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거대하고 잔인한 도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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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커지려고 한다.
이제 서울은 지키고 싶은 도시가 되었다.
살고 싶은 곳에서 갖고 싶은 곳 그리고 지키고 싶은 곳으로 바뀌면서, 서울이라는 도시를 진지하게 공부해보기도 했다.
두 번째 책은 '착취도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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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삶 벼텨내는 사람들
도시 키우기 전 아픈 곳 돌아보길
서울이 커지려고 한다. 인접한 수도권 도시들을 편입시키는 방안을 국민의 힘이 당론으로 삼고 특별법을 준비 중이다. 여권에서는 주민들을 위한 행정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언론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그 대표주자로 언급되는 도시가 김포다. 이른바 ‘메가시티 서울 프로젝트’. 벌써부터 적지 않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980년대 중반만 해도 시골 마을은 해가 지면 온통 캄캄해지기 마련이었다. 동해안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세상이 다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와본 서울은 밤에도 반짝반짝 빛났다. 햄버거도 엘리베이터도 높은 건물도 모두 처음이었지만, 도시의 야경만큼 10살 꼬마를 매혹시킨 건 없었다. 그날 이후 나는 서울에 살고 싶다고 매일 떼를 썼고 결국 부모님은 정든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왔다.
그렇게 서울 주민이 된 후에도 종종 서울의 밤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다. 언젠가부터, 반짝이는 야경을 이루는 수많은 불빛 중 하나쯤은 내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살고 싶은 도시가 갖고 싶은 도시로 바뀐 것이다. 내 집을 마련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서울에 대한 감정은 또 바뀌었다. 이제 서울은 지키고 싶은 도시가 되었다. 슈퍼히어로는 아니지만, 쇠락하거나 타락하지 않고 더 좋은 곳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이랄까. 살고 싶은 곳에서 갖고 싶은 곳 그리고 지키고 싶은 곳으로 바뀌면서, 서울이라는 도시를 진지하게 공부해보기도 했다. 발품도 팔고 책도 많이 읽었는데 그중에서 두 권만 엄선해본다.
먼저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도시공학과 지리학을 전공한 학자 임동근 교수가 방송에 출연해 다뤘던 내용을 재구성한 책이다.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이라는 부제가 책의 성격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표지와 제목 때문에 딱딱한 학술서적처럼 보이나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흥미진진한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이 책은 일부러 출퇴근길 버스 제일 뒷자리에 앉아 읽었다. 정신없이 책을 읽다가 잠시 멈출 때면 창밖을 구경하곤 했다. 아하 이 거대한 도시가 이렇게 만들어졌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이 책 한정으로 강력 추천하는 독서법이다.
두 번째 책은 ‘착취도시, 서울’. 한국일보 이혜미 기자의 기획취재를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다. 앞서 소개한 책이 반세기 넘는 긴 세월을 오가며 종합적인 관점으로 서울을 살펴본다면, 이 책은 거주지로서 서울에 초점을 맞추고 그중에서도 쪽방과 고시원이라는 최악의 주거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잔인한 착취의 구조를 고발하는 뜨거운 외침이기도 하다. 저자는 쪽방촌의 숱한 골목을 헤매고 감방보다 못한 방에서 삶을 버텨내는 이들을 직접 만났다. 감상의 대상으로 여겼던 화려한 야경 속에 이들이 힘겹게 점멸했던 구조의 신호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자, 미안하고 부끄러워졌다. 이 책을 혼자 알기 아까워 내가 진행하는 방송에 저자를 모셔 직접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서울이 정말 더 커질까, 아니면 실패한 시도에 그칠까.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부디 정치공학으로 도시공학을 왜곡하지 않기를 바란다. 덩치를 키우기 전에 아픈 곳을 돌아보기 바란다. 메가 서울(Mega Seoul)은 잘 모르겠으나 크루얼 시티(Cruel City)는 사절이다.
이재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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