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대학간다” 늦깎이 수험생들의 수능 열기
곽경근 2023. 11. 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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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서 학교 다니는 6년 동안 조퇴는 물론 지각도 한번 안했어요. 특히 대학가면 영어공부 열심히 해서 미국에서 국제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손녀와 영어로 통화하는게 제 목표에요" 일성여자고등학교 3학년 김정자(83) 할머니는 선생님의 수업 내용을 꼼꼼하게 받아 적으며 당찬 포부를 밝힌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2주 앞둔 지난 3일, 마포구에 자리한 늦깎이들의 배움터 일성여자중고등학교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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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2주 앞둔 만학도 배움터 일성여고 고3 교실 찾아
- 학습 열기 일반 고3 교실 못지 않아
- 교육에서 소외되었던 여성에게 ‘배움의 한’ 풀어줘
- 학비전액 무료, 국가 장학생
- 대부분 원하는 대학 진학
- 이미 수시합격자도 많아
- 40대에서 80대까지 책가방 맨 1050명 여성들
- 뒤늦게 찾아온 배움의 기회, 하나같이 초롱초롱한 눈망울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2주 앞둔 지난 3일, 마포구에 자리한 늦깎이들의 배움터 일성여자중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올해 수능일은 11월 16일이다.
영어 수업시간 볼펜 색깔을 바꿔가며 열심히 필기 하던 황금자(65) 학생은 “남편과 아들이 대학만 들어가면 4년 등록금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대학에 가면 열심히 공부도 해야겠지만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싶다. 기대가 크다. 경북 상주에서 9남매 중 맏딸로 태어나 동생들 공부시키느라 나만 학교를 못 다녔다. 이제는 가슴 속 한이 다 풀어졌다”고 말했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6,25 전쟁 중인 1952년 야학으로 시작해 1953년 일성고등공민학교로 학교의 틀을 갖춘 후 70여년 시간동안 수많은 졸업생들을 배출해왔다. 어린시절, 가난한 살림 때문에 또는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배움의 때를 놓쳐 못 배운 한을 품고 평생을 살아왔던 여성들에게 ‘패자부활전’을 통해 자신감 넘치는 제2의 인생을 펼쳐주는 고마운 학교이다.
평생사회교육의 주도적 산실로 자리잡아온 일성여자상업학교는 개교 48년만인 2000년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마침내 일성여자중고등학교로 정식 학력 인정을 받았다. 이 학교는 학비도 전액 무료여서 모두 국가장학생인 셈이다. 매년 정원이 넘쳐 입학하려는 대기자도 많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등 6년 과정을 4년으로 단축해 학업을 마친다. 따라서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국사 등 부족한 수업시간을 채우기 위해 토요일도 수업을 하고 방학도 2주에 불과해 공부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배움의 목마름이 심했고 꿈에 그리던 대학 진학을 위해서 이들에게 빡빡한 수업일정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아 보였다.
일성학교는 정규 커리큘럼 외에 인성교육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시낭송, 합창, 국악, 영어회화, 영어연극, 한자공부, 글짓기, 컴퓨터, 노래교실, 웃자 동아리 등 다양한 특별 활동반을 운영해 각자의 취미와 특기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이 학교 강래경 교사는 “우리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사회복지과, 조리학과, 의상학과, 부동산학과, 주얼리디자인 등 학생 특성에 맞춰 진학한다‘면서 ”의외로 대학 입학 시 성적은 낮아도 사회 경험도 풍부하고 성실히 공부해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 어린학생들도 어른들이 학구열이 높고 모범을 보여 대부분 좋아한다“며 본교 어른 학생들을 자랑했다.
일성여고 학생들은 정시로도 대학에 진학하지만 대부분 수시 전형을 통해 대학에 간다. 3학년이 되면 학기 초부터 교사와 상담을 하며 학교와 학과 선정에 들어간다. 주로 ‘만학도 전형’이 있는 학교를 중심으로 입시 전략을 세운다. 또 자기 소개서 쓰기 등 대학 면접 연습도 꾸준히 한다.
물론 이 학교 학생들이 모두 대학에 진학하지는 않는다. 늦은 나이에 젊은 학생들과 경쟁하며 대학 공부를 따라가는 것이 힘들고 비싼 등록금과 건강상 이유로 올해도 250여명의 학생 중 100여명만 대학에 수시 원서를 제출했다.
일성여고에서 최고령인 강현례(85) 학생 역시 “이제 나이도 있고 고등학교 졸업장만으로도 충분히 평생의 한을 풀었다. 비록 대학에 가지 않지만 졸업하기 전 마지막 수업까지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선재 교장은 “‘학교이름은 구한말 이준 열사의 호에서 따왔다. ‘천하에 제일 위험한 것은 무식이요, 또 천하에 제일 위험한 것은 불학이라’, ‘삼천리 방방곡곡에 삼천 개의 학교를 세워 글 모르는 사람이 없게 해야 한다’는 ‘일성’ 이준 열사의 교육 방침을 실천하고 교육의 참된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ㅎ
- 학습 열기 일반 고3 교실 못지 않아
- 교육에서 소외되었던 여성에게 ‘배움의 한’ 풀어줘
- 학비전액 무료, 국가 장학생
- 대부분 원하는 대학 진학
- 이미 수시합격자도 많아
- 40대에서 80대까지 책가방 맨 1050명 여성들
- 뒤늦게 찾아온 배움의 기회, 하나같이 초롱초롱한 눈망울
“공부가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서 학교 다니는 6년 동안 조퇴는 물론 지각도 한번 안했어요. 특히 대학가면 영어공부 열심히 해서 미국에서 국제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손녀와 영어로 통화하는게 제 목표에요”
일성여자고등학교 3학년 김정자(83) 할머니는 선생님의 수업 내용을 꼼꼼하게 받아 적으며 당찬 포부를 밝힌다.
