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事君數斯辱矣(사군삭사욕의)…
2023. 11. 6. 00:20
공자의 제자 자유(子游)는 “임금을 섬기면서 자주 간언하면 욕됨을 당하고, 친구 사이에 자주 충고하면 멀어진다”고 했다. 받아들여지지 않는 간언이나 충고를 반복하면 말만 낭비하고 결국은 욕됨을 당하게 됨을 경계한 말이다.
“양약고구이어병, 충언역이이어행(良藥苦口利於病, 忠言逆耳利於行)”, 즉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롭고, 바른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하면 이롭다”고 했다. 사마천 『사기』의 류후세가(留侯世家:유방의 신하인 장량의 전기)에 나오는 말이다. 진시황의 호화 궁궐인 함양궁(咸陽宮)을 접수한 유방이 당시 궁중의 여자들과 진귀한 물건들에 미혹되어 본분을 잊고 환락에 빠지려 하자, 장량이 냉혹하게 직간하면서 한 말이다. 직간을 받아들였으니 망정이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장량은 분명 화를 당했을 것이다.
목숨을 걸 만한 일이 아니면 현재를 인정해주는 것이 곧 사랑이고 존경이다. 부부 혹은 친구 사이에 목숨 걸 일이 뭐가 있다고 날마다 충고를 빙자한 잔소리를 해대면 정이 붙을 공간이 없다. 정이 떠나버리면 충고가 다 무슨 소용? 잔소리 후에 선심을 쓰듯 베푸는 ‘이해’보다 은근히 바라보며 끄덕여 주는 ‘인정’이 오히려 사람을 변하게 한다. 효과 없는 ‘지적질’을 삼가자!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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