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찰위성 발사' 날 잡았나… 오는 18일 '미사일 공업절' 제정
북한이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11월 18일을 '미사일공업절'로 제정했다. 10월 중 재발사를 공언했다 미뤄진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 등 군사적 도발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5일 최고인민회의(한국의 국회격) 상임위원회가 상무회의를 열어 '미사일공업절을 제정함에 관한 문제' 등을 안건으로 상정해 전원 찬성으로 채택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2022년 11월 18일에 대해 "세계적인 핵 강국,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의 위용을 만천하에 떨친 날"이라며 "우리식 국방 발전의 성스러운 여정에 특기할 대사변이 이룩된 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사일공업절 제정은 "우리 국가의 무진 막강한 국력을 더욱 억척같이 다져나갈 조선노동당과 공화국 정부, 온 나라 전체 인민의 확고부동한 의지의 발현"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ICBM '화성-15형' 발사와 동시에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정된 것으로 추정되는 '로케트공업절(11월 29일)'이 있는데도 북한이 새로운 기념일을 지정한 것에 주목했다. 불과 11일 간격으로 미사일 관련 기념일이 나란히 포진하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 매체들은 로케트공업절 제정 5주년인 지난해에도 별다른 언급이나 동향 없이 잠잠했다.
이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경제난으로 주민들이 민생고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국방력 강화를 추동하기 위해 기존 성과를 강조하고 기념일 지정을 통해 새로운 성과를 제도적으로 강제하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 정권이 유일하게 성과를 내세울 수 있는 국방 분야를 통해 내부 결속에 나선 것"이라며 "발사 실패 직후 군사정찰위성 재발사를 예고할 정도로 조바심을 내비치는 김정은의 심리상태를 방증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사일공업절 제정은 군사정찰위성의 3차 발사 일정과 맞물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앞서 두 차례의 위성 발사 실패 뒤 10월 재발사를 예고했지만, 아무런 설명 없이 10월을 넘겼다. 북한은 미사일공업절을 제정하며 화성-17형이 수차례 실패를 거쳤으나 결국 성공한 점을 강조했는데, 이 역시 실패를 거듭 중인 위성 개발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1일 국회 정보위원회가 비공개로 진행한 국정감사 보고에서 "10월로 공언한 (위성)발사일이 미뤄지는 가운데 최근 엔진과 발사장치 점검 등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북한이 러시아에서 기술 자문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성공 확률이 높아질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지난 3일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위성)기술 지원을 얘기했기 때문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에서 구체적 기술 지도가 와서 시간이 지연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북한이 실제로 미사일공업절을 맞아 3차 위성 발사를 시도한다면, 이는 북·러 정상회담(9월 13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러시아의 '원 포인트 레슨'을 받아 기술적 결함을 극복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뜻으로 볼 정황이 상당하다.
일반적으로 인공위성 발사에 사용하는 장거리 로켓은 위성을 보호하는 상단 덮개인 페어링 부분만 탄두로 교체하면 ICBM으로 즉시 전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북한의 위성 발사용 로켓 발사를 ICBM 시험 발사와 동일하게 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한 2016년 3월 당시 "비록 위성 발사나 우주발사체로 규정될지라도" 북한의 발사를 막아야 한다고 콕 짚어 규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밖에 이번 최고인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선 내각 산하에 있는 교육위원회를 다시 교육성으로 개편하기 위해 2010년에 채택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915호의 효력을 없애기로 했고 간석지 건설과 관리에 필요한 법적 요구를 보완할 수 있도록 간석지법 등을 수정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10월에 예고했던 3차 군사정찰위성의 발사가 미뤄지는 것을 두고 나오는 대내외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이달 30일 한국군의 독자 정찰위성 발사 예고에 맞서 한반도에서 우주개발을 포함한 군사적 주도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동신문은 이날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며 "한반도와 지역에 대결과 전쟁의 격랑을 몰아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도 한·미·일 군사협력이 한반도 정세를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뜨릴 수 있는 잠재적 요소"라고 지적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러시아와의 불법 무기 거래와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 등 자신들의 군사적 도발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쌓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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