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황희찬 질주 거침 없다…6연속 공격포인트→드리블 1위까지

나승우 기자 2023. 11. 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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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황소' 황희찬의 거침 없는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6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하는 동시에 드리블 등 세부 지표까지 최상위를 달리고 있다.

황희찬은 2021년 여름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에 입단해 프리미어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분데스리가 소속 라이프치히에서는 힘겨운 시간들이 이어졌지만 이적 첫 시즌 5골 1도움을 기록하면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울버햄프턴도 임대 형식으로 데려왔던 황희찬을 완전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황희찬은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더욱 열정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입단 2번째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에는 부상에 발목 잡혔다. 출전 시간도 줄어들었고, 공격 포인트 또한 3골 1도움으로 첫 시즌에 미치지 못했다.

시즌 개막 전 이적시장이 진행 중이었을 때만 해도 황희찬은 울버햄프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이적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훌렌 로페테기 감독이 돌연 사임하면서 거취가 불분명해졌다.

실제로 황희찬은 지난 시즌 초반엔 출전 시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로페테기 감독이 온 뒤 능력을 인정받아 출전 시간을 늘려갔다. 로페테기 감독은 특히 황희찬이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에서 결승포를 넣어 한국을 16강으로 이끈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황희찬 스스로 두 차례 부상을 당하다보니 교체 투입이 많긴 했지만 지난 시즌 총 27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론 로페테기 감독의 믿음이 주요했다.

그런 로페테기 감독이 돌연 팀을 떠나면서 황희찬의 거취도 불투명해졌다. 황희찬도 마침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터라 이적할 가능성이 커졌다.

조세 무리뉴의 AS 로마(이탈리아)나 같은 잉글랜드 클럽인 리즈 유나이티드가 황희찬에게 꾸준히 관심을 보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희찬은 포기하지 않았다.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철저한 몸 관리와 식단 조절을 병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시즌 울버팸흐턴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리그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6골과 2개의 도움을 올리면서 이적 후 최다 공격포인트를 생산하고 있다.

새 감독 게리 오닐이 부임한 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개막전에서 교체 출전했던 황희찬은 세계적인 맨유 수비진을 앞에 두고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눈도장을 남겼다. 황희찬은 후반 추가시간 가까운 포스트를 향해 왼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슈팅이 완-비사카 발을 맞고 굴절돼 골대 옆그물을 때려 아쉬움을 삼켰다.

시즌 첫 골은 빠르게 터졌다. 지난 8월 홈에서 열린 브라이턴과의 리그 2라운드 맞대결서 득점에 성공했다. 팀이 1-4로 패해 빛이 바랬지만 유일한 골을 기록하며 해결사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경기도 선발이 아닌 교체 출전이었다. 후반 10분 교체 투입된 황희찬은 투입 5분 만에 득점을 터뜨렸다. 함께 교체로 들어갔던 파블로 사라비아가 오른쪽 코너킥을 올렸고 볼이 반대편에 있던 황희찬에게 배달되자 그의 헤더가 원정팀 골망을 출렁였다. 비디오판독(VAR)에 곧장 들어갔으나 황희찬의 골로 인정됐다. 시즌 첫 골이었다.

그러자 입지가 조금씩 달라졌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황희찬 영입설이 나왔지만 울버햄프턴이 단칼에 거절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볼프스부르크가 황희찬을 다시 분데스리가로 데려오길 원하고 있다"라고 황희찬에 대한 볼프스부르크의 관심을 전했으나 구단 전담 기자 리암 킨은 자신의 SNS를 통해 "황희찬에 대한 팀들의 관심 보도는 거의 없지만, 울버햄프턴은 그를 판매 대상으로 안 보고 있다. 그와 마리오 레미나 같은 주요 선수 판매를 울버햄프턴이 고려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입찰 금액이 필요할 것이다"라며 황희찬이 울버햄프턴 내에서 핵심 선수라고 밝혔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로마, 리즈 이적설과 연결됐을 때와는 구단 대응이 확실히 달라진 것이다. 조금씩 기회를 잡아가던 황희찬은 4라운드와 5라운드에서는 2경기 연속골을 달성했다. 크리스털 팰리스와 리버풀을 상대로 헤더골을 터뜨리며 절정의 골 감각을 뽐냈다. 하지만 2경기 모두 울버햄프턴이 패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고질병이었던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뒤 짧은 휴식 후 팰리스전을 통해 복귀전을 치렀던 황희찬은 후반 15분 교체 투입돼 5분 뒤 득점을 기록했다.

