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출까요?" 애교까지…돌봄 인력 70만명 모자란 日의 '구세주' [김현예의 톡톡일본]
“노래 부를까요? 춤을 같이 춰볼까요?”
휠체어에 앉아있던 어르신(79) 얼굴이 이내 환해진다. 작은 로봇 파루로의 애교에 돌봄시설 거실에 간만에 웃음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반려동물을 쓰다듬듯이 작은 로봇 파루로의 머리를 여신 쓰다듬는 어르신을 지켜보던 직원이 이렇게 말한다. “파루로는 얼굴과 이름을 기억해 어르신들 말벗이 되어주는데, 파루로가 밤에 인사하지 않으면 안 주무시겠다는 어르신도 계세요.”
지난 2일 오후 도쿄(東京) 오타(大田)구에 있는 어르신 돌봄(介護·요양) 시설인 산타페 가든 힐스. 낮 돌봄 서비스를 받는 노인까지 포함하면 이곳에서 돌봄을 받는 노인들은 약 400여 명. 국내 요양 시설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로봇이다. 사회복지법인 젠코카이(善光会)가 운영하는 이곳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로봇 돌봄 시설. AI(인공지능)와 같은 디지털 기술과 로봇 기술을 접합시켜 노인 돌봄에 적용하는데 이 때문에 최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 고노 다로(河野太郎) 디지털상이 잇따라 방문할 정도로 일본 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돌봄 일손 부족’ 코앞…로봇으로 눈 돌리는 일본
실제로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고령화로 인해 필요한 돌봄 전문 인력은 2025년엔 32만명, 오는 2040년엔 69만명 부족해질 전망이다. 경제산업성은 돌봄 일손 부족으로 인해 일본 사회가 겪게 될 경제적 손실이 9조엔(약 7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때문에 일본이 눈을 돌린 건 로봇과 같은 기술을 활용한 돌봄. 첨단 기술을 활용하면 돌봄 직원의 업무 시간이 26.2%가 줄고, 돌봐줄 수 있는 사람 수가 1.3배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돌봄 직원 손엔 스마트폰, 귀엔 골전도 이어폰
이곳 직원 미야시타씨는 “일반적인 요양시설이라면 직접 방에 가봐야 어르신들이 주무시고 있는지 깨어있는지 알 수 있지만 이곳에선 원격으로도 ‘누워는 있지만 수면 상태는 아니다’ 또는 ‘깊은 수면 중이다’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박수와 호흡수도 데이터화했는데 미야시타씨는 “건강 상태를 포함해 임종이 임박했는지도 알 수 있어 가족들이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도 이곳에선 돌봄 직원의 일손 부족을 돕고 있다. 화장실이나 양치, 목욕을 위해선 침대에서 노인들을 일으키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데, 통상 2명의 직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로봇 허그(Hug)를 도입하고선 직원 한 명이 노인의 이동을 도울 수 있게 됐다. 침대에서 일어나 앉은 상태로 로봇에 기대면 로봇이 노인을 일으켜준다. 이밖에도 걸음 보조 로봇, 누운 상태로 이동해야 할 때 사용하는 로봇을 비롯해 초미세 거품으로 10분 만에 앉은 상태로 노인들의 목욕을 끝내주는 로봇 등 이곳엔 20~30종류 로봇이 도입돼 있다. 젠코카이는 투약과 수면, 식사, 배변 등 모든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로봇 등을 도입하면서 이곳 직원들의 업무 부담도 약 30% 줄었다고 설명했다.
돌봄 로봇 연구하는 젠코카이
그는 “예컨대 누워있는 어르신이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 돌봄 직원은 눈으로만 정보를 파악할 수밖에 없는데, 기술 활용으로 언제 기저귀를 교체해야 하는지 등의 정보 파악이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돌봄 직원이 밤중에도 한 시간에 한 번씩 들여다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로 인해 노인들의 수면 방해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기술을 사용하면 건강과 안전, 효율까지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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