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절도만 연간 540여건'…"치안센터 폐지 신중해야"
3일 오후 경북 경산시 사정동 역전치안센터. 간판에 경찰 마크가 새겨진 2층짜리 건물은 언뜻 보면 경찰관이 근무하고 있는 파출소처럼 보였지만,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다. 입구에는 ‘현재 역전치안센터에는 근무자가 없습니다. 민원 사항 및 신고 등 경찰의 도움이 필요하면 서부지구대로 방문 또는 전화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치안센터에 상주하고 있는 경찰관이 없었던 이유는 이곳이 ‘인력 미배치 치안센터’여서다. 지방경찰서 산하에는 규모 순으로 지구대·파출소·치안센터 등이 있는데 이 중 치안센터는 과거 파출소와 지구대가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기존 파출소 건물을 주민 민원 상담 등 편의를 위해 남겨둔 곳이다. 통상적으로 경찰관 1~2명이 주간에 상주하지만 일부는 직원이 배치돼 있지 않다. 인력 부족 문제로 치안센터까지 직원을 배치할 여력이 없어서다.
전국 952개 치안센터 중 60% 폐지 전망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경북 지역에는 치안센터가 총 96곳 있다. 이 가운데 역전치안센터처럼 경찰관이 배치되지 않은 치안센터는 30곳(31.3%)이다. 인력 미배치 치안센터에는 상주하는 경찰관은 없지만, 주기적으로 순찰하는 등 관리가 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폐지 대상 치안센터 명단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행정 효율화에 따라 인구가 적은 농어촌 위주로 치안센터가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안 그래도 치안이 나빠지고 있는 농어촌 범죄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치안센터 없애면 농어촌 치안 더 나빠져”
경북 의성군에 사는 김수남(57)씨는 “농번기가 되면 빈집을 털거나 농작물을 훔쳐가는 사건이 자주 일어난다”며 “경찰관이 순찰을 하거나 머무르는 치안센터마저 사라진다면 범죄 예방 효과가 더욱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신정훈 민주당 의원(나주·화순)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발생한 농산물 절도사건은 총 2704건에 이른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541건이다. 반면 발생 건수 2704건 중 검거 건수는 1130건으로, 검거율은 절반 이하인 41.8%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치안센터 존재 자체가 범죄 예방 효과가 있는 만큼 성급한 폐지보다는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 자율방범대가 치안센터 건물을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무작정 폐지보다는 활용 방안부터 따져야”
김웅 국민의힘 의원(서울 송파갑)은 지난달 12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자율방범대는 공간이 없어 컨테이너에서 활동하고 있다”면서 “지금 기획재정부의 국유재산특례제한법에 막혀 있는데, 경찰청에서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서 치안센터에 자율방범대원이 활동하면 일거양득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오영환 민주당 의원(경기 의정부갑)도 “자율방범대 등 시민 안전을 위해 활동하는 분들이 (치안센터에) 계시기만 해도 주민 체감 효과가 매우 클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 소관 법률은 아니지만 (의원님들의) 말씀하신 대로 관심을 가지고 챙겨보겠다"고 했다.
경산=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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