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금지된 공매도…증권가 "MSCI 선진국 편입에 악영향"
정부가 꺼내 든 ‘공매도 전면 금지’에 증권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악영향을 줘 외국인 투자자 수급이 악화하는 등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데다,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2차 전지 관련 주 등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일부 종목들을 중심으로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단기 반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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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내년 6월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역대 네 번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현재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지수 구성 종목에 허용된 공매도를 내년 6월 말까지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매도 전면 금지안을 발표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주가가 내려가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때문에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전면 금지 요구가 거셌다.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이어 역대 네 번째다.
증권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지연…외국인 수급 악화할 것"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전면금지가 단기적으로 2차 전지 등 일부 종목에 대한 주가 부양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는 반응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차 전지 관련주 등 공매도가 집중됐던 성장주 위주로 개인 투자자의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주가 반등을 기대해볼 수는 있다”면서도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는 공매도 제도가 필요한데, 이를 규제하는 것 자체가 외국인 투자자에겐 부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조치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반응도 나온다. MSCI가 지난 6월 발표한 2023년 연례 시장 분류 결과에서 한국 증시는 18개 항목 중 6개 항목에서 ‘개선 필요’ 평가를 받으며 선진 지수 편입이 최종 불발됐다. 특히 ‘공매도’ 항목에서는 ‘개선 필요’보다는 높지만 ‘문제없음’보다는 낮은 ‘개선 가능’ 성적표를 받았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려면 자유로운 매매 관련 조건이 까다로운데 (이번 공매도 전면금지는) 외국인 참여도를 높이는 쪽과는 거리가 있고 외국인 수급이 들어오는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 반등 시기에 의아…공매도 순기능 저하 우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오히려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준석·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8월 공매도 규제 효과를 실증 분석한 보고서에서 “공매도 금지가 (주식시장의) 가격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변동성을 확대했으며, 시장 거래는 위축시켰다”고 밝혔다.
공매도의 순기능인 ‘가격 발견 기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의 대표는 “올해 들어 벌어진 ‘라덕연 사태’나 영풍제지 등 주가조작 세력이 타깃으로 삼았던 종목은 공매도가 불가능한 종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공매도의 가격 발견 기능이나 주가 과열을 진정시키는 순기능이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경제 상황이 과거 공매도를 전면 금지할 때와 맞먹는 위기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보통 주가 급락 국면에서 투자 심리를 진정시켜 낙폭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며 “이번에는 (주가지수) 반등 국면에 해당 조치가 나와 의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는 일부 종목의 반등은 부추길 순 있지만,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장의 흐름을 크게 뒤바꾼 사례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가 실질적인 제도 개선 효과 등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매도 이슈가 자꾸 불거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외국인과 기관은 공매도가 쉽고, 개인 투자자는 그렇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추후 제도 개선 과정에서 이런 문제들이 해소돼야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설득력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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