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마이나데스, 디오니소스의 여인들
여전사 아마조네스에 이어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특이한 부류의 여인들은 ‘마이나데스’다. 이들은 광기로 가득 찬 디오니소스 신봉자들이다. 반인반염소인 사티로스와 함께 디오니소스 주위에서 술과 춤과 음악을 즐기며 신을 모신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동물가죽을 둘러 입고 큰 회향 줄기를 지팡이로 삼고 있다.(사진) 산 동물을 갈기갈기 찢어서 그 고기를 생으로 뜯어 먹는 관습도 있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바코스 여신도들’은 마이나데스 내러티브의 근원을 보여준다. 디오니소스는 12명의 올림포스 신 중 유일하게 인간인 어머니를 두고 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신으로서의 정당성과 힘을 증명해야 했다. 이 드라마는 고향인 테베로 돌아온 디오니소스가 자신의 신성을 부정한 사촌동생 펜테우스 일가를 몰락시키는 이야기다. 왕실 여인들을 비롯한 테베 여성들 사이에 광란적인 디오니소스 숭배가 퍼져가는 가운데, 디오니소스에게 잠시 홀린 펜테우스가 여장을 하고 몰래 축제를 구경하러 나간다. 뒷산을 하늘거리며 걷는 디오니소스 여신도들의 모습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황홀경을 연출한다. 나무 위에 숨은 펜테우스는 결국 발각돼 광기에 홀린 어머니와 이모들 손에 사지가 뜯기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마이나데스 역시 아마조네스처럼 온순하고 절제된 모습과 상반된 여성상이다. 고대 그리스의 도기화에 새겨진 마이나데스의 모습은 관습과 어긋나는 행동이 초래하는 비극을 경고하고 있다는 것만으론 설명이 불충분하다. 실제로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그리스 여인들은 마이나데스와 같은 모습과 행동을 하며 그동안 쌓였던 울분을 발산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여성의 자유와 권리가 극도로 제한된 사회에서 끔찍하도록 매혹적인 모습의 이러한 여성형이 공상만은 아니라는 것은, 실존했던 고대 그리스의 기생 ‘헤타라이’들이 증명한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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