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나갈게, 절대 잡히지마"…감옥서도 문자 보낸 마약상
3개국 마약조직과 연계해 국내로 마약을 들여보내다 캄보디아에서 체포된 마약 유통 조직 총책이 구속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대장 안동현)는 캄보디아에서 체류하면서 국내에 마약을 밀반입·유통한 혐의(특정범죄가중법 위반)를 받는 한국인 A씨(52)를 지난 1일 강제 송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즉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법은 도주의 우려 등을 이유로 지난 3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캄보디아에 머물며 중국·나이지리아 등 해외 마약조직과 공모해 국내에 마약을 밀반입하고, 국내 조직원들에게 이를 유통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과거 마약 밀수 혐의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은 A씨는 서울구치소와 경북북부교도소 등에서 다른 마약 사범과 인적 네트워크를 쌓았고, 출소 후 캄보디아로 진출해 또다시 마약 밀반입을 계획했다. 캄보디아에서 알게 된 나이지리아인 마약상 B씨(35), 교도소 동기를 통해 소개 받은 중국인 마약상 C씨(42) 등이 A씨의 범행을 도왔다.
경찰은 지난 4월 A씨의 지시를 받아 마약을 국내에 유통한 D씨(49)를 검거하고, 필로폰 18.7㎏(시가 623억원 상당)을 압수하면서 A씨를 적색수배하며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터폴, 현지 경찰 등과 2개월간 공조 수사를 벌인 끝에 지난 7월 캄보디아 프놈펜 리버사이드 인근 노상에서 A씨를 검거했다. 이후 A씨는 캄보디아 교도소에 수감됐지만, 경찰은 캄보디아 당국의 협조를 구해 지난 1일 인천공항을 통해 A씨를 강제 송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인의 부탁으로 필로폰을 잠시 맡아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교도소 수감 중에도 중국인 마약상 B씨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빨리 나올 테니 잡히지 말고 있어라” 등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가 마약 밀반입·유통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해외 3개국 조직과 연계된 이번 마약 유통 사건과 관련해 총 76명을 검거해 15명을 구속했다. 이중 마약 유통·판매자는 37명, 매수·투약자는 39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적색 수배한 나머지 해외 마약상 2명도 인터폴, 국가정보원 등과 적극 공조해 신속하게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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