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작은 유령'이냐"…태국 '한국여행 보이콧' 불지른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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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서 "韓 가지 말자"
지난달부터 태국 네티즌 사이에선 '한국 여행 금지'라는 해시태그가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9월 태국의 한 유명 인플루언서가 한국을 찾았다가 "아무런 이유 없이 구금된 뒤 태국으로 돌려보내졌다"고 토로한 게 도화선이 됐다.
5일 방콕포스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과 소셜 미디어에 따르면 최근 태국 네티즌들 사이에선 "신원을 증명하기 위해 아무리 많은 서류를 제출해도 한국에 들어가지 못했다", "한국행 티켓에 쓴 돈이 아깝다", "환영받을 수 있는 다른 곳으로 가겠다" 등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과 태국은 1981년부터 사증 면제 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에 현재 태국인은 비자 없이도 한국에 올 수 있다. 대신 관광객의 경우 전자여행허가(K-ETA)를 미리 신청하게 되는데, 온라인으로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허가를 받으면 3년 이내에 횟수 제한 없이 한국 입국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K-ETA를 받은 태국 관광객 중에서도 "막상 한국에 갔더니 별다른 이유 없이 입국이 막혔다"는 경험담이 확산하고 있다.
물론 K-ETA를 받았더라도 실제 입국 심사 시 입국 목적이 제대로 소명되지 않는 경우에는 입국이 불허될 수 있다. 외국인의 출입국 허가는 각국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또한 K-ETA 상 간소화된 절차만으로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최근 태국인의 국내 입국과 관련해 별다른 제도나 지침 변경이 없었는데도, 유독 온라인 상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내에선 "코로나 19가 잦아든 이후 태국인 관광객의 한국행이 늘어난 가운데 일부 인플루언서의 입국 거부 경험이 소셜미디어에서 일파만파 퍼지면서 상황이 왜곡되고 확대됐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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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자 강조한 법무부
하지만 이와 별개로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부상할 수 있는 사안에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가 적절하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태국 관광객 입국 불허 논란이 거세지자 법무부는 지난 3일 설명 자료를 내고 국내 태국인 불법체류자(불체자) 문제를 지적했다. 법무부는 설명 자료에서 "태국인 불체자 수는 2015년 약 5만 2000명에서 지난 9월 기준 15만 7000명으로 최근 8년간 3배 늘었다"며 "국내에 체류하는 전체 태국인 중 78%가 불법 체류 상태"라고 설명했다. "2016년 이후 태국이 불체자 통계에 있어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다.
이재유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태국인) 불법 체류를 줄이기 위해 입국 불허를 많이 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무부는 그러면서도 "특정 국가를 겨냥해 심사를 강화한 적은 없다"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실제 국내 태국인 불법 체류자 문제는 2019년 법무부와 태국 노동부 간에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할 정도로 양국 간에 장기적으로 다뤄온 현안이다. 하지만 최근의 논란은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한국에 오고 싶어하던 선의의 관광객까지 피해를 본다"는 게 핵심이다. 한류나 한국 기업의 현지 활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보이콧 맞불'까지 붙은 상황에서 당장 불체자 문제부터 꺼내 공개적으로 부각하는 법무부의 접근법에 대해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태국과의 양자 관계를 관리하는 외교부와 출입국 문제를 관리하는 법무부 간 엇박자로 보일 소지도 있다.
태국에선 한국 내 태국인 불법 체류자를 '작은 유령'이라고 부르는데, 온라인상에선 이미 "비행기 값과 호텔비를 낸 사람들까지 퇴짜를 맞는 상황은 '작은 유령' 문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작은 유령' 중 누가 과연 콘서트 티켓까지 사서 한국에 오겠느냐" 등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태국 총리까지 나서…조만간 협의
논란이 확산하자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까지 나서 지난 1일 "태국인의 한국 입국이 자꾸만 거부되는 현상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후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은 지난 3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제4차 한-태국 정책협의회’에서 사란 차런수완 외교부 사무차관과 만나 조만간 양국 간 영사국장회의를 열어 협의하기로 했다.
동남아는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지역이자 최근 한류 열풍의 거점이다. 자칫 한국 출입국을 둘러싼 오해가 양국 관계의 악재로 비화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 관리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지난 3월 내수 활성화를 위해 발표한 K-ETA 면제 대상 22개국에 태국을 비롯한 대부분 동남아 국가는 제외되면서, 동남아에선 '한국 여행의 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불만이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유독 높은 태국인 불체자 문제를 보다 근본적인 측면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과는 별개로 태국인 대상 입국 심사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이를 위해 출입국 문제와 관련한 양국 간 소통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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