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의사도 대학 간판 중요"…의대 열풍에도 지방대 의대는 운다
지난해 지방대 의약학 계열(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 21곳이 정원을 채우지 못해 추가모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복합격자가 수도권 의대로 빠지면서 결원이 발생한 것이라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추가모집 의약학 계열 24곳 중 21곳 지방대
5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입시에서 추가모집을 한 의약학 계열 대학은 모두 24곳(30명)이며 이 중 21곳이 지방대였다. 추가모집은 수시와 정시 모집 후에도 정원이 채워지지 않은 대학이 추가로 원서를 받아 실시하는 전형이다. 추가모집을 한 의대(4개), 치대(2개), 한의대(4개), 수의대(3개)는 모두 지방 소재 대학이었고 약대는 11개 대학 중 8곳이 지방대였다.
경쟁이 치열한 의약학 계열에서도 결원이 발생하는 이유는 중복합격자의 이탈 때문이다. 수시모집은 총 6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데 “수도권과 지방 의대에 동시에 합격할 경우 수도권 대학을 선택한다”는 게 입시업계 중론이다. 3곳에 지원할 수 있는 정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다. 정해진 수시·정시모집 기간 내 추가 합격생을 뽑지 못하면 1~2명의 결원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의대 중도이탈 77%가 지방대…“돈 더 줘도 서울 간다”
입학 후에도 수도권 재진입을 위한 연쇄 이동은 계속되는 양상이다. 2022학년도 기준 39개 의대에선 미등록, 자퇴 등 중도탈락자 179명이 발생했는데 이 중 139명(77.7%)이 지방대 재학생이었다.
지역 고교를 졸업한 한 수도권 병원 의사는 “모든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돼있기 때문에 인재도 서울에 몰리는 현상에 의학계에서도 발생하는 것”이라며 “지역 병원의 보수가 더 높은데도 서울로 오겠다는 의사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경상도의 한 의대 교수는 “과거엔 자격증만 있으면 되니까 대학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의사도 개업이나 취업할 때 대학 간판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지역 격차 더 커질 수도”
하지만, 달라진 선발 방식이 수도권 쏠림을 막고 격차를 좁힐 것인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역인재전형의 경우 2028학년도부터 ‘비수도권 중학교 및 해당 지역 고등학교 전 교육과정 이수·졸업자’로 자격 요건이 강화되는 전형 비율이 늘기 때문에 자칫 지방 의대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의 한 의대 지역인재전형 합격선은 288.9점(국·수·탐 환산점수)으로 의대 일반전형 합격선(294.6점)보다 5.7점 낮았다. 대부분 의대가 지역인재전형의 합격선이 낮고, 경쟁률도 낮은 편이다. 지방의 한 의대 교수는 “지방 의대에 대한 평판이 낮아질수록 수도권 의사·환자 집중 현상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성호 대표는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와중에 지역인재를 40% 이상 의무 선발하는 제도를 유지하는 게 적정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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