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꿈나무’ 키우는 롯데백화점…키즈 오케스트라와 캐럴 녹음

구정하 2023. 11. 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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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건이가 조금만 길게 뽑아줘. 마무리까지 긴장하면서 끝내야해. 다시 한번 해보자. 원, 투, 원, 투."

기악 전공을 희망하는 아이들에게도 키즈 오케스트라는 훌륭한 경험이다.

김수민 ESG팀 책임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가 '서울대에 입학할 실력'이라고 할 정도로 단원들의 개인 역량이 뛰어났지만, 합주는 경험이 없어 처음엔 어떤 곡을 연주하고 있는지조차 알기 힘들 정도였다"고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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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꿈나무들이 캐럴 녹음해
음원 수익은 전액 기부
지난 8월엔 콘서트 열기도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0층 문화홀에서 이민형 지휘자가 캐럴을 연주하는 키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음악 꿈나무를 육성하기 위해 올해 키즈 오케스트라를 모집하고 콘서트, 캐럴 녹음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승건이가 조금만 길게 뽑아줘. 마무리까지 긴장하면서 끝내야해. 다시 한번 해보자. 원, 투, 원, 투.”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0층 문화홀. 이민형 지휘자가 지휘봉을 휘젓자, 턱받침에 통통한 볼살을 올려놓은 어린이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질서정연하게 활을 움직였다. 비올라, 튜바 등 다른 악기 연주자들도 앳되지만 진지한 얼굴로 ‘썰매타기(Sleigh Ride)’를 연주했다.

이들은 롯데백화점이 음악 꿈나무들에게 무대 기회를 제공하고, 세계적인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올 3월부터 모은 ‘키즈 오케스트라’ 1기. 초등학교 2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총 77명이다. 교육과 지휘는 부산시교향악단에서 부지휘자를 지냈던 이 지휘자가 맡았다. 이날은 크리스마스 캐럴 음원을 녹음하기 위해 모인 것.

키즈 오케스트라는 롯데가 음악을 주제로 벌이는 첫 ESG 활동이다. 백화점 문화센터의 음악 강좌 수강생들이 ‘협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데서 착안했다고 한다. 이 지휘자는 “유럽에서는 오케스트라 활동이 우리나라 아이들이 단소나 리코더를 부는 것만큼이나 흔하지만, 한국에서는 전무한 수준”이라며 “수십명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 자체가 귀한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5일 오후 롯데백화점의 키즈 오케스트라가 캐럴을 녹음하고 있는 모습. 주말 놀이시간을 줄여 참석해야하는 연습이지만, 단원들은 "힘들지 않고 재밌다"고 소리쳤다. 롯데백화점 제공

주말마다 놀이 시간을 줄여 참석해야 하는 연습이지만 아이들은 “재밌다”고 입을 모아 외친다. 취미로 타악기를 하는 이유찬(10)군은 “합주를 할 때마다 내가 멋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이 느껴진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군은 매일밤 본인의 공연 영상을 돌려본다고 한다.

기악 전공을 희망하는 아이들에게도 키즈 오케스트라는 훌륭한 경험이다. 국내 콩쿠르를 휩쓸고 다녀 오디션 등장만으로 학부모들을 술렁이게 했던 클라리넷 유망주 이도영(11)양에겐 세계적인 클라리네스트인 안드레아스 오텐잠머와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의 일일 교육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양은 “평소 유튜브에서 오텐잠머 영상을 찾아볼 정도로 좋아했다”며 “연습이 힘들 때 오텐잠머에게 받았던 칭찬을 떠올리며 힘을 내기도 한다”고 한다.

12대1의 경쟁을 거쳐 뽑은 실력이 좋은 아이들이지만 첫 연주는 완전한 불협화음이었다고 한다. 김수민 ESG팀 책임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가 ‘서울대에 입학할 실력’이라고 할 정도로 단원들의 개인 역량이 뛰어났지만, 합주는 경험이 없어 처음엔 어떤 곡을 연주하고 있는지조차 알기 힘들 정도였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키즈 오케스트라는 연습 시작 두 달 만인 지난 8월, ‘리조이스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비결은 80%가 넘는 높은 출석율과 단원 개개인의 연습 영상을 한 마디씩 뜯어보는 이 지휘자의 꼼꼼한 피드백. 1900석을 가득 메운 리조이스 콘서트의 수익금은 전액 ‘희망친구 기아대책’에 기부됐다. 이날 녹음한 캐럴 음원의 수익금 역시 전액 기부한다.

롯데백화점은 음악 산업 발전을 위해 키즈 오케스트라를 정례화해 매년 진행할 계획이다. 김지현 롯데백화점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부문장은 “아이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제2의 조성진, 임윤찬, 양인모가 될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단순 후원을 넘어, 직접 인재를 육성하는 다양한 ESG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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