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의 10년 꿈이 누군가에겐 지독한 악몽
[성낙선 기자]
▲ 서울혁신파크, 길가에서 바라보는 나무숲. |
ⓒ 성낙선 |
▲ 서울혁신파크, 피아노공원. |
ⓒ 성낙선 |
그 시민들 중에는 공원 벤치에 앉아 점심을 먹는 사람도 있다. 서울혁신파크에서 거의 매일, 일상적으로 보게 되는 풍경 중에 하나다. 공원 한가운데에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정자가 있고, 그 안에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다. 그 주변을 또 아름드리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다. 그 풍경이 인상적이다. 그 풍경에서 연유해, 사람들은 이곳을 피아노공원이라 부른다.
▲ 서울혁신파크 운동장의 특이한 농구 골대. |
ⓒ 성낙선 |
문을 굳게 걸어잠근 건물들
잔디마당을 지나서는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공간이 나온다. 예전에 국립보건원 등이 사용하던 건물들이다. 그 건물들 중에 삼각형 모양의 지붕을 얹은, 낡은 단층 건물이 하나 있다. 세마창고라는 이름이 붙은 공공 갤러리다. 이곳은 전시 작품도 특별하지만, 전시장 내부 공간이 더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 서울혁신파크 내 공공갤러리, 세마창고. |
ⓒ 성낙선 |
▲ 세마창고 내부, 전시 작품 일부. |
ⓒ 성낙선 |
세마창고를 나와 옆으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예전에 경비실로 쓰였을 법한 작은 건물이 하나 보인다. 거기에 작은 그림 액자들이 잔뜩 걸려 있다. 양천리갤러리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 전시장은 작품 전시 공간을 갖기 힘든 마을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얼마 전까지 한 마을작가의 '생애 첫 개인전'이 열렸다. 마을 화가들에겐 이보다 더 소중한 공간이 없다.
▲ 서울혁신파크, 양천리갤러리. |
ⓒ 성낙선 |
▲ 서울혁신파크, 해질 무렵의 양천리갤러리. |
ⓒ 성낙선 |
▲ 서울혁신파크, 한평책방. |
ⓒ 성낙선 |
뒷전으로 밀려난 시민들
서울혁신파크가 내년에 문을 닫는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이곳의 가을 풍경도 지나간 추억으로만 간직하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이후로, 이곳 서울혁신파크에 다시 오세훈식 특유의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시는 이곳에 삼성동 코엑스에 맞먹는 대규모 '융복합도시'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 서울혁신파크 내 극장동의 굳게 잠긴 문. |
ⓒ 성낙선 |
▲ 서울혁신파크, 잔디마당. |
ⓒ 성낙선 |
달라지는 건 풍경뿐만이 아니다. 서울혁신파크는 지금까지 전반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는 쪽으로 활용돼 왔다. 지난 8년여간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시민단체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제 이들 200여 개에 달하는 시민단체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들도 모두 어디론가 짐을 싸서 떠나는 처지가 됐다.
서울혁신파크는 또 시민들에게는 누구나 손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을 제공해 왔다. 이곳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강연과 축제, 전시, 공연 등의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이제는 이 행사들도 모두 중단해야 한다. 결국 시민들이 지금까지 서울혁신파크에서 누려온 각종 혜택들도 다 함께 사라진다.
▲ 서울혁신파크, 포장이 없는 가게. |
ⓒ 성낙선 |
서울혁신파크를 보고 있으면, 한때 상암동 석유비축기지와 연남동 경의선숲길 위를 떠돌던 암울한 그림자가 떠오른다. 과거의 석유비축기지와 경의선숲길 또한, 지금의 서울혁신파크처럼 대규모 건축 개발이 논의되던 곳이다. 그때 개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힘을 얻었다면 지금과 같은 석유비축기지와 경의선숲길은 없다.
▲ 서울혁신파크, 피아노공원의 밤 풍경. |
ⓒ 성낙선 |
2011년 오 시장이 무상급식 파동으로 시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계획은 중동무이된다. 그러다 2015년 박원순 시장 재임 당시, 기존 건물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서울혁신파크를 조성한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2021년 오 시장이 다시 서울시장으로 돌아오면서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 사이 오세훈 시장의 꿈도 자라서 '40층 랜드마크'가 '60층 랜드마크'로 몸을 키운다. 1조 5천억 원. 개발주의자들이 다시 만세를 부르고 있다.
▲ 서울혁신파크 내 재생동 벽면을 장식한 조형물. |
ⓒ 성낙선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걱정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
- '메가시티 서울'에 민주 맞불... "김기현, 김포에 출마하라"
- 저출생 대책으로 '자동육아휴직'?... 웃음이 나온 까닭
- 흉측하고 징그러운 메두사, 이 조각은 다르다
- "촌에서 청년이 뭐 먹고 살아?"... 이렇게 삽니다
- "어미 유인원 총 쏴 죽인 뒤..." 잔인한 밀수, 위협받는 국제멸종위기종
- [영상] "박정희 대통령, 만납시다"... 김대중의 통 큰 제안 나온 배경
- "민간인 희생 멈춰라"... 전세계에서 '휴전 촉구' 시위
- 김두관 "국힘보다 더 많은 다선의원 험지로... 내 살 깍기 시작해야"
- 인요한, 호남·경남 이어 이번 주엔 대구로... 박근혜 만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