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턴 만류' 은인인데…손흥민, 옛 스승 포체티노와 적으로 '사제대결'

권동환 기자 2023. 11. 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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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 주장 손흥민이 과거 독일 복귀를 만류했던 은사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적으로 만나게 됐다.

토트넘은 오는 7일(한국시간) 오전 5시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첼시와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원정 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두 팀 모두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빅클럽에, 똑같이 영국 런던을 연고지로 삼고 있는 구단이라 경기 시작 전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개막 후 무패행진(8승2무)을 달리며 리그 2위에 올라와 있는 토트넘이 첼시를 제압하고 다시 선두로 올라설지, 아니면 현재 12위에 위치해 있는 첼시가 토트넘의 무패행진을 끊고 반등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렸다.

이처럼 두 팀 간의 맞대결은 볼거리가 가득한데, 한국 축구 팬들은 손흥민과 포체티노 감독 간의 재회에 큰 관심을 보였다.


포체티노 감독은 2013년부터 6년간 토트넘을 지휘하면서 클럽 전성기를 이끌었다. 특히 2018/19시즌에 구단 역사 최초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비록 결승전에서 리버풀한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 역대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이후 2019년 11월 토트넘을 떠난 포체티노 감독은 2021년 1월부터 PSG(파리 생제르맹)을 지휘하다 지난해 7월 경질됐다. 약 1년간 현장을 떠나 있던 그는 2023/24시즌을 앞두고 첼시의 부름을 받아 다시 프리미어리그 무대로 복귀했다.

첼시 사령탑으로 부임한 후 포체티노 감독은 드디어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찾게 됐다. 적장이지만 한때 클럽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감독인 만큼 토트넘 팬들도 포체티노 감독의 방문을 환영했다.

손흥민 입장에서도 포체티노 감독과의 재회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받는 손흥민이 한때 독일로 돌아가려고 할 때 이를 만류한 게 포체티노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지난 2019년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5/16시즌이 끝난 후 토트넘을 떠나는 걸 진지하게 고려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당시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2015년 여름 토트넘으로 이적해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손흥민이 1년 만에 이적을 고려하게 된 계기는 출전 시간 부족이었다. 지금은 토트넘 부동의 주전 공격수이지만 손흥민은 데뷔 시즌에 리그에서 28경기 4골 1도움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28경기 중 선발로 나온 건 15경기뿐이었고, 총 출전 시간도 1104분에 불과했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이탈리아 세리에A AS로마에서 활약하다가 손흥민보다 토트넘에 1년 먼저 온 에리크 라멜라가 손흥민과의 경쟁에서 다소 우위를 점하던 상황이었다.

당시를 회상한 손흥민은 "난 그때 거의 토트넘을 떠날 뻔했다. 포체티노 감독한테 여기가 편안하지 않아 독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볼프스부르크 등이 영입에 진지한 관심을 보였고, 토트넘은 레버쿠젠에 줬던 이적료 그대로 받을 수 있었더. 원금 회수가 가능했던 것이다. 손흥민도 볼프스부르크 이적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하지만 이 때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을 설득했다. 포체티노 감독을 믿고 토트넘에 잔류한 손흥민은 곧바로 다음 시즌인 2016/17시즌에 리그 14골 8도움을 포함해 모든 대회에서 21골 9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 핵심 공격수로 거듭났다.


굳은 신뢰를 보내며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시켜준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에게 은사나 다름이 없다. 손흥민도 "포체티노 감독이 나를 믿어줬다. 정말 감사하다. 단지 감사하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라며 감사를 드러냈다.

포체티노 감독도 "손흥민은 인내심이 대단했다. 그와 나눈 대화는 프로페셔널할 뿐만 아니라 인간적이었다"라며 "그때 내린 결정으로 인해 지금 손흥민은 행복하다. 우린 지금 손흥민의 최고의 모습을 보고 있다"라며 자신을 믿고 남아준 손흥민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포체티노 감독을 믿고 토트넘에 잔류한 손흥민은 이후 꾸준히 성장하면서 2021/22시즌 생애 첫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월드 클래스 공격수로 거듭났다. 지난 시즌엔 부진했지만 2023/24시즌 부활에 성공해 리그 8골로 득점왕 레이스 참가하면서 토트넘을 이끌고 있다.

또 새 시즌을 앞두고 비유럽 선수들 중 최초로 토트넘 주장으로 선임됐고, 2015년부터 약 8년간 383경기 153골 81도움을 기록하면서 자타 공인 토트넘 레전드로 등극했다.


지금의 손흥민을 만든 포체티노 감독이기에 한국뿐만 아니라 영국 현지에서도 손흥민과 포체티노 감독의 만남을 주목했다.

토트넘전을 앞두고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3일 사전 기자회견에서 먼저 토트넘으로 돌아가게 된 심정을 묻는 질문에 "매우 특별하다. 놀라운 추억을 함께 만들고 경험했던 곳으로 4년 만에 돌아가는 것은 정말 특별하다. 거짓말하지 않겠다"라고 답했다.

손흥민을 상대하게 된 점에 대해선 "내가 센터백을 뛸 건 아니다"며 농담을 건넨 뒤 "우리 팀 수비수들이 막아야한다. 그가 환상적인 선수라는 것을 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 중 하나다. 그에게 좋은 밤이 되지는 않길 바란다"라며 토트넘 핵심 공격수인 손흥민에 대한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또 "토트넘 홈구장을 위장하고 갈 생각을 했었다. 특히 코로나19로 모든 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닐 땐 나도 그럴 생각을 했다"라며 토트넘에 대한 변함 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EPA, PA Wire, AP/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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