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치료법 개발, 보증금부터 내라" 자폐부모 두 번 울린 사기꾼
외국계 의료기기 회사의 한국법인 대표직을 사칭하며 수십억대 투자사기를 벌이다 구속된 40대 여성 제니퍼 정(49)씨가 가족과 공모해 범행을 벌였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경찰이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5일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등에 따르면 경찰은 전문직을 상대로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정씨를 최근 구속한 데 이어 그의 가족인 A씨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미국 국적을 취득한 한국계인 정씨는 2016년~2021년 자신을 미국에 본사를 둔 의료기기 회사의 한국 총판 대표이자 미국 의사라고 소개해 투자자들로부터 43억원 상당의 금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그는 주변인들에게 광주 모 대학병원의 병원장과 사제간이라며 친분을 내세웠고, 병원에서 지나가는 인턴·레지던트들과 인사를 주고받기도 하는 등 진짜 의사처럼 보였다. 자녀의 발달 장애(자폐) 치료로 고생하던 B씨는 정씨에게 의지했고 그에게 자녀의 병원 차트를 보여 주며 상담을 받았다.
정씨는 지난 7~8월 B씨에게 “자폐 치료법이 미국 유명 교수를 통해 개발됐고, 해당 임상실험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실험 참여를 위해 보증금이 3900만원 필요하다는 말에 B씨는 정씨에게 돈을 보냈고 다른 자녀의 미국 어학연수도 1000여만원을 주고 부탁했다.
그러나 B씨는 곧 정씨에게 수상한 점들이 있다고 느꼈다. 조사 결과 정씨는 의사가 아니었으며 임상실험 참여 및 어학연수도 모두 거짓이었다. B씨는 정씨에게 돈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해 4000여만원 중 3000여만원을 받았으나 나머지 돈을 독촉하던 차 정씨는 사기범으로 구속됐다.
혐의는 의사 등 전문직 4명을 속여 43억원을 가로챈 사기죄. 경찰은 정씨가 투자자들에게 자녀의 미국대학 진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영주권 취득·발급에 돈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봤다. 또 정씨가 가족 A씨와 공모해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당초 이들에 대한 피해 신고는 4명에 그쳤으나 언론보도 이후 범행이 알려지며 하루 사이 다수의 고소장이 접수되고 있다. A씨 역시 올해 초 운영하던 영어학원에서 학부모들에게 고액의 수강료를 미리 받은 뒤 고의로 학원을 폐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한편 정씨는 5년 전인 2018년 광주시에 3200억원 규모의 의료용품 공장 투자를 제안했다가 허위임이 적발돼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당시 광주시는 투자 유치 사실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가 정씨의 말이 거짓임이 드러나자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하고 서둘러 없던 일로 마무리했다.
광주경찰청은 각 경찰서에 접수되는 사기 의혹 관련 고소장을 일괄적으로 넘겨받아 정확한 사건 경위와 피해 규모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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