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비명·진보와도 교류 중"…신당 참여 물망 오른 세 사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갈수록 신당 창당의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만약 제가 신당을 창당하게 되면 다양한 분의 의견을 골고루 담을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계를 포함해 진보정당 계열 인사와도 교류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일 채널A 유튜브에서 “당이 제대로 변하지 않으면 신당 창당 가능성은 100%”라고 말한 데 이어, 창당을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대구·경북(TK)의 보수층이 ‘우리가 왜 국민의힘만 찍어야 돼’라고 생각하게 되면 (내년 총선의)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며 “이미 2016년 20대 총선 당시에 대구에서 민주당의 김부겸 전 의원이 당선된 적이 있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TK가 국민의힘만 밀지는 않을 거라는 지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만약 ‘이준석 신당’이 창당될 경우, 도전해볼 만한 지역은 보수 표심을 나눠 먹을 수 있는 TK라고 봤을 것”이라며 “실제로 지난달 ‘눈물의 기자회견’ 직후 이 전 대표의 첫 방문지가 대구이지 않았느냐”고 했다.
반면에 이 전 대표는 당 중심부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2일 김기현 지도부의 ‘징계취소’에 반발한 데 이어 전날인 4일엔 자신의 부산 경성대 강연을 보러 온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따로 만나지는 않았다.
이 전 대표는 강연 도중 인 위원장을 향해 영어로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가서 그와 이야기하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당신과 그다지 나눌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 위원장을 ‘미스터 린튼(Mr. Linton)’이라고 지칭했다. 인 위원장의 미국 이름은 존 린튼(John Linton)이다. 다소 무안을 당한 인 위원장은 5일 MBN ‘시사스페셜’에서 “이 전 대표의 ‘환자’란 여당과 대통령일 것”이라며 “영어로 말해서 섭섭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통화에서 “인 위원장이 마치 당에 약을 먹이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혁신 대상을 꼽는 과정에서) 자꾸 예외를 두는 모습이 문제”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직언을 하지 않고 당에만 쇄신을 요구한다는 불만이다. 여권 관계자는 “내부로의 변화를 언급하는 인 위원장과 가까워질 경우, 신당 창당 동력이 약화할 수 있기 때문에 거리를 더 두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처럼 ‘이준석 신당’이 부각되면서 참여 가능성이 있는 인사도 하나둘 거론된다. 대표적인 이가 비명계에 속하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다.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 등을 역임했지만, 중도성향에 중량감 있는 인사여서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현재 정의당 내에서 제3지대 연합을 추진하는 류호정 의원도 물망에 오른다. 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추후 이 전 대표와 제3지대를 주제로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신당 ‘새로운선택’ 창당 작업을 하는 금태섭 전 의원과의 연대설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일 금 전 의원을 돕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다만 여권 관계자는 “지나치게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을 경우 정체성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며 “막상 '이준석 신당'이 생기면 기존 보수층은 분열을 우려해 오히려 국민의힘으로 결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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