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국 멘야케이 대표, 육수 맛 잡는 데 석 달…‘장인 정신’ 통했다 [대한민국 장사 고수 열전] (24)
0.5%.
서동국 대표(37)가 전주에서 운영하는 라멘 전문점 ‘멘야케이’ 금암 본점의 매출(월 5000만원) 대비 임차료(27만원) 비중이다. 임차료, 인건비, 식자재비는 외식업의 3대 비용으로 꼽힌다. 메뉴에 따라 다르지만 각각 매출의 10~30% 안에 들어야 성공한 가게로 통한다. 이를 감안하면 0.5%는 ‘기적의 숫자’인 셈. 주택가의 4평짜리 작은 가게를 손님들이 줄을 서는 맛집으로 변모시킨 덕분이다.
사실 그가 라멘집을 창업한 것은 다소 뜻밖의 이유에서다. 어릴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아 도쿄에서 패션을 전공했다. 엔화 환율이 폭등하며 학비와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라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제게는 생계가 달린 일이라 열심히 했더니 사장님이 좋게 봐주셨어요. 주방일도 해보라며 도제식 교육을 해주셨죠. 같이 일하던 카즈야 선배는 학비에 보태라며 자기 월급 20만엔을 떼어주기도 했고요. 집에 오며 그 월급봉투에 눈물이 번지도록 펑펑 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학비를 벌고 나니 학교를 갈 수 있겠다는 행복보다는 주방을 떠나는 게 슬퍼지더군요. 어느 결에 주방과 요리를 사랑하는 요식업 사람이 돼 있었던 거죠.”
일본에서 라멘 가게를 열려던 계획은 도쿄 대지진으로 무산됐다. 라멘에 대한 열정을 안고 한국에 돌아와 전주시 금암동 골목길에 4평 규모 작은 매장을 얻었다. 그런데 화구, 냄비, 식자재 등의 차이로 라멘 맛이 잘 잡히지 않았다. 수천 ㎏의 뼈를 부수고 하루 12시간 넘게 불 앞을 지키며 육수 맛을 연구하기를 3개월. 마침내 맛을 찾아내 가게 문을 열었고 이내 입소문이 퍼졌다. 인기에 힘입어 최근 2호점을 확장 오픈했다.
“ ‘라멘 육수 감자탕’으로 일본인 입맛도 잡겠습니다.” 그의 꿈은 일본에서 한식 맛집을 차리는 것이다. 인생 은인이 된 카즈야 선배가 감자탕을 굉장히 좋아해 라멘 육수로 맛을 낸 진한 감자탕을 개발하고 ‘전주시장감자탕’ 브랜드를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다.
서 대표는 또한 후배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장사 노하우를 전하기 위해 최근 유튜브 채널 ‘멘야케이’를 개설한 데 이어, ‘창톡’에서 1:1 상담과 강의도 하고 있다.
“창업을 하려면 투자금을 최소화한 장사부터 시작해보세요. 작은 가게에서 고객을 만족시킨 후, 비로소 큰 가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작지만 알찬 매장을 운영하는 노하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목표는 대한민국이 외식 문화 강대국이 되는 것에 일조하는 F&B 기업을 세우는 것입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2호 (2023.11.01~2023.11.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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