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 3년연속 5%대’…정부, MB식 ‘물가관리TF' 가동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식료품ㆍ비주류음료의 물가가 5% 이상 올랐다. 이 추세라면 먹거리 물가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5%를 넘길 전망이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식료품ㆍ비주류음료 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누계비 기준) 상승했다. 누계비 기준 올해 식료품ㆍ비주류음료의 물가 상승률은 6월까지 5% 이상을 유지하다가, 7∼9월 4.9%로 내려왔으나 지난달에 다시 올랐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2019년 0.0%에서 2020년 4.4%로 오른 뒤 ▶2021년 5.9% ▶2022년 5.9%를 기록했다. 지금과 같은 상승률이 어이절 경우 올해까지 3년 연속 5%를 넘기게 된다. 이는 2009∼201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이는 최근 이상기온이 겹치면서 과일ㆍ채소류 등의 가격도 오름세를 보인 여파다. 여기에 곡물ㆍ석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이에 따라 가공식품 등의 가격이 비싸진 영향도 크다.
품목별로 보면 올해 1∼10월 생강이 작년 같은 시기보다 97.0%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다. 당근(33.8%)ㆍ양파(21.5%) 등의 채소류와 드레싱(29.5%)ㆍ잼(23.9%)ㆍ치즈(23.1%) 등의 가공식품도 20% 넘게 올랐다. 과실 중에서는 귤(18.3%), 사과(17.2%)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 등 음식서비스 물가는 더 큰 폭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1∼10월 음식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올랐다. 피자(11.5%)ㆍ햄버거(9.6%)ㆍ김밥(8.9%)ㆍ라면(8.6%) 등이 많이 올랐다. 음식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7.7% 올라 1992년(10.3%)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먹거리 물가의 오름세는 저소득 계층에게 부담이 크다. 2021년부터 지난 2분기까지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식료품ㆍ비주류음료에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25만8000원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월평균 처분가능소득(87만9000원)의 29.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음식서비스(식사비)로 지출한 금액(13만1000원)까지 더하면 1분위 가구는 식비로 월평균 39만원(44.4%)을 지출했다. 식비 지출이 처분가능소득의 절반에 달하는 것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식비 비중은 ▶소득 2분위 25.7% ▶3분위 22.4% ▶4분위 19.8% ▶5분위 14.5% 등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컸다.
정부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우유와 커피 등 주요 식품의 물가를 품목별로 집중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개 주요 품목의 담당자를 지정해 물가를 전담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관리 대상은 서민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라면ㆍ빵ㆍ과자ㆍ커피ㆍ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과 국제가격이 작년보다 35% 오른 설탕, 원유(原乳) 가격 인상 여파로 가격이 상승한 우유까지 모두 7가지 품목이다.
지난 2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든 부처가 물가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할 것”이라면서 각 부처 차관이 물가 안정책임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회의에서 주요 식품의 담당자를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방식은 11년 전 이명박(MB) 정부 시절과 비슷하다. 2012년 정부는 ‘물가안정 책임제’를 시행하면서 1급 공무원이 서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품목의 물가 관리를 책임지도록 했다.〈중앙선데이 11월4일 2면〉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물가 안정에 협조해달라”면서 사실상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일부 전문가도 정부가 개별 품목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많은 국가가 물가 상승 시에는 그렇게(가격 통제) 하고 싶어 하지만 성과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업계에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한다기보다는 기업에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의견을 듣고 할당관세나 다른 지원으로 어려움을 해소해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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