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공매도 재개, 내년 6월 시장 여건 고려해 결정”

다양한 가능성 열어두고 다각도 검토
무차입 공매도 방지 위한 전산화 ‘주목’
불법 공매도 조사 및 모니터링 강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금융위원회 이후 가진 ‘공매도 제도’ 관련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 옆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내년 6월 말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키로 결정한 가운데 이후 재개 여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단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금융위원회 이후 가진 ‘공매도 제도’ 관련 브리핑에서 내년 7월1일부터 공매도를 전면 재개하는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공매도 재개는 내년 6월에 가서 상황이 얼마나 개선될지 여부를 고려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다시 주식을 사서 주식을 빌린 곳에 갚는 투자 방식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주식을 상환해 차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전 종목의 공매도를 내년 6월 말까지 금지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당국은 코로나19 급락장 직후 증시 안정을 위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으나 지난 2021년 5월 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 대형주에 한해 제한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해 왔는데 내일부터 금지된다.

금융위가 공매도 전면 금지 이후의 재개 여부 등의 상황을 열어두는 것은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나오게 된 배경이 불공정 이슈 등 시장을 둘러싼 예외적 상황이 작용한 만큼 제도 금지 이후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현행처럼 제한적으로 허용할지, 아니면 전면 재개할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최근 금감원이 BNP파리바와 HSBC 등 글로벌 IB의 대규모 불법공매도를 적발하며 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이 이번 공매도 금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현행 법상 주식을 빌려 파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되고 주식을 빌리지 않고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돼 있다.

김주현 위원장은 “환경적인 불안정성과 불법 공매도가 결합되면 이걸로 인한 변동성은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뭔가 조치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와 함께 금지 기간 중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처벌을 강화할 예정이다.

당국은 불법 공매도가 증권시장의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하고 시장 신뢰를 저하시키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보고 공매도 금지기간을 ‘불법 공매도 근절’의 원점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또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실시간 차단 시스템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공매도 거래 관련 전산화 여부가 주목된다. 현재는 공매도 주문시 주문자가 실제 주식을 미리 빌린 뒤 그 한도 내에서 공매도 주문을 넣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거래가 발생한지 2일 뒤 청산결제가 이뤄질 때 빌린 주식과 공매도 주문 수량간 비교가 가능하다.

이때문에 증권사가 공매도 주문을 받을때 주문자가 이미 주식을 빌렸는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 구축이 추진될지가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조사와 처벌을 강화해 불법 공매도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금감원은 당장 오는 6일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꾸려 글로벌 IB 10여곳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간다.

만일 이들에게서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추가로 적발될 경우 적극적으로 형사 고발하는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불법 공매도에 대해 최대한의 과징금과 형사처벌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 처벌하도록 하겠다”며 “공매도 주문을 수탁하는 국내 증권사에 대해서도 법규준수 및 운영상의 문제점이 없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