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라면 내려도 식당 메뉴판은 왜 오르나…11월 과일값도 두 배
원재료 가격상승과 맞물려 식품업체들은 출고 가격을 올리고, 외식업체는 비싼 메뉴판을 제시하면서 소비자들이 겪는 체감 물가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사과와 배 같은 과일 가격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국산 쇠고기와 수입 쇠고기 10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월 대비 각각 3.1%, 0.1% 떨어졌다. 소비자물가는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시중 판매가격을 뜻한다. 반면 식당에서 사 먹는 쇠고기 외식 물가는 2.2% 상승했다. 돼지고기 물가도 0.2% 하락했지만, 삼겹살 외식(2.8%)과 돼지갈비 외식(4.3%) 물가는 올랐다. 물가 당국이 올해 중순 업체들의 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했던 라면 물가는 1.5% 하락했지만, 라면 외식은 6.1% 오름세를 보였다.
주류 제품에서도 격차가 컸다. 지난 10월 소주(0.4%)와 맥주(1%)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였지만, 식당과 주점에서 파는 소주와 맥주 가격은 각각 4.7%, 4.5% 올랐다. 소주 출고가가 한 자릿수 인상되더라도, 식당의 소주 가격은 병당 4000~5000원에서 5000~6000원으로 20%대가량 오르는 유통 구조 탓이다. 주류업계가 10~11월 잇따라 출고가를 인상한 만큼 외식업계 판매 가격은 한 차례 더 뛰어오를 수 있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9일부터 소주 출고가를 7% 올리고, 맥주 출고가는 평균 6.8% 인상한다.
이는 다른 제품군도 마찬가지다. 한 예로 낙농진흥회가 지난달 1일부터 우유에 사용되는 원유 기본가격을 L당 88원(8.8%) 올리자, 10월 우유 물가도 1년 전보다 14.3% 올랐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8월(20.7%) 이후 14년 2개월 만에 최대폭이자 첫 두 자릿수 상승률이다. 분유도 1년 전보다 10.6% 올랐다. 올해 2월(11.6%)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우유·분윳값 상승은 이를 원재료로 하는 빵·과자류 물가까지 연쇄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 실제로 아이스크림값은 지난달 15.2% 오르면서 전달(14%)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역시 2009년 4월(26.3%) 이후 14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빵값은 지난해 11.8% 오른 데 이어 올해도 1∼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0.1%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료비 인상은 외식업체 제품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 2일부터 빅맥 가격을 5200원에서 5300원으로 올렸다. 맥도날드의 가격 인상은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사과 등 일부 과일 가격도 1년 전보다 최대 두 배로 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달 사과(후지·상품) 도매가격이 10㎏에 5만∼5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79.9∼94.2% 올라 두 배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년(3년 평균치) 도매가격과 비교해도 87.2∼102.2% 비싼 수준이다. 배(신고·상품)는 15㎏에 5만3000∼5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68.3∼81%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평년 가격과 비교하면 40.4∼51% 높다. 연구원은 올해 사과와 배는 생산량이 생육 부진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24%, 1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식품 주요 원재료의 세계 시장 가격은 대체로 진정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0.6으로 전월(121.3)보다 0.5% 내렸다. 지난달 설탕 가격지수는 159.2로 2.2% 하락했다. 주요 생산국인 브라질 내 에탄올 가격 하락 등이 원인이 돼 국제 설탕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됐다. 곡물 가격지수도 125로 1% 떨어졌다. 미국에서 밀 수확량이 예상치보다 증가함에 따라 국제 시장 가격이 하락했고, 쌀은 세계적인 수요 감소 추세가 반영됐다.
한편 최근 물가가 빠르게 오르자 정부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우유와 커피 등 주요 식품의 물가를 품목별로 집중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이런 움직임에 식품·외식 업계는 반발하는 모양새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일부 원재료 가격이 하락했더라도 통조림 가격에는 기름 같은 부재료 가격 인상이나 인건비 상승 등이 모두 반영된다”며 “최저임금과 대중교통비를 상승시킨 주체는 정부인데 강하게 물가에 개입하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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