구한 구속영장 기각이 중요한 기점이었다.
검찰의 이후 승부수는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분리기소였다. 구속영장 심사에서 이미 혐의가 소명된다고 한 터라 본재판을 오래 끌 이유도 적은 부분이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은 단독판사가 재판할 수 있는 이 사건을 형사합의33부에 재배당했다.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성남FC 의혹 사건은 물론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국정감사에서 “이 대표를 편들었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법관 사무 분담 예규에 따라 합의부에 다시 배당한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 파장과 사건의 중요성이 고려됐다고 한다.
이 사건은 이 대표가 ‘검사 사칭’ 관련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8년 12월 22~24일 김진성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에게 수차례 전화해 위증을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김 전 비서의 위증으로 이 대표는 무죄 선고를 받았다. 형법상 위증교사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최하 징역 10개월형이 가능하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는다. 총선 전 1심에서라도 유죄판결이 난다면 이 대표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대법원까지 갈 게 뻔해도 말이다. 형사합의33부에 사건이 재배당된 걸 부당하다고 보는 이들의 생각도 이럴 것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원장의 말처럼 배당은 온전히 법원의 몫이다.
이제 문제는 형사합의33부가 대장동·위례 사건, 성남FC 후원금 사건, 백현동 사건과 ‘묶어 재판’(병합)할 것인가다. 검찰은 다른 사건들과 병합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재판부는 별도의 재판을 열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신속한 재판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다른 사건들은 복잡하고 관련인도 많아 최소 2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함께 재판할 경우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판단도 그때까지 늦춰진다. 대법원 선고까지 고려한다면 내년 4월 총선을 지나 지방선거(2026년 6월), 대통령선거(2027년 3월) 때까지 결론이 날지도 미지수다.
■
「 이재명 위증교사 재판 병합 주목
법적 형평성, 사회적 파장 저울질
내년 총선 전 판결 나올 수 있나
」
이 대표 측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앞세운다. 별도로 여러 혐의로 기소됐어도 판결 선고를 한 번에 내리는 게 타당하다는 논리다. 여기서 궁금한 건 이 대표의 부탁으로 위증해 이 대표와 함께 기소된 김 전 비서의 입장이다. 정작 위증의 주범인 그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스스로 포기할 것인가. 법원은 법적 형평성을 우선시할 것인가, 이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나 사회적 파장에 더 힘을 실을 것인가. 구속영장 기각 때처럼 ‘정당의 현직 대표’라는 점이 명확히 고려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을 배당받을 수도 있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도 주목된다. 이 재판부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다루고 있다. 2022년 9월부터다. 20대 대선 당시 이 대표가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핵심 실무자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허위 발언한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이다. 공직선거법상 선거법 재판은 다른 사건에 우선해 신속히 진행하게 돼 있다.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180일 이내에 1심을 끝내도록 명시하고 있다.
형사합의34부는 지난 3월에야 정식 재판을 시작했다. 현재 기소된 지 400일이 훌쩍 지났다. 일반인의 경우 기소 이후 1심 선고까지 평균 약 100일, 20대와 21대 전·현직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1심 선고 평균 기간은 약 164일이라는 비판(박성중 국민의힘 의원)도 나왔다. 더군다나 이 대표의 장기간 단식 등을 이유로 두 달간 지연됐던 재판이 지난달 재개됐지만, 국정감사를 이유로 그는 재판에 두 차례 출석하지 않았다. 결국 재판은 이 대표 없이 진행됐다.
두 재판부의 사건이 어찌 진행될지는 판사들의 판단에 달렸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폭탄 돌리기’ 우려도 나온다. 재판이 길어지면 법원 인사로 인해 도중 판사들이 교체되고, 그러면서 기록 검토 등을 이유로 자연스럽게 판결이 나오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현상이다. 검찰의 시간도, 법원의 시간도 지나만 간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시간은 끝나지 않는다.
문병주 논설위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억 안 난다" 사위 살해한 장인…택시기사에 털어놓은 전말 | 중앙일보
- 홀딱 벗으세요, 나이스샷~ 전세계 이런 골프장 봤어? | 중앙일보
- 20대때 억만장자 '괴짜 코인왕'의 몰락…징역 115년형 위기 | 중앙일보
- 500만원 명품 트렁크 깨졌다, 항공사에 따지자 뜻밖 답변 | 중앙일보
- 6·25 따발총, 구식 불새-2…'어둠의 무기상' 김정은 돈버는 방법 | 중앙일보
- 월 266만원 받는 67세…베이비부머男, 평균연금 20만원 많다 | 중앙일보
- 죽지도 않는 모기, 히말라야 점령했다…"50억명 말라리아" 경고 | 중앙일보
- "내몸의 모든 것 알고싶다" MZ 이 심리에 4배 커질 이 '돈맥' | 중앙일보
- 음주운전 또 걸리자 동생인 척…40대女가 벌인 짓, 결국 | 중앙일보
- "한우 먹고 싶다면 연락주세요"…기피 과 '전공의 모시기' 전쟁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