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서 30분 거리, 함께 어울려요"…시골초 합창단 거리공연 나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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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부귀초 ‘꿈드림 합창단’ 공연
지난 4일 전북 전주시 송천동 에코시티 세병공원. 진안 부귀초등학교 3~6학년 학생 23명으로 구성된 ‘꿈드림 합창단’이 거리 공연을 펼쳤다. 합창단은 이 학교 유경수 교사가 작사·작곡한 ‘우리가 할 수 있어요’ 등 모두 7곡을 불렀다. 선곡 목록에는 ‘풀꽃의 노래’도 포함됐다. 이날 사회를 맡은 부귀초 정성우 교장은 “언제, 어디서든 강인하게 피어나는 풀꽃처럼 우리 아이들도 각각의 향기를 지닌 어른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선곡했다”고 소개했다.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인근 아파트 주민 등 관객 60여 명이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부귀초 합창단은 도내 각종 동요대회에서 상을 받는 등 수준급 실력을 자랑한다고 전북교육청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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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친구 데려오기 위해 의기투합”
이날 거리 공연은 과밀 학급에 시달리는 도시 친구들을 부귀초로 데려오기 위해 교사·학부모·학생이 의기투합해 진행한 행사다. 1928년 문을 연 이 학교는 2015년 학생 수가 100명을 넘었지만, 현재는 3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전주시 송천동·전미동·호성동 일원(198만㎡)에 대규모 아파트촌이 들어선 에코시티는 2018년 입주 시작 이후 3만명 이상이 산다. 현재 진안군 인구(약 2만4500명)보다 많다. 에코시티 내 전주 화정초·자연초 학생 수는 각각 1700명, 1600명을 넘어 과밀 현상이 심각하다.
이날 버스킹 무대 한 켠엔 부귀초 홍보 영상도 상영됐다. 소수 학급을 감안한 맞춤형 교육과 체험학습이 강점이란 내용이다. 공연 전엔 ‘부귀초 입학생·전입생 모집’ 플래카드가 붙은 버스가 에코시티 일대를 돌아다녔다. 에코시티에서 차로 30~35분만 가면 부귀초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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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 간 전학·입학 허용도 호재”
부귀초는 올해 학교 알리기에 더욱 안간힘을 써왔다. 지난 5월 8일~12일엔 에코시티 초등학생 28명을 진안으로 불러 재학생과 함께 생활하며 체육·미술·음악 등을 함께 배우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난달 25일에 이어 오는 7일엔 전주시 학부모·학생을 초대하는 ‘학교 방문의 날’을 열 예정이다.
부귀초는 내년에 전주 자연초와 ‘어울림학교’가 된다. 9년 전 도입된 어울림학교는 공동통학구를 지정,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학교에서 농어촌 지역 작은 학교로 학생 전·입학을 허용하는 제도다. 기존엔 같은 시·군 안에서만 전·입학이 가능했으나 내년부턴 시·군 간 경계를 허물어 ‘광역형 어울림학교’로 확장된다. 현재 139개교에서 내년 141개교로 늘리면서 두 학교가 포함됐다. 어울림학교로 지정되면 교육청에서 통학 버스와 정규 교원 배치 등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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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군, 77억 들여 농촌 유학 지원
전북미래학교(혁신학교)인 부귀초는 내년엔 ‘아토피 안심학교’로도 지정된다. 진안군·전북교육청으로부터 아토피 관련 예방 교육과 급식 관련 예산을 지원받는다. 현재까지 아토피 안심학교는 전북에선 진안 조림초와 부귀중 두 학교뿐이다.
정성우 교장은 “학교가 없으면 농촌에 누가 살겠느냐”라며 “학생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안군도 학교 살리기에 적극적이다. 현재 부귀초 뒤편에 47억원을 들여 가족 체류형 농촌 유학 주거시설을 짓고 있다. 2층짜리 건물 9채로, 총 18세대가 2025년부터 살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또 인근엔 30억원을 투자해 학생커뮤니티센터·실내체육시설 등 기초 생활 거점도 조성 중이다.
타 시·도에서 전북으로 농촌 유학을 오는 학생에게 1인당 매월 50만원(전북교육청 30만원, 전북도 20만원)을 주는 혜택도 있다.
전주·진안=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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