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라면 내려도 식당 메뉴판은 왜 오르나…11월 과일값도 두 배

김민상 2023. 11. 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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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원재료 가격상승과 맞물려 식품업체들은 출고 가격을 올리고, 외식업체는 비싼 메뉴판을 제시하면서 소비자들이 겪는 체감 물가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사과와 배 같은 과일 가격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국산 쇠고기와 수입 쇠고기 10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월 대비 각각 3.1%, 0.1% 떨어졌다. 소비자물가는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시중 판매가격을 뜻한다. 반면 식당에서 사 먹는 쇠고기 외식 물가는 2.2% 상승했다. 돼지고기 물가도 0.2% 하락했지만, 삼겹살 외식(2.8%)과 돼지갈비 외식(4.3%) 물가는 올랐다. 물가 당국이 올해 중순 업체들의 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했던 라면 물가는 1.5% 하락했지만, 라면 외식은 6.1% 오름세를 보였다.

주류 제품에서도 격차가 컸다. 지난 10월 소주(0.4%)와 맥주(1%)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였지만, 식당과 주점에서 파는 소주와 맥주 가격은 각각 4.7%, 4.5% 올랐다. 소주 출고가가 한 자릿수 인상되더라도, 식당의 소주 가격은 병당 4000~5000원에서 5000~6000원으로 20%대가량 오르는 유통 구조 탓이다. 주류업계가 10~11월 잇따라 출고가를 인상한 만큼 외식업계 판매 가격은 한 차례 더 뛰어오를 수 있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9일부터 소주 출고가를 7% 올리고, 맥주 출고가는 평균 6.8% 인상한다.

이는 다른 제품군도 마찬가지다. 한 예로 낙농진흥회가 지난달 1일부터 우유에 사용되는 원유 기본가격을 L당 88원(8.8%) 올리자, 10월 우유 물가도 1년 전보다 14.3% 올랐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8월(20.7%) 이후 14년 2개월 만에 최대폭이자 첫 두 자릿수 상승률이다. 분유도 1년 전보다 10.6% 올랐다. 올해 2월(11.6%)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우유·분윳값 상승은 이를 원재료로 하는 빵·과자류 물가까지 연쇄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 실제로 아이스크림값은 지난달 15.2% 오르면서 전달(14%)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역시 2009년 4월(26.3%) 이후 14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빵값은 지난해 11.8% 오른 데 이어 올해도 1∼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0.1%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료비 인상은 외식업체 제품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 2일부터 빅맥 가격을 5200원에서 5300원으로 올렸다. 맥도날드의 가격 인상은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이다.

박경민 기자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들이 사과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사과 등 일부 과일 가격도 1년 전보다 최대 두 배로 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달 사과(후지·상품) 도매가격이 10㎏에 5만∼5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79.9∼94.2% 올라 두 배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년(3년 평균치) 도매가격과 비교해도 87.2∼102.2% 비싼 수준이다. 배(신고·상품)는 15㎏에 5만3000∼5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68.3∼81%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평년 가격과 비교하면 40.4∼51% 높다. 연구원은 올해 사과와 배는 생산량이 생육 부진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24%, 1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식품 주요 원재료의 세계 시장 가격은 대체로 진정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0.6으로 전월(121.3)보다 0.5% 내렸다. 지난달 설탕 가격지수는 159.2로 2.2% 하락했다. 주요 생산국인 브라질 내 에탄올 가격 하락 등이 원인이 돼 국제 설탕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됐다. 곡물 가격지수도 125로 1% 떨어졌다. 미국에서 밀 수확량이 예상치보다 증가함에 따라 국제 시장 가격이 하락했고, 쌀은 세계적인 수요 감소 추세가 반영됐다.

한편 최근 물가가 빠르게 오르자 정부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우유와 커피 등 주요 식품의 물가를 품목별로 집중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이런 움직임에 식품·외식 업계는 반발하는 모양새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일부 원재료 가격이 하락했더라도 통조림 가격에는 기름 같은 부재료 가격 인상이나 인건비 상승 등이 모두 반영된다”며 “최저임금과 대중교통비를 상승시킨 주체는 정부인데 강하게 물가에 개입하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배추를 판매하고 있다. 뉴스1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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