후반 20분 프리킥 상황에서 네투의 킥을 어깨로 받아넣었다. 핸드볼 파울이 불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VAR 판독으로도 문제 없이 득점이 인정됐다. 황희찬의 골로 울버햄프턴이 경기 균형을 맞췄다. 황희찬은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동료들과 기쁨을 함께 나눴다. 브라이턴전에 이어 2연속 발이 아닌 머리와 몸으로 득점했다.

브라이턴전에서도 교체 투입 후 5분 만에 헤더로 득점을 터뜨린 황희찬은 이번 경기에서도 교체 투입 후 5분 만에 머리로 득점포를 쏘아올리며 울버햄프턴의 신무기임을 알렸다.

리버풀을 상대로는 선발 출전해 전반 7분 선제골을 폭발했다. 리버풀 공격을 차단한 울버햄프턴은 왼쪽 측면에 있던 네투가 60여m를 질풍처럼 드리블한 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상대 수비 3명을 순식간에 제치고 반대편으로 낮게 크로스했다. 이 때 황희찬이 달려들어 골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대각선 슛을 쐈다.

리버풀 골문을 지키는 브라질 출신 월드클래스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가 재빨리 황희찬의 슛을 막았으나 볼은 이미 골라인을 넘어간 뒤였다. 황희찬은 일찌감치 골을 확인한 듯 홈팬 앞으로 뛰어가며 펄쩍펄쩍 뛰고 주먹을 치켜드는 등 세리머니를 마음껏 펼치고 환호했다.

리그컵에서도 날아올랐다. 입스위치를 상대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전반 4분 입스위치 페널티박스 아크 정면에서 패스를 받은 황희찬은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슛을 시도했고, 슈팅이 골문 안으로 정확히 꽂히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황희찬은 이후에도 빠른 드리블 돌파와 날카로운 크로스 등을 선보이며 꾸준히 울버햄프턴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했다. 

7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는 전 세계에 황희찬이라는 이름을 알렸다. 맨시티 경기 전까지 3골을 넣으면서 울버햄프턴 핵심으로 떠오른 황희찬은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의 눈에도 들어왔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경기를 앞두고 경계해야 할 선수를 언급하면서 황희찬의 이름을 순간 잊어버리고 '더 코리안 가이'라고 말한 것이 큰 화제가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황희찬 이름을 몰랐던 것이 오히려 기회가 됐다. 황희찬은 맨시티전에서 2-1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경기 주인공이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물론 전 세계에 코리안 가이가 아닌 황희찬이라는 이름을 똑똑히 새겼다.

황희찬이 맹활약하자 적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그를 잊지 않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Hwang(황)'이라고 분명히 발음하며 울버햄프턴 승리에 축하를 보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황과 마테우스 쿠냐 같은 선수들에게 공이 전달된 후 계속 돌파를 허용하면 위험하다"며 "충분히 선수들에게 경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울버햄프턴 선수들은) 강하다"고 전하며 승자를 향한 박수를 보냈다.


이어진 8라운드 애스턴 빌라전에서도 득점에 성공하며 1-1 무승부를 이끈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그가 발표한 골 전환률이 가장 높은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축구 통계 전문 업체 옵타는 "황희찬의 xG(기대득점)값은 1.2인데 무려 5골을 넣었다. 3.8골이나 효율적인 모습을 보였다"라면서 "프리미어리그에서 기대 득점보다 실제 득점이 많은 선수"라고 전했다. 이어 프리미어리그도 "황희찬은 이번 시즌 5골 이상 넣은 선수 중 슈팅 대비 골 전환율이 가장 높다. 11개의 슈팅을 시도해 5골을 넣어 41.7%의 골 전환율을 보여줬다"고 조명했다.

