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정미영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홍성식 2023. 11. 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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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은 단아하고, 문체는 부드럽다.

에세이(essay)의 사전적 의미가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이라면 정미영의 산문집 <사계> (도서출판 득수)에 담긴 글들은 여기에 '맞춤'이라 할 만하다.

2005년 '에세이스트 신인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정미영은 지방 신문에 수필과 칼럼을 쓰고,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연을 진행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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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정미영 산문집 <사계>

[홍성식 기자]

 
 정미영 산문집 <사계>.
ⓒ 도서출판 득수
 
문장은 단아하고, 문체는 부드럽다. 그러나 한 편, 한 편의 에세이에 담긴 메시지의 무게는 결코 만만치 않다.

에세이(essay)의 사전적 의미가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이라면 정미영의 산문집 <사계>(도서출판 득수)에 담긴 글들은 여기에 '맞춤'이라 할 만하다.

2005년 '에세이스트 신인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정미영은 지방 신문에 수필과 칼럼을 쓰고,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연을 진행하는 사람. 그는 수강생들 사이에서 '꼼꼼하고 틀림없는 강사'로 통한다.

이번에 출간된 산문집(수필집, 혹은 에세이집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 <사계>에서는 가끔은 혼탁한 세상사와 인간사 속에서도 자신만은 언제나 분명하고, 경우 바르게 살아온 정미영의 품성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책은 제목인 '사계(四季)'에 답하듯 에세이스트 정미영이 따스한 눈길과 마음으로 관찰한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 4부로 나눠져 있다. 책의 서두엔 '작가의 말'이 자리했는데, 거기엔 아래와 같은 문장이 등장한다.

'시간, 계절, 두 낱말을 되뇌다 보니, 어느새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를 틀게 됩니다. 연주를 듣는 동안 제 머릿속에는 여러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사계>에는 계절의 변화가 음(音)으로 잘 묘사되어 있어, 풍경화를 그리듯 이미지를 떠올리기가 쉽습니다. 현상들이 마음속에서 재생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울림의 파동도 빈번합니다.'

'진지하게 오래 써온 자'의 자기 고백을 담은 책

이 대목에선 책의 제목과 고전 음악 <사계> 사이에서 독자들에게 '행복한 책 읽기'를 권유하는 정미영의 배려가 보이는 것 같다.

세상의 존재하는 책과 작가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은 정미영을 '쓰는 사람'으로 만들었을 터. 그랬기에 "제 삶의 궤적을 더듬어 봅니다. 시간과 노력을 일관되게 쏟은 것이 글 쓰기였습니다"라는 진솔한 자기 고백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계>는 급하게 조리해 빨리 먹어치우는 인스턴트 라면처럼 읽지 말고, 시간을 들여 잘 우려낸 육수에 뭉근하게 끓인 칼국수를 맛보듯 천천히 읽기를 권한다. 그러면 아래와 같은 포근하고 세련된 문장과 만날 수 있다.
 
"초록 바람이 불어온다. 매흙질한 자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려주겠지. 아버지가 매흙질을 마친 뒤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 위의 책 중 '삶의 희망을 덧입히다' 중 일부

"낡고 해져도 골무에 수놓아진 어머니의 말은 퇴색하지 않을 것이다. 쇠약하신 노모의 내리사랑 또한 세월의 더께가 제아무리 두터워도 사라지지 않으리라." - 위의 책 중 '어머니의 사랑, 골무에 수놓다' 중 일부

그리고, 마지막 하나. 출판사의 감각이 돋보이는 편집에 관해 한마디 덧붙인다.

정미영 산문집 <사계>엔 '당신에게 말 걸기'라 이름 붙인 메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거기에 수록된 수필을 읽은 느낌을 적어본다면 나중에 다시 펼칠 때 반가운 '독서일기'와 재회하는 기쁨도 맛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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