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후보에서 해태 소환, 꼴찌에서 KS행까지…막내들의 가을 명승부
윤승재 2023. 11. 6. 00:35
가을야구에서 처음 만난 두 막내의 맞대결은 3승 2패 KT 위즈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1·2차전 승리로 KT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간 NC 다이노스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초보 감독과 우승 감독의 지략 맞대결도 흥미로웠다. 그렇게 두 막내는 5차전 명승부를 연출하며 가을무대를 빛냈다.
1·2차전은 NC의 파죽지세가 돋보였던 경기였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감하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한 NC는 두산 베어스를 한 경기 만에 제압한 뒤, 3위 SSG 랜더스마저 3전 전승으로 잡아내며 승승장구했다. 이어 외국인 원투펀치를 꺼내든 KT까지 1·2차전에서 잡아내며 6연승 행진을 달렸다. 2020년 한국시리즈 4~6차전 승리까지 포스트시즌 9연승을 기록하며 해태 타이거즈가 1987~1988년에 세운 포스트시즌 최다 연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올 시즌 NC의 우승을 점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성범(2022년)에 이어 주전 포수 양의지(두산 베어스)와 내야수 노진혁(롯데 자이언츠)까지 빠진 올해는 가을야구보다 꼴찌 예측이 더 강했다. 하지만 NC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상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20승과 200탈삼진, 평균 자책점 2점대를 기록한 에이스 에릭 페디와 함께 손아섭-박민우-박건우 리그 3할 타자들의 부활, 신민혁, 김주원, 서호철 등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어우러져 PO 무대까지 밟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KT가 아니었다. 3차전 ‘토종 에이스’ 고영표의 호투로 숨을 돌린 KT는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의 투혼 및 부활, 이강철 감독의 계산된 매치업과 승부수 등을 통해 3~5차전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써냈다. 역대 PO에서 1·2차전을 내리 패한 팀이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건 17번 중 두 번(11.76%)밖에 없었다. 1996년 현대 유니콘스와 2009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주인공이었다. KT가 세 번째 주인공이 됐다.
KT는 NC와 달리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진 팀이었다. 하지만 초반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고전하며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승패 마진도 –14까지 떨어지며 가을야구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KT는 발빠른 트레이드(이호연)와 외국인 교체(쿠에바스)로 활로를 뚫었고,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KT의 승패마진은 +17이 됐고 순위는 2위까지 올랐다. 가을야구 초반엔 주춤했지만 우승팀의 저력을 선보이며 11.8%의 확률을 뚫고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희비는 갈렸지만, 두 막내의 가을 맞대결은 다양한 스토리를 남긴 명승부로 끝을 맺었다. NC는 탈락했지만 내년 시즌 희망을, KT는 리버스 스윕으로 자신감을 찾았다. 강인권 NC 감독은 "선수들이 정말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줬다. 아름다운 도전이었다"라며 시즌을 총평했다. 아직 한국시리즈가 남아있는 이강철 KT 감독은 "꼴찌에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2연패 뒤에도 여기서 끝날 거란 생각은 안했다. 이제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겠다"라면서 우승을 다짐했다.
수원=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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