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딸 둘만 낳아라" 그의 독특한 음악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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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및 시대를 아우르는 과거 명반을 현재 시각에서 재해석하며 오늘날 명반이 가지는 의의를 되짚고자 합니다.
음반보단 개별곡 중심이었던 당시 가요계 실정을 고려해야겠지만 명반의 결여는 '가수왕' 송창식의 몇 안 되는 결점이다.
주로 < '82 송창식 >와 < '83 송창식 > 같은 음반명은 고유색이 떨어지며 유기성의 부족 또한 아쉬움을 남긴다.
음반명이기도 한 두 곡 '사랑이야'와 '토함산'은 각기 보편타당성과 실험성이란 송창식 음악세계의 두 대주제를 떠받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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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및 시대를 아우르는 과거 명반을 현재 시각에서 재해석하며 오늘날 명반이 가지는 의의를 되짚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염동교 기자]
송창식을 앨범 아티스트로 평가하는 이는 많지 않다. 수많은 명곡으로 1970년대를 수놓았지만 대표 음반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음반보단 개별곡 중심이었던 당시 가요계 실정을 고려해야겠지만 명반의 결여는 '가수왕' 송창식의 몇 안 되는 결점이다. 주로 < '82 송창식 >와 < '83 송창식 > 같은 음반명은 고유색이 떨어지며 유기성의 부족 또한 아쉬움을 남긴다.
▲ 송창식 <사랑이야 / 토함산 |
ⓒ discogs |
대중성과 실험성의 공존
음반명이기도 한 두 곡 '사랑이야'와 '토함산'은 각기 보편타당성과 실험성이란 송창식 음악세계의 두 대주제를 떠받든다. 1970년대를 대표하는 발라드 걸작 '사랑이야'는 가곡을 연상하게 하는 우아함에 노랫말과 선율의 완벽감을 지닌 명곡이다.
경주에 소재한 실제 산의 이름에서 따온 '토함산'은 1980년 작 '가나다라'에서 보여준 전위성의 예고편이다. 굳이 "코리안 프로그레시브"로 명명하지 않아도 이 곡이 지니는 유쾌한 기이함은 한국 팝록의 기념비적 실험으로 남을 것이다.
어느 날 그녀 목소리에 깨어나 보니
내가 만든 오동나무 소녀 가슴엔
반짝이는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지
하나 둘 여섯 줄기나 흐르고 있었지
-나의 기타이야기 中
B면 첫 트랙 '나의 기타 이야기'는 A면에 포진한 두 명곡에 대응한다. 지금도 하루에 한 시간씩 기타 스트로크를 연습한다는 송창식의 기타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가 잘 드러난 작품이며 아름다운 시적 비유와 은유로 아름다운 가사로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가요'로도 꼽힌다. 곡의 작사와 작곡은 각각 한성숙(부인), 작곡 송결(아들)로 되어있다. 한성숙은 그의 부인, 송결은 아들로 가족을 향한 애정을 드리웠다.
"아들 딸 둘만 낳아라"의 토속적 가사를 담은 '돌돌이와 석순이'와 전통가요 느낌이 묻어난 '20년전쯤에', 차분하고 감상적인 '별똥별'같은 트랙들도 상기한 세 트랙에 못 미칠지언정 선율 감각이 생생하다. 사운드스케이프와 서사, 주제의식에서 일관성의 부재를 선율의 밀도가 대체한 형국이다.
▲ 가수 송창식. |
ⓒ 연합뉴스 |
서울예고 성악과를 다닌 그는 1960년대 후반 영혼의 단짝 윤형주과 포크 듀오 트윈폴리오를 결성, 미국 컨트리 팝 뮤지션 코니 프랜시스를 커버한 '웨딩 케익'과 그리스의 전설적인 가수 나나 무스쿠리를 재해석한 '하얀손수건'처럼 감성적인 포크송으로 1960년대 말 청춘들의 감수성을 건드렸다. 한국 최초 음악 감상실 세시봉에서 윤형주와 조영남, 이장희와 함께 펼쳤던 포크 음악의 순수성은 21세기에 다시금 재조명되기도 했다.
절정기는 1970년대에 중반. 1974년부터 '피리 부는 사나이'와 '한번쯤', '고래사냥'과 '맨처음 고백' 등 히트곡 고공행진을 펼쳤다. 로큰롤과 전통가요, 발라드 등 다채로운 스타일의 곡들은 선율과 노랫말의 동시 포획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975년 '왜 불러'로 MBC 가요대상 가수왕에 오르며 정점을 기록한 송창식은 천재적인 음악성과 더불어 느긋한 말투와 개량한복으로 도인의 아우라도 형성했다.
송창식은 1980년대에도 히트곡을 쏟아낸다. '우리는'(1982)과 YB가 리메이크한 '담배가게 아가씨'(1986) 같은 영속적 걸작들은 기나긴 작곡 생명력을 입증했다. 대중성에 가려진 실험적 면모와 역으로 실험성을 가요의 틀 안에 감쪽같이 녹여내는 기예(技藝)를 송창식만큼 잘 펼친 가수는 없다. 그의 음악이 후대에 계속적으로 연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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