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친구 버린 인간…“언젠간 자신들도 버림받을 것”
사막여우·사바나왕도마뱀 등 50여 종 보호
2021년 개장…2년 만에 수용 한계 60%
조도순 “외래 동물 방사는 생태계 파괴”
삼각형 얼굴에 까만 눈, 쫑긋하게 솟은 머리보다 더 큰 귀가 귀여운 사막여우는 우리에게 ‘어린 왕자’의 친구로 널리 알려진 동물이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작품 ‘어린 왕자’에서 사막여우는 “가장 중요한 건 보이지 않는다”는 말로 관계와 존재에 대해 어린 왕자에 많은 깨달음을 준 친구다.
현실의 사막여우는 소설 속 사막여우와 닮았다. 국제 멸종위기종 2급으로 존재 자체가 매우 귀한 것은 물론이고 결국 인간(어린 왕자)에게 버림받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소설에서 어린 왕자는 자신이 길들인 장미꽃을 책임지기 위해 결국 사막여우 곁을 떠난다. 현실 속 인간들은 자신의 ‘편의’를 위해 자신이 길들였던 사막여우를 버리고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르면 생물 3만 8700여 종의 야생 동식물에 관해 수입·수출·재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에서 밀수·유기한 멸종위기종을 임시 보호하는 국립생태원 CITES 시설에는 현재 53종 268마리가 머물고 있다. 애초 441마리가 들어왔으나 173마리가 폐사했다.
이곳에 들어오는 멸종위기 생물은 주로 밀수하거나 기르다가 버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번 ‘악어 소동’이 있었던 경북 영주시에서 포획한 사바나왕도마뱀도 누군가 키우다 유기한 것으로 추정한다.
밀수로 들어온 멸종위기 생물은 대부분 동남아 불법 증식장에서 돈을 목적으로 들여온다. 국립생태원 CITES 시설에 있는 사막여우 역시 2014년 밀수로 들여오다 세관에 적발된 사례다. 당시 인터넷을 통한 사막여우 거래가 빈번했다고 한다.
인간이 기르다 버리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 병이 들거나 예상보다 몸집이 커져 키우기 힘들게 되자 더 이상 돌보지 않는 것이다. 이 경우 대부분 자연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 죽지 않더라도 이들 생물이 가진 질병이 다른 고유 동식물을 감염시키는 등 악영향을 준다. 심각하게는 생태계 교란까지 일으킨다.
현행 야생생물법은 CITES 생물을 도입하려면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밀수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21년 개원한 지 2년여 만에 국립생태원 CITES 멸종위기종 수용 범위는 60%를 넘어섰다. 일종의 임시 시설이다 보니 늘어나는 멸종위기종을 영구적으로 기를 수는 없다.
국립생태원에서는 이들 멸종위기종을 치료하고 성장시켜 국내 허가받은 동물원이나 해당 동물의 모국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물론 절차가 까다롭고 인수 전염병 등 질병 문제로 이런 과정도 쉽지 않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수의사)은 “밀수돼 적발된 동물을 CITES 보호시설로 옮기기 위해서는 서류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기다리지 못하고) 열흘 만에 죽어 버린다”면서 “공항에 (임시보호) 시설을 구축해 (동물들을) 집어넣고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생태원은 보호시설이 100% 포화할 때를 대비해 CITES 동물을 인계할 수 있도록 공영동물원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CITES 동물을 인수하게 되는 동물원은 이들을 전시하면서 밀수·유기 예방을 위한 교육을 함께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혁 국립생태원 CITES동물관리부장은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밀수가 없어져 보호시설이 있을 필요가 없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도순 국립생태원장은 “키우지 못하는 외래 동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며 방사하는 행위는 생태계 파괴를 유발할 수 있다”며 “교육, 홍보를 통해 이 같은 사례를 국민에게 알리는 게 국립생태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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