이어진 본머스전을 통해 시즌 1호 도움을 적립하며 승리에 앞장섰다. 영국 매체 버밍엄 라이브는 본머스전 울버햄프턴 선수들의 활약상에 대해 평점을 매기며 황희찬에 대해 평가했다. 매체는 황희찬에게 팀 내 가장 높은 7점을 부여하며 "황희찬은 루이스 쿡의 리액션을 이끌어내며 본머스를 10명으로 줄인 상황에서 칼라이지치의 결승골을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순간은 선사했다"라며 황희찬의 이날 경기 도움과 퇴장 유도를 모두 칭찬했다.

황희찬의 이날 도움은 의도된 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극장골이었다. 오닐 감독은 "황희찬과 쿠냐의 위치를 바꿨다. 쿠냐의 골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고 전한 뒤 "교체 투입된 칼라이지치 또한 쿠냐의 자리에서 좋은 골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이는 쿠냐와 황희찬의 위치를 순간적으로 바꾸며 칼리아지치와 황희찬이 중앙에서 호흡을 맞추도록 도왔다는 의미다.

강호 뉴캐슬과의 경기에서는 환상적인 슛 페인팅으로 동점골을 넣으며 2-2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이 골로 황희찬은 구단 역사상 최초로 홈 6경기 연속골에 성공한 선수가 됐다. 동시에 팀 내 최다 득점자로 올라섰다.

또한 구단 레전드 데릭 두건 이후 50년 만에 개막 후 10경기에서 6골을 넣은 선수로 등극했다. 북아일랜드 출신 공격수였던 두건은 190cm의 장신 공격수로 울버햄프턴 소속으로 323경기 123골을 기록해 지난 2011년 구단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드다. 황희찬이 레전드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나아가 프리미어리그 공식 10월 이달의 골 후보에도 선정됐다. 지난 2일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8개의 이달의 골 후보를 발표하면서 황희찬이 뉴캐슬을 상대로 득점한 골을 포함시켰다.

황소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5일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는 다시 도움 한 개를 기록하면서 거침없이 내달렸다. 비록 팀이 1-2로 패하긴 했으나 리그 5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리그컵 경기까지 포함하면 공식전 6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다.

사샤 칼라이지치, 마테우스 쿠냐와 함께 최전방 3톱으로 선발 출격한 황희찬은 0-1로 뒤지던 후반 44분 교체 투입된 벨레가르드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박스 안쪽으로 올라온 크로스를 황희찬이 감각적인 패스로 박스 정면에 연결시켰고, 이를 확인한 벨레가르드가 공을 잡은 뒤 오른발 감아차기를 시도했다. 벨레가르드의 발을 떠난 공은 수비 사이를 뚫고 셰필드 골망을 흔들었다.

셰필드를 상대로 풀타임을 뛴 황희찬은 패스 성공 27회, 기회 창출 4회, 슈팅 1회, 도움 1회, 드리블 성공 2회, 공 경합 성공 3회, 공 소유권 회복 2회 등을 기록했다. 공수 양면 부지런히 활약하며 또다른 에이스 페드루 네투가 빠진 상황에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기회를 창출하는 등 플레이메이킹 능력까지 선보였다.


또한 프리미어리그 전체를 통틀어 드리블 성공률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 통계 매체 디아더14는 셰필드전 전인 10라운드까지를 기준으로 프리미어리그 선수 드리블 성공률을 공개했다. 최소 18회 이상 시도한 선수만 포함된 가운데 황희찬은 23회의 드리블을 시도해 16회를 성공, 성공률 69.9%로 동료인 넬송 세메두와 함께 1위에 올랐다.

득점, 도움 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스탯도 착실히 쌓아가고 있는 황희찬의 질주가 거침 없다.

사진=AP, PA Wire/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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