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 포세 ‘멜랑콜리아’ 한국어로 처음 옮겨 “단어 리듬 살렸죠”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4)의 장편소설 『멜랑콜리아 1·2』는 실존 인물인 노르웨이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1830~1902)의 비극적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1995년 작이지만 국내에는 지난달 민음사를 통해 소개됐다. 『멜랑콜리아』 한국어 번역은 번역가 손화수(51·사진)씨가 했다. 그는 1998년 남편을 따라 노르웨이로 이주했고 이주 4년 만에 번역을 시작했다. 2012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노르웨이 번역문학협회 회원이 돼, 한 해 한 명만 주는 번역가상을 받았다. 다음은 손씨와의 일문일답.
Q : 욘 포세의 작품 중 『멜랑콜리아』만의 특징이 있다면.
A : “포세의 작품 중 실재 인물의 삶을 바탕으로 한 것은 『멜랑콜리아』가 유일하다. 포세 작품의 전반적인 특징은 단어의 반복이 만들어내는 리듬인데 이런 특징을 이용해 정신병력을 가진 주인공의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편집증이나 치매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Q : 번역 과정에서 특별히 공들인 부분이 있나.
A : “『멜랑콜리아』는 얘기한 것처럼 포세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단어와 문장의 반복이 많다. 처음에 ‘A-B-C’라고 쓴 문장을 ‘A-B- C-D’로 변주하다가 ‘A-B-C-D-E’로 한 번 더 바꿔 등장인물의 정보를 조금씩 흘리는 건데, 정신병이 있는 주인공의 내면을 묘사하는 데 매우 적합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이 실제와 환영을 오가는 부분은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그 불분명성 자체가 작가가 의도한 바라고 생각해서 원서의 언어와 분위기를 가능한 한 고스란히 옮기려고 했다.”
Q : 욘 포세의 작품이 난해하다고 느끼는 독자들도 있다.
A : “기승전결이 뚜렷한 영미 문학과 달리 북유럽 문학은 빠른 전개나 줄거리에 기대지 않는다. 욘 포세, 페르 페터슨, 로이 야콥센 같은 스칸디나비아 문호의 작품은 반나절 또는 하루의 이야기가 책의 전체를 채우기도 한다. 그만큼 내면 이야기 위주다. 언뜻 난해하고 지루하게 느낄 수 있지만 오래도록 두고두고 읽을 수 있고 그때마다 새롭게 다가온다.”
Q : 이주 4년 만에 노르웨이어-한국어 번역을 시작할 수 있었던 비결은.
A : “이주하자마자 어학원에 등록했고 노르웨이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처음엔 읽기 쉬운 아동 도서나 그림책으로 시작했고 차차 소설도 읽었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니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았다.”
Q :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르웨이 번역문학협회 회원이 됐다. 어떤 의미인가?
A : “협회에서 회원 심사를 받으라는 제안을 해왔다. 심사 과정에서 번역서 몇 권을 협회에 보내야 했는데, 노르웨이어-한국어 번역 퀄리티를 심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스웨덴 스톡홀름대 한국어과 교수진에 책을 보내 심사를 받았다. 당시만 해도 노르웨이어-한국어 번역서가 희귀해 다른 언어 번역가들보다 더 오랜 기간 심사를 거쳤다. 회원이 된다는 건 노르웨이 번역문학협회가 실력을 보증한다는 의미다.”
Q : 앞으로 번역하고 싶은 작품은.
A : “욘 포세의 최신작인 『셉톨로지』다. 노년의 예술가가 7일간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을 7부로 엮은 자전적 소설이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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