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민간인 희생 그만” 전 세계 반이스라엘 시위 커진다
전쟁 발발 한 달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지상전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가 늘어나자 전 세계에서 반(反)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민간인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세 번째 중동 순방외교는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난관에 봉착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휴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워싱턴DC에서는 시위대 수천 명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백악관까지 행진했다. 시위대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지를 비난하며 “당신 손에 피가 묻어 있다” “당신은 내 표를 잃었다” 등의 피켓을 들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부분의 미국인은 여전히 이스라엘을 지지하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확대되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 악시오스는 국무부 중동문제 담당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실비아 야쿱이 지난 2일 X에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무고한 가자주민들을 공격하는 이스라엘 정부에 상당한 추가 군사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대량학살 공범”이라고 적었다고 전했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시위대가 즉각 휴전을 요구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공모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런던에서는 시위대가 트래펄가 광장의 길을 막고 “우리는 모두 팔레스타인인”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밀라노, 튀르키예 이스탄불 등에서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일어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구급차와 병원 시설 피해가 잇따르자 성명을 통해 “의료서비스에 대한 공격은 국제인도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며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이번 시위는 국민의 76%가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열린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초기 충격이 가시면서 대중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가자지구에 붙잡혀 있는 인질들의 가족 다수는 정부 대응에 매우 비판적”이라고 진단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블링컨 장관은 4일 요르단 암만에서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이집트 외무장관, 5일엔 서안지구 라말라를 깜짝 방문해 무하마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을 만났지만 이견만 재확인했다.
블링컨 장관은 4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반적인 의미의 휴전에는 반대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금 휴전은 하마스가 전열을 정비해 10월 7일 했던 일(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반복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게 우리의 견해”라면서다. 반면에 아랍국들은 한목소리로 ‘즉시 휴전’을 촉구했다. NYT에 따르면 이집트 사메 수크리 외무장관은 가자지구 내 조건 없는 즉각적 휴전을 촉구했고, 요르단의 아이만 사파디 외무장관은 “이 광기를 멈추라”고 직격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지난 3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인도적 목적의 교전 일시 중단을 설득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 인질들의 귀환을 포함하지 않는 일시적인 휴전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NYT는 “블링컨 장관의 순방이 좌절에 부닥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서유진·이유정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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