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13개월만 살아나자 수출도 반등…中 의존도 줄인다

정종훈 2023. 11. 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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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건설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세안(ASEAN) 경제가 반등하자 한국 수출 호(號)도 살아났다. 지난달 대(對) 아세안 수출이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가운데, 전체 수출도 같은 기간 이어진 '마이너스' 행진을 끝냈다. 2위 시장인 아세안의 회복 신호가 중국보다 일찍 나타나면서 무역 다변화에 가속을 붙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보다 5.1% 증가한 550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19.8%)·선박(101.4%)과 미국(17.3%) 등의 호조세가 이어진 덕이 크지만, 숨은 공신은 아세안 시장의 부활이다.

대 아세안 수출은 급성장을 이어가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과 맞물려 지난해 10월(-5.7%)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달엔 전년 대비 14.3% 늘면서 13개월 만에 역성장의 늪을 빠져나왔다. 월간 수출액 105억6000만 달러는 역대 10월 기준 1위다. 20%대 감소율로 부진의 늪이 깊어졌던 연초와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실제로 아세안에서만 1년 전보다 수출액이 13억2000만 달러 늘면서 전체 수출 증가 폭(26억6000만 달러)의 절반을 차지했다. 아세안의 수출 반등이 전체 수출 반등을 주도한 셈이다.

박경민 기자

지난해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지만, 중간재·소비재가 전방위로 대 아세안 실적 회복을 이끌었다. 특히 중간재 중에선 디스플레이 수출이 애플 신제품 출시 등에 따른 수요 확대로 1년 전보다 19.1% 증가했다(지난달 1~25일 기준). 정보기술(IT) 중심으로 아세안 국가의 대세계 수출이 늘면서 이들 국가로 중간재를 보내는 국내 기업엔 호재가 된 것이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는 -15.9%를 찍었지만, 메모리 경기가 바닥을 찍으면서 회복세가 빨라질 거란 예측이 나온다.

또한 현지 수요와 직결된 석유제품·일반기계 수출 증가는 동남아의 경기 회복을 의미한다. 석유제품 수출은 경제활동 정상화에 따른 교통량 증가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6% 늘었다. 제조업 설비·인프라 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일반기계 수출도 10% 증가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아세안 지역의 수출·내수 상황 모두 좋아진 게 긍정적"이라면서 "베트남·말레이시아 등으로 글로벌 반도체 회사가 많이 진출해있는 만큼 IT 경기 반등에 맞춰 대 아세안 중간재 수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수도 이전, 광물 개발 같은 호재가 많은 인도네시아로의 기계·석유제품 수출 증가 등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대 시장' 중국이 여전히 역성장 중인데 '2위 시장' 아세안이 살아나면서 1위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대 아세안 수출액은 미국(100억8000만 달러)을 3위로 밀어냈고, 중국(110억 달러) 턱밑까지 다가섰다. 중국과는 올해 들어 가장 적은 격차다. 장상식 무협 실장은 "전기차 등이 둔화 조짐을 보이는 미국보단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아세안이 중국을 제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짚었다.

박경민 기자

중국은 지난달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차이신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4로 시장 예상치(51.0)를 하회하는 등 완연한 회복까진 거리가 멀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또 다른 생산기지인 아세안이 본궤도에 오른 만큼 전체 수출도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갈 거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안정적인 수출 우상향 모멘텀이 11~12월, 내년 초반까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흑연 수출통제 등 대중 공급망 불안이 높아진 만큼 '알타시아'(Altasia·대안적 아시아 공급망) 대상인 아세안으로 수출입 다변화를 적극 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세안 역내엔 인도네시아 등 자원 부국이 많고, 인구 증가를 바탕으로 내수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다. 정부도 지난 9월 필리핀과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하는 등 아세안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윤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세안 국가 대부분은 정치·이념과 관계없이 가장 이익이 되는 나라와 손잡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한국도 그 코드에 맞춰 현지 시장을 공략해야 공급망 다변화가 가능하다"면서 "현지 전문가를 빠르게 키우고 수출입, 자원 개발 등에서 정부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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