일성여자고등학교 3학년 김정자(83) 할머니는 선생님의 수업 내용을 꼼꼼하게 받아 적으며 당찬 포부를 밝힌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2주 앞둔 지난 3일, 마포구에 자리한 늦깎이들의 배움터 일성여자중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올해 수능일은 11월 16일이다.
비록 운동장도 없고 1050여명의 학생들을 수용하기에는 시설이 협소해보였지만 평균 연령이 60대 중반인 여성들의 배움에 대한 열기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않아 보였다. 특히 수능이 코앞에 다가온 고3 교실에서는 배우려는 학생이나 한 문제라도 더 풀어주려는 선생님의 열강으로 50분의 수업시간이 짧기만 하다.
영어 수업시간 볼펜 색깔을 바꿔가며 열심히 필기 하던 황금자(65) 학생은 “남편과 아들이 대학만 들어가면 4년 등록금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대학에 가면 열심히 공부도 해야겠지만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싶다. 기대가 크다. 경북 상주에서 9남매 중 맏딸로 태어나 동생들 공부시키느라 나만 학교를 못 다녔다. 이제는 가슴 속 한이 다 풀어졌다”고 말했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6,25 전쟁 중인 1952년 야학으로 시작해 1953년 일성고등공민학교로 학교의 틀을 갖춘 후 70여년 시간동안 수많은 졸업생들을 배출해왔다. 어린시절, 가난한 살림 때문에 또는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배움의 때를 놓쳐 못 배운 한을 품고 평생을 살아왔던 여성들에게 ‘패자부활전’을 통해 자신감 넘치는 제2의 인생을 펼쳐주는 고마운 학교이다.
평생사회교육의 주도적 산실로 자리잡아온 일성여자상업학교는 개교 48년만인 2000년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마침내 일성여자중고등학교로 정식 학력 인정을 받았다. 이 학교는 학비도 전액 무료여서 모두 국가장학생인 셈이다. 매년 정원이 넘쳐 입학하려는 대기자도 많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등 6년 과정을 4년으로 단축해 학업을 마친다. 따라서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국사 등 부족한 수업시간을 채우기 위해 토요일도 수업을 하고 방학도 2주에 불과해 공부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배움의 목마름이 심했고 꿈에 그리던 대학 진학을 위해서 이들에게 빡빡한 수업일정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아 보였다.
일성학교는 정규 커리큘럼 외에 인성교육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시낭송, 합창, 국악, 영어회화, 영어연극, 한자공부, 글짓기, 컴퓨터, 노래교실, 웃자 동아리 등 다양한 특별 활동반을 운영해 각자의 취미와 특기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이 학교 강래경 교사는 “우리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사회복지과, 조리학과, 의상학과, 부동산학과, 주얼리디자인 등 학생 특성에 맞춰 진학한다‘면서 ”의외로 대학 입학 시 성적은 낮아도 사회 경험도 풍부하고 성실히 공부해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 어린학생들도 어른들이 학구열이 높고 모범을 보여 대부분 좋아한다“며 본교 어른 학생들을 자랑했다.
일성여고 학생들은 정시로도 대학에 진학하지만 대부분 수시 전형을 통해 대학에 간다. 3학년이 되면 학기 초부터 교사와 상담을 하며 학교와 학과 선정에 들어간다. 주로 ‘만학도 전형’이 있는 학교를 중심으로 입시 전략을 세운다. 또 자기 소개서 쓰기 등 대학 면접 연습도 꾸준히 한다.
물론 이 학교 학생들이 모두 대학에 진학하지는 않는다. 늦은 나이에 젊은 학생들과 경쟁하며 대학 공부를 따라가는 것이 힘들고 비싼 등록금과 건강상 이유로 올해도 250여명의 학생 중 100여명만 대학에 수시 원서를 제출했다.
일성여고에서 최고령인 강현례(85) 학생 역시 “이제 나이도 있고 고등학교 졸업장만으로도 충분히 평생의 한을 풀었다. 비록 대학에 가지 않지만 졸업하기 전 마지막 수업까지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선재 교장은 “‘학교이름은 구한말 이준 열사의 호에서 따왔다. ‘천하에 제일 위험한 것은 무식이요, 또 천하에 제일 위험한 것은 불학이라’, ‘삼천리 방방곡곡에 삼천 개의 학교를 세워 글 모르는 사람이 없게 해야 한다’는 ‘일성’ 이준 열사의 교육 방침을 실천하고 교육의 참된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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