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대구발 혁신 전국으로 확산… ‘자치조직권 확대’ 이끌어냈다
최근 경북 안동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시한 ‘자치조직권 확대’ 안건이 최종 의결됐다. 대구발 혁신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또 하나의 선례를 남겼다. 민선8기 들어 대구가 변화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의결된 자치조직권 확대는 그동안 대구시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것이다.
홍 시장이 민선 8기 출범과 동시에 지난해 7월 ‘대통령-시·도지사 간담회’를 시작으로 매번 회의가 있을 때마다 줄기차게 요구했다. 지방을 살리기 위한 핵심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홍 시장의 생각이었다.
자치조직권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해 10월 대구시가 국장급 한시기구 4개 신설을 놓고 행정안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다. 행안부 만류에도 대구시가 한시기구 4곳 설치를 추진하자 행안부는 대구시 간부 공무원 교육파견 인원을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홍 시장은 보복성 조치라고 반발하며 한시기구 구성은 협의사항으로 승인사항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구시의 주장에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동조하기 시작했다. 타 시·도지사들도 지난해 말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지방시대 추진과제로 자치조직권 확대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4월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는 인구수 기준으로 엄격하게 통제하는 실·국 설치 기준 폐지, 한시기구 설치에 대해 사실상 승인제가 된 ‘협의’ 규정 폐지, 시·도 소방본부장 직급제도 개선, 인구 10만명 이하 기초단체 부단체장 직급 상향 등 구체적인 내용도 제시됐다.
대구시는 자치조직권 확대 안건 의결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민선8기 들어 대구의 전국 최초 타이틀이 눈에 띄게 늘었다. 논의가 필요했지만 그동안 눈치만 봤던 사안에 대해 홍 시장이 직접 목소리를 내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모은 것이다.
대구시는 올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내버스와 도시철도를 아우르는 대중교통 무상이용 연령 기준 만 70세 이상 통일 정책을 시행했다. 시내버스부터 만 75세 이상 무상이용 지원을 우선 적용하고 매년 한 살씩 적용 연령을 낮춘다. 도시철도는 올해까지는 기존 만 65세 이상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내년부터 매년 한 살씩 적용 연령을 올린다. 2028년이 되면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무상이용 연령이 만 70세 이상으로 맞춰진다. 대구시가 무상지원 추진을 발표했을 때 서울시의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 논의 움직임과 맞물려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전국 특·광역시 최초로 대형마트 평일(월요일) 의무휴업을 시행한 것도 화제가 됐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2012년부터 매달 의무적으로 월 2회 일요일 휴무를 시행했었다. 일요일 휴무가 지역상권 보호와 활성화에 실익이 적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지만 반발이 우려돼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대구보다 먼저 다른 기초단체 50여곳에서 평일 휴무를 시행하고 있었지만 이슈로 떠오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대구시가 휴일 전환을 추진하자 크게 이슈가 됐고 대구가 평일 휴무 전국 확산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대구시 산하기관 통폐합 등 공공기관 혁신도 다른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행렬로 이어지는 등 전국적인 모범사례가 됐다.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5일 “공공기관 혁신, 노인무임승차,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 자치조직권 확대 등 대구시가 혁신에 앞장선 사례가 많았다”며 “과감한 혁신이 대구시 정책의 정체성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부산 광주 강원 등서 벤치마킹
홍준표 대구시장은 1년여 전 시장에 당선 된 직후 “대구가 변하려면 공무원과 공공기관이 변해야 하고 이에 공무원과 공공기관을 혁신하는 조치를 제일 먼저 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약속대로 지난해 7월 민선8기 시작과 함께 시 산하 공공기관 18개를 3개월여 만에 11개로 통폐합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대구발 공공기관 혁신은 전국으로 확산된 혁신 모범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시는 유례없는 신속한 통폐합과 조직 효율화 등을 인정받아 올해 초 행정안전부 주관 지방공공기관 혁신 보고대회에서 전국 1등을 차지했고 특별교부세 40억원도 확보했다(사진).
혁신 기관들도 잇따라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은 전국 최초 기관 간 통합(대구환경공단과 대구시설공단 통합)을 통해 구조혁신 기틀을 마련한 공을 인정받아 지난 8월 행안부의 ‘2022년 지방공기업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상위 평가인 ‘가’ 등급을 받았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7개 기관 통폐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인정받아 지난달 ‘2023년 제18회 지방공공기관의 날 기념식’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시의 공공기관 혁신은 다른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부산, 광주, 강원, 전남 등 많은 지자체의 문의가 이어졌고 광주의 경우 정장수 대구시 정책혁신특보를 초청해 특강을 맡기기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민선8기 시정혁신 신호탄이었던 대구시 공공기관 혁신이 지난 1년여 동안 전국 지자체의 모범사례가 된 것은 물론 우수한 성과도 달성했다”며 “앞으로 대구시는 시민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공공기관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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