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 같은 팀’ 포항 FA컵 제패, 비결은 탈 K리그급’ 김기동 매직
“포항은 변태 같은 팀입니다. 항상 기대 이하로 시작하는데 그걸 이겨내는 우리만의 힘이 있습니다. 경기장에서 드러나는 차이는 오직 실력뿐인데, 그런 면에서 포항은 분명 축구를 잘 하는 팀입니다.”
포항 스틸러스 간판 공격수 겸 주장 김승대는 지난 4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2023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전 직후 우승 비결을 묻는 질문에 ‘포항다운 축구’를 꼽았다. 이날 포항은 선제 실점하며 후반 중반까지 1-2로 쫓겼으나 이후 3골을 몰아쳐 4-2로 승리했다.
지난 2012년과 2013년 이 대회를 2연패 한 포항은 10년 만에 다시금 FA컵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며 환호했다. 통산 5번째 우승. 특히나 포항 창단 50주년에 해당하는 기념비적인 해에 거둔 우승이라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이 느끼는 감동이 더 컸다.
김승대의 언급처럼 포항은 K리그 무대에서 꾸준히 ‘언더독의 반란’을 이끌고 있다. 최근 5년 간 4위→3위→9위→3위→2위(진행 중)로 3차례나 3위 이상의 성과를 냈다. K리그 무대에서 9위에 머문 지난 2021년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준우승을 거두며 아시아를 호령했다.
K리그를 넘어 아시아 클럽 축구 무대를 뒤흔드는 포항 돌풍의 진원지는 단연 사령탑 김기동 감독이다. 핵심 선수를 팔아 다음 시즌 선수단 운영 자금을 마련하는 포항의 시스템 상 매년 시즌 종료 후 주축 선수 중 30%에서 절반가량을 다른 팀으로 떠나보내면서도 포항 특유의 공격적인 전술과 선두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K리그 무대에서 활약 중인 외국인 선수들은 김 감독에 대해 “K리그 한국인 사령탑 중 가장 유럽축구와 비슷한 축구를 구사하는 지도자”라 입을 모은다.
김 감독의 전술은 ‘신들린 듯한 용병술’로 표현 된다. 특히나 후반 중반 이후 그라운드에 투입한 선수들이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해결사 역할을 해내는 경우가 많아 ‘기동 매직’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는 감이나 행운이 아니라 철저히 ‘예습과 복습의 힘’이다. 김 감독은 시즌 중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해외 축구를 일절 보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그는 “그 경기를 볼 시간에 우리 팀 영상과 상대 팀 영상을 한 번 더 들여다보며 맞춤형 전술의 뼈대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시즌 중 김 감독의 눈은 붉게 충혈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밤늦도록 클럽하우스 감독실에 틀어박혀 K리그 경기 영상을 들여다보는 날이 많아서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는 동틀 때까지 영상과 씨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 선수들의 상태를 명확히 파악한 뒤 상대 전술의 특징과 공략 포인트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최신 전술 트렌드 공부는 비시즌에 몰아서 한다. 김 감독은 시즌 일정을 모두 마친 뒤 배낭 하나 짊어지고 유럽으로 건너가 현지에서 경기를 보는 일정을 반복해왔다. 촘촘한 일정으로 최대한 많은 경기를 본 뒤 다음 시즌 포항 전술에 접목할 방법을 연구한다.
2019년 부임 이후 첫 우승을 일군 김 감독의 주가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 2021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이후 K리그를 넘어 아시아가 주목하는 지도자로 거듭났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간 포항 이외의 팀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매년 국내·외 빅 클럽의 러브콜을 받고도 포항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고사했다.
전문가들은 “김기동 감독이 지도자 생활의 2막을 열어야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50주년을 맞은 포항에 값진 FA컵 우승 트로피를 안긴 만큼, 또 한 번의 성장을 위한 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김 감독 영입을 바라는 국내외 빅 클럽만의 요구는 아니다. 많은 축구인들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클린스만 감독 이후 축구대표팀을 맡길 만한 실력파 한국인 감독을 찾아내야 한다”면서 “현재 시점에서 가장 가능성 높은 인물은 단연 김기동”이라 입을 모은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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