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근 득점 1점... 우승후보였던 SK 나이츠의 반전
[이준목 기자]
올시즌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혔던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가 개막 후 최악의 졸전을 펼치며 연패 수렁에 빠졌다. 11월 4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1라운드 경기에서 SK는 홈팀 창원 LG에게 50-69, 19점 차로 대패했다.
이날 SK가 올린 50점은 올시즌 한 경기 팀 최소득점 기록이다. SK 구단 역사상 최소 득점인 2013년 11월 9일 서울 삼성전(45점)에 이어 공동 2위(2015년 10월 17일 인천 전자랜드전 50-77)의 불명예 기록이기도 하다.
SK의 슛감각은 이날 최악이었다. 총 65개의 야투를 시도하여 고작 19개를 적중시키는 데 그치며 29.2%의 성공률에 불과했다. 3점슛도 23.8%(5/21), 자유투는 63.6%(7/11)에 머물렀다. 팀내 두 자릿수 이상의 득점을 올린 선수는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22점 13리바운드 4어시스트) 한 명뿐이었지만 야투성공률은 41%(9/22)에 그치며 그리 좋지 않았다.
그나마 워니를 제외하고 나머지 SK 선수들을 모두 합쳐도 고작 28점을 지원할 동안 야투율은 23.2%에 불과했다. 워니와 함께 팀 득점을 이끌어야 할 김선형이 4점(야투 2/10), 오세근은 단 1점에 그쳤다. 2옵션 외국인 선수 리온 윌리엄스는 무득점이었다. SK로서는 워니마저 없었다면 역대 최소득점을 경신할 뻔했던 역대급 졸전이었다.
구단 최소득점 기록 경신할 뻔했던 졸전
SK는 지난 시즌 준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올시즌을 앞두고 국내 최정상급 빅맨인 오세근을 영입하며 MVP 출신 선수만 3명(김선형, 워니)을 보유한 막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많은 이들은 SK는 부산 KCC와 더불어 올시즌 패권을 다툴 양강이자 '슈퍼팀'으로 전망했다.
SK는 시즌 개막 3연승을 달리며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을 시작으로 가스공사-LG에 잇달아 덜미를 잡히며 3연패에 빠졌다. 현재 3승 3패의 SK는 5위로 추락하며 5할 승률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물론 악재가 많았다는 변명거리는 있다. 개막 3경기에서 리그 최다인 평균 34점을 폭격하며 연승을 이끌던 워니가 허벅지 근육 미세 손상으로 최근 2경기에서 결장했다. 무리하면 경기를 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전희철 SK 감독은 장기레이스와 빡빡한 일정을 고려하여 패배를 감수하면서 워니를 아꼈다.
'지옥의 원정 일정'도 SK에게는 산 넘어 산이었다. SK는 시즌 중 정관장과 함께 KBL을 대표하여 동아시아슈퍼리그(EASL)까지 병행해느라 다른 팀보다 일정이 더 빡빡하다.
지난달 21일 개막 이후 2~3일 간격으로 보름간 총 7경기를 소화했다. 더구나 지난달 22일 수원 K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원정경기였다. 다른 팀들에 비하여 주축 선수들의 평균 연령대가 높아 자의반 타의반으로 '노인즈'라는 별명을 얻게 된 SK로서는 체력적으로 더욱 힘든 일정이었을 것이다.
▲ SK, 동아시아 슈퍼리그서 류큐에 13점 차 대승 1일 경기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EASL 조별리그 B조 2차전 서울 SK와 류큐 골든 킹스(일본)의 경기에서 오세근이 동료선수와 작전을 나누고 있다. (EASL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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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세근의 부진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빅3 중 워니는 31.8점(1위) 13.5리바운드(3위)로 여전히 부상만 아니라면 MVP급 할약을 이어가고 있으며, 김선형은 12.6점, 6어시스트(3위), 야투율 36.6%로 다소 저조하긴 하지만 기본은 해주고 있다. 하지만 오세근은 개막 후 5.2점, 5.2리바운드, 2.7 어시스트라는 아쉬운 성적에 그치고 있다.
오세근은 정관장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지난 2022-23시즌 정규리그에서 13.1득점 6.4리바운드를 기록했고, 챔피언결정전 7경기에서 평균 19.1득점 10리바운드, 야투율 60.4%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개인 통산 세 번째 챔프전 MVP까지 수상한 바 있다. 챔프전에서 오세근 때문에 고배를 마셨던 SK가 최준용(부산 KCC)을 포기하면서 36세의 노장빅맨을 과감히 FA로 영입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다.
오세근은 올시즌 개막 이후 리그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경기가 아직 전무하다. 그나마 범위를 넓히면 컵대회 고양 소노전에서 11점(9리바운드), 류큐 골든킹스와의 EASL 조별리그 2차전에서 12점(6리바운드)으로 각각 두 자릿수 득점을 간신히 넘겼다.
반면 정규리그에서는 시즌 개막전이었던 안양 정관장과의 경기에 8점을 올린 게 최다득점이었다. 이후 5경기에서는 6점-4점-6점-6점-1점에 그쳤다. 소속팀 이적에 따른 적응 문제를 감안해도 오세근 정도의 선수에게 기대했던 득점 수치와는 거리가 말다.
득점 볼륨도 낮은데 효율성마저 좋지 않다. 오세근의 올시즌 야투 성공률은 28.2%, 3점슛 18.2%, 자유투 50%로 세 부문을 합산해도 100을 넘지 못하며 이는 오세근의 커리어 로우 기록이다. 심지어 지난 LG전에서는 자유투로만 고작 1점에 그치며 야투는 6개를 시도한 것이 모두 빗나가며 슛감각이 최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지난 시즌 84.8점으로 팀득점 1위를 기록했던 SK는 올시즌 1라운드 중반 현재 7위(79.2점)로 득점력이 오히려 떨어졌다. 오세근이 골밑에서 정관장 시절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워니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희철 감독이 올시즌 오세근의 출장시간(23분 41초)을 25분 내외로 철저히 조절해주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슛난조가 단지 체력적 문제 때문만인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SK가 오세근을 영입하면서 가장 우려했을 시나리오는 에이징 커브다. 올해 36세의 오세근은 사실 농구선수로서 커리어가 전성기를 지나 내리막길에 접어들 시기다. 서장훈-김주성 등 KBL을 호령한 빅맨들도 30대 중반 이후 기량을 유지한 경우는 드물다. 더구나 오세근은 데뷔 이후 풀타임을 소화한 시즌이 거의 없을 만큼 잔부상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SK는 당분간도 KBL와 EASL를 넘나들며 5연속 원정 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타이트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오세근의 부활을 비롯하여 노장들의 체력관리, 식스맨들의 활용법 등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난제가 적지 않다. 슈퍼팀이라는 기대와 달리, 너무 빨리 시즌의 첫 고비를 맞이하게 된 SK가 과연 다음 경기에서는 해법을 찾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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