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예배 중 ‘성찬용 키트’ 사용 괜찮나요?

장창일 2023. 11. 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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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임규일(만성교회) 원로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소속 A노회 가을 정기회에 참석했다가 곤혹스러운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예배당에 들어갈 때 노회 봉사자들이 '성찬용 키트'를 나눠줬고 이를 활용해 성찬식(성례전)이 진행됐던 것이죠.

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임 목사는 "108회 총회에서 별다른 예전적 고민 없이 편리성만 앞세워 성찬용 키트를 활용해 성찬을 하면서 이게 노회로까지 확산한 것 같은데 교회에서도 편하다고 이런 성찬식이 진행된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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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같은 비상 상황도 아닌데…, “성찬의 경건성 잃어서는 안 된다”
임규일 목사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예장통합 A노회의 '성찬용 키트' 모습. 임 목사 제공

최근 임규일(만성교회) 원로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소속 A노회 가을 정기회에 참석했다가 곤혹스러운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예배당에 들어갈 때 노회 봉사자들이 ‘성찬용 키트’를 나눠줬고 이를 활용해 성찬식(성례전)이 진행됐던 것이죠.

코로나19 때 대면 접촉을 피하고자 활용했던 성찬용 키트에는 떡(전병)과 포도주가 들어있습니다. 교인이 수 만 명 모였던 부활절연합예배 때 등 집례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사용된 사례도 있기는 하죠. 2000여명이 모였던 지난 9월 예장통합 108회 총회 때에도 이런 이유로 성찬용 키트를 활용해 성찬식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A노회는 앞선 두 경우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감염병 위험도, 수많은 인원이 모였던 것도 아니었죠.

임 목사는 예전(禮典)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성찬식이 이렇게 가볍게 다뤄져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이 같은 내용을 자신이 가입한 페이스북 ‘예장(통합)목회자’ 그룹에 남겨 동료 목사들과 공유했습니다.

‘성찬식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강단 앞 성찬상에 선 집례자가 기도한 뒤 빵과 포도주를 나누고 이를 먹고 마시는 성찬식이 아니었다”면서 “예배당에 입장하며 개인별로 받은 성찬용 키트에 담긴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는 형식이었다. 심지어 사회자는 ‘성물이 들어있던 상자 안의 비닐과 플라스틱 등을 분리수거 해 달라’고 안내해 쓰레기통에 사용한 성찬 키트가 가득 버려졌다”며 당시 문제를 꼬집었습니다.

그는 “성례전의 전통은 정교회와 로마가톨릭, 개신교 사이에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을 정도로 각자의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런 식으로 진행된 건) 성례전이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를 남겼습니다.

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임 목사는 “108회 총회에서 별다른 예전적 고민 없이 편리성만 앞세워 성찬용 키트를 활용해 성찬을 하면서 이게 노회로까지 확산한 것 같은데 교회에서도 편하다고 이런 성찬식이 진행된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차제에 교단이 성찬에 대한 정확한 신학적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은 로마 가톨릭교회와 성찬에 대한 해석을 달리했고 이 이견은 지금까지 첨예한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성물을 실제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여기는 ‘화체설’을 택하고 있죠. 성찬식 성물이 사제의 축성을 통해 예수님의 살과 피로 실제 변한다는 교리입니다. 1551년 트렌트공의회 이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교리로 사제 없는 곳에서 성찬식을 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개신교는 ‘기념설’을 택합니다. 그리스도가 실제 임재하는 게 아니라 성찬을 통해 그리스도의 죽음을 기념하는 것이라고 보는 교리입니다. 장 칼뱅은 성찬식을 ‘영적 임재’로 봤습니다. 교인들이 떡과 포도주를 믿음으로 받을 때 성령께서 그 떡과 잔을 통해 그리스도의 살과 피의 공로와 능력을 전달한다는 의미를 지녔습니다.

최주훈(오른쪽) 목사가 2018년 서울 중앙루터교회에서 성찬집례를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예배학자들도 성찬식의 엄숙함과 경건함을 지켜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김명실 영남신대 교수는 “떡과 포도주 등 성물은 ‘주님의 식탁’(성찬상)에서 목사가 나눠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입구에서 나눠준 건 분명 안 된다”면서 “개신교가 기념설을 택하더라도 성찬식이 지닌 문법을 파기하는 건 잘못된 행위”로 못 박았습니다.

그는 “목사와 장로 등 교회 지도자들이 모인 노회에서 성찬식 키트를 활용해 성찬식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난센스”라고 했죠.

‘간편한 성찬’이 총회에서 노회로, 또 교회로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건 지양해야 할 것 같은데 ‘성찬용 키트’를 활용한 성찬,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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