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중국 찾은 호주 총리 "중국과 건설적 협력"

신경진 2023. 11. 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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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상하이 국가회의전람센터에서 개막한 제6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축하 연설을 하고 있다. 호주 총리의 중국 방문은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EPA=연합뉴스

무역 갈등을 벌여왔던 중국과 호주가 관계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5일 상하이에서 개막한 제6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CIIE)에 참석했다. 호주 총리의 중국 방문은 지난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이날 시작된 국제수입박람회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축사를 했을 정도로 중국 정부가 챙기는 행사다. 시 주석은 허리펑 부총리가 대독한 축사에서 “2018년 이후 수입박람회를 성공리에 개최하면서 중국이란 큰 시장에 기대 국제 구매, 투자 촉진, 인문 교류, 개방 협력의 플랫폼 기능을 발휘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는 10일까지 계속되는 수입박람회는 중국의 과도한 무역 흑자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에 대응해 지난 2018년 시작됐다. 수입박람회엔 리창(李强) 중국 총리 등이 참석했다.

5일 상하이에서 개막한 제6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CIIE) 개막식에서 리창 중국 총리가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앨버니지 총리는 수입박람회 개막식 연설에서 “호주와 중국은 규칙에 기반을 둔 무역을 가능하게 만드는 확실성과 안정성에 기반해 번영해왔다”며 “모든 국가는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무역이 발전하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호주는 중국과 계속해서 건설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면서 “대화와 협력으로 양국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미국 등 서방이 요구해온 ‘규칙에 기반한 무역 질서’를 거론하면서도 중국과 호주의 ‘건설적 협력’을 강조했다. 그동안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양국 관계의 개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앨버리지 총리는 6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호주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면서 중국과 관계가 악화했다. 중국은 호주산 와인과 석탄 수입을 규제하며 보복했고 호주는 ‘4개국 안보대화(쿼드)’, 파이브 아이스, 오커스(AUKUS) 등에 가입하며 맞대응했다.

4일 밤 리창(오른쪽 여섯번째) 중국 총리와 앤서니 앨버니지(왼쪽 여섯번째) 호주 총리 등 제6회 중국 수입박람회에 참가한 외국 정상들이 황푸강변의 와이탄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총리 X(옛 트위터) 캡처


앨버리지 총리가 참석하며 수입박람회의 주가를 올렸지만 다른 쪽에선 평가절하도 나왔다. 카를로 디안드리아 중국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앞서 지난 3일 상하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입박람회가 연막 속의 거울과 같은 정치 쇼윈도로 변질했다”며 “기업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성과가 빠졌다”고 비판했다.

중국 유럽연합상공회의소가 지난 3일 홈페이지에 중국국제수입박람회가 수입 확대라는 취지와 달리 정치적 쇼윈도로 전락했다고 비판한 소속사 설문 조사 결과와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EU상공회의소 홈페이지

중국 EU 상공회의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1회 수입박람회 이후 중국의 대EU 무역흑자는 크게 늘어 2022년 역사적인 4000억 유로(약 575조원)를 기록했다”며 “중국의 유럽 수출이 두 배 급증하는 동안 유럽의 중국 수출은 완만히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수입박람회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116개 EU 회원사가 참여한 설문 조사 결과 수입박람회에 참가한 유럽 기업의 비율은 2018년의 42%에서 지난해 32%로 10%p 줄었다. 불참 원인으로 과도한 참가 비용과 투자 가치의 감소, 정책 개선의 한계 등을 꼽았다. 참가사의 거래 성사 비율도 지난해 24%로 2018년과 비교해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관영 매체는 올해 박람회에 60여개 국가, 3400여 사가 참가하며 바이어 등 전문 관객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보도했다. 세계 500대 기업 중 289개사가 참가했으며 미국의 마이크론, 네슬레, 버버리 등 다국적 기업도 부스를 차렸다.


여론 조사 전문 갤럽, 중국서 철수키로


한편, 새로운 방첩법 시행 등 중국의 기업 환경 악화로 외국 기업의 탈중국 행렬이 이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4일 여론조사 및 컨설팅 기업인 갤럽(Gallup)이 지난주 고객들에게 중국에서 철수할 것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993년 중국에 진출한 갤럽은 워싱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중국에는 베이징, 상하이, 선전에 사무실을 개설하고 마케팅 최적화와 조직 재설계 등의 컨설팅을 제공해왔다.
갤럽은 올해 들어 중국 당국의 표적이 됐다. 지난 3월 갤럽의 여론 조사 결과 응답자의 15%만이 중국을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국수주의 성향의 글로벌 타임스는 3월 9일 자 사설에서 “여론조사가 국제무대에서 중국을 비난하기 위해 미국 정치 엘리트가 조작하는 도구가 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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