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 괴물 정찬민, 이번엔 웨지로 정상
국내 최장타자로 꼽히는 정찬민(23)이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엔 드라이버가 아니라 웨지의 힘으로 정상에 올랐다.
정찬민은 5일 경북 구미의 골프존카운티 선산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골프존 도레이 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쳐 합계 21언더파로 노장 강경남(40)과 공동선두를 이뤘다. 이후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강경남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키 1m88㎝, 몸무게 120㎏의 거구 정찬민은 지난 5월 매경오픈에서 장타력을 뽐낸 끝에 6타 차로 우승했다. 바로 다음 대회인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는 7위를 했다. 그러나 이후 성적이 좋지 않았다. 어깨 통증이 도지면서 드라이버가 똑바로 가지 않았다. 우승은커녕 톱 10에도 들지 못했다.
그러나 시즌 막바지에 다시 힘을 냈다. 선산 골프장은 평소에 있던 코스 내 OB 말뚝을 다 뺐고, 러프가 아주 길지도 않았다. 최장타자인 정찬민에게 유리한 조건이었다.
결정적인 장면은 파 3인 8번 홀에서 나왔다. 티샷한 공이 그린을 벗어났다. 핀까지 내리막 지형이라 파세이브를 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정찬민은 “어떻게 칠까 고민하다가 ‘보기를 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는 게 낫겠다’ 싶어 플롭샷을 했다”고 말했다. 볼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가 홀 2m 정도 앞에 떨어진 뒤 거짓말처럼 홀로 빨려 들어갔다.
이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4홀 연속 버디가 나왔다. 정찬민은 마지막 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해 연장전에 돌입했다. 행운도 따랐다. 파5의 18번 홀(518m)에서 벌어진 첫 번째 연장전에서 경쟁자 강경남이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두 번째 연장전도 같은 홀에서 이어졌다. 정찬민은 티샷을 똑바로 보낸 뒤 4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다. 그리고는 버디를 잡아내 우승했다.
한편 이날 제주 엘리시안 골프장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OIL 챔피언십에서는 성유진이 행운의 우승을 차지했다. 합계 12언더파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성유진은 악천후 속에 진행된 최종 4라운드 경기에서 첫 홀부터 3퍼트로 보기를 했다. 전반에만 5타를 잃어 10위 밖으로 밀려났지만, 강풍을 동반한 비가 거세지자 주최 측은 최종 라운드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성유진은 이날 우승을 추가하면서 시즌 2승, 통산 3승을 기록했다. 우승상금은 1억2600만원. 김재희는 이예원과 함께 11언더파 공동 2위에 올랐다. 이예원은 올 시즌 KLPGA투어 상금왕과 대상을 확정했다.
선산=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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