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또 하나의 총선카드... "주식 공매도 금지"
[김종철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금융위원회를 마치고 공매도 제도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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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다. 오는 6일부터 내년 6월말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올라와 있는 모든 종목의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다. 이어 금융당국은 최근 2차전지 등 일부 업종의 불법 공매도 의혹에 대해 글로벌 투자은행과 국내 증권사 등을 상대로 특별 조사에 들어간다.
이와 함께 그동안 공매도를 둘러싼 기관과 개인투자자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 지적에 대해서도 제도적 개선방안이 마련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긴급회견을 갖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매도 금지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이날 오후 임시 금융위원회를 열고, '증권시장 공매도 금지조치'안을 의결했다.
공매도는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투자자가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내려가면 싸게 되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방식이다. 특정기업의 주가가 내려갈 것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이익을 얻기 위해 활용한다.
최근 정치권과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공매도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특히 여당을 중심으로 '공매도 금지'를 내년 총선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 나왔다.
정부가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낸 이유
정부가 이날 발표한 내용의 골자는,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와 함께 불법 공매도에 대한 국내외 투자증권사의 전면조사, 공매도 제도 개선방안 마련 등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번 발표 배경을 두고 '시장 신뢰 회복'을 들었다. 그동안 공매도를 둘러싼 기관과 개인투자자 사이의 차별적 제도 운용에 대한 비판이 계속돼 왔다. 예를 들어 차입 공매도를 두고 개인은 담보비율이 120%지만, 기관은 105%에 불과하다.
또 상환기간도 개인은 90일이지만,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는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공매도를 허용했을 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 위원장은 "과거보다 개인과 기관 사이의 차입조건 등 차이가 상당히 해소됐음에도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근본적으로 해소할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금융위원회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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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견에 함께 나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명의 인력으로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출범할 예정"이라며 "현재 글로벌 투자은행 상대로 조사 진행 중이며, 공매도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약 10개의 글로벌 투자은행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글로벌 투자은행인 BNP파리바와 HSBC가 조직적으로 불법공매도를 해온 사실을 적발했다. 이 원장은 "(글로벌 IB로부터) 공매도 주문을 수탁하는 국내 증권사에 대해서도 법규 준수 및 운영상의 문제점이 없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뿐 아니라 신한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 조사도 이뤄져야"
금융당국의 공매도 한시적 금지와 제도개선 발표를 두고 금융권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그동안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라는 정부 입장이 뒤집혔기 때문이다. 시중 대형 증권회사의 A 전무는 "공매도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기본적으로 허용하는 룰"이라며 "금융위기라는 특수한 상황도 아닌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때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위기 상황 등이었다. 금융 위기 등으로 시장이 크게 불안정한 상황에서 공매도 금지라는 대책이 나왔던 것.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공매도 금지에 마지막까지 신중한 입장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미국, 일본 등에 비해 크게 하락하면서 불안한 장세가 계속됐고, 특정 종목을 상대로한 공매도가 집중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이에 공매도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국민 동의 청원이 5만 명을 넘어,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도 공매도 제도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고, 국민의힘은 아예 공매도 금지를 총선용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간사가 같은 당 원내 대변인 장동혁 의원에게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동안 공매도 제도개혁을 요구해온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는 "이번 발표는 공매도에 대한 금융당국의 기존 입장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 전 이사는 "외국계와 함께 국내 증권사의 무차입 불법공매도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최근 에코프로 이동채 회장 주식 해킹 사건뿐 아니라 코스닥 시장에서 무차입 불법 공매도 의혹을 받고 있지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신한투자증권은) 과거에도 불법 공매도 지연 보고 등 규정 위반으로 과태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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