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가는 플레이오프, LG는 미소 짓는다
[양형석 기자]
▲ kt 승리, PO는 5차전으로 3일 오후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플레이오프(PO) 4차전 kt wiz 대 NC 다이노스 경기. 11대 2로 승리한 kt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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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패 뒤 2연승, 2연승 뒤 2연패. kt 위즈와 NC 다이노스의 KBO리그 플레이오프가 결국 5차전까지 왔다. NC가 원정 2연승과 함께 가을야구 9연승(2020년 한국시리즈 4차전부터 시작)을 달릴 때만 해도 손쉽게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kt는 정규리그 2위답게 적지에서 저력을 발휘하며 3, 4차전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이제 양 팀은 5일 수원에서 열리는 5차전을 통해 한국시리즈 진출팀을 가린다.
양 팀 모두 패하면 그대로 시즌이 끝나는 '끝장승부'인 만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전력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kt가 올해 15승으로 다승 2위에 오른 좌완 에이스 웨스 벤자민을 선발로 예고한 반면에 NC는 1차전에서 6이닝 12탈삼진 무실점 승리를 따냈던 리그 최고의 투수 에릭 페디 대신 신민혁을 내세운다. NC의 강인권 감독은 어깨에 대한 피로를 이유로 페디의 5차전 선발등판이 어렵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렇게 플레이오프가 치열해 질수록 내심 뒤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팀은 따로 있다. 바로 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상대를 기다리고 있는 정규리그 우승팀 LG 트윈스다. 플레이오프가 일찍 끝나 상대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회복할 것을 걱정하고 있던 LG는 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가면서 어느 팀이 올라오더라도 오는 7일부터 시작되는 한국시리즈에서 지친 상대와 만날 수 있다.
29년 만의 우승 위해 만반의 준비 하는 LG
LG는 올해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통합 4연패를 비롯해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 라이온즈나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 베어스 같은 팀에게 한국시리즈 진출이나 우승에 대한 열망은 그리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LG 구단의 기구한(?) 역사를 살펴보면 LG팬들이 29년 만에 차지한 정규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직행에 왜 이리 감동했는지 알 수 있다.
LG가 마지막 우승을 차지한 1994년은 고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로 지금은 'MZ세대'의 부모가 된 세대가 오렌지족이나 X세대로 불리던 시절이다. 7월엔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고 9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엄청난 폭염도 있었다.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 역시 월드컵 4강으로 나라가 떠들썩했던 2002년으로 올라가야 하니 LG가 29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과 21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뻐하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LG는 21년 만에 찾아온 우승기회를 잡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전반기에만 17경기에서 11승을 올렸던 애덤 플럿코가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외국인 투수 1명으로 한국시리즈를 치러야 하는 것은 LG에게 엄청난 악재다. 하지만 LG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외국인 에이스 케이시 켈리를 중심으로 14승 투수 임찬규와 이적생 최원태, 좌완 김윤식으로 한국시리즈 선발진을 꾸릴 계획이다.
LG의 진짜 강점은 정규리그 불펜 평균자책점 1위(3.41), 홀드 1위(92개)에 빛나는 불펜진에 있다. LG는 올해 제2의 전성기를 보내며 5승 1패 4세이브 21홀드 평균자책점 2.18을 기록한 김진성을 비롯해 12홀드의 유영찬, 11홀드의 백승현과 정우영, 9홀드의 박명근 등 필승조로 활약할 수 있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부상으로 빠져 있던 16홀드의 좌완 함덕주도 한국시리즈 등판을 위해 한창 몸을 만들고 있다.
'염갈량'으로 불리는 염경엽 감독 개인에게도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은 반드시 이루고 싶은 숙원이다. 2014년 넥센 히어로즈를 이끌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염경엽 감독은 삼성에게 2승 4패로 무너지며 감독으로서 첫 우승이 좌절됐고 2018년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그의 직책은 감독이 아닌 단장이었다. 따라서 염경엽 감독은 올해 LG를 우승으로 이끌며 야구팬들로부터 진정한 명장으로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LG킬러' 벤자민 PO 5차전 등판, 페디 등판 불발
한국시리즈는 준플레이오프나 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올라온 팀보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물론 정규리그에서 보여준 팀 전력이 더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구상했던 선발 로테이션을 한국시리즈에서 그대로 가동할 수 있다는 이유도 매우 크다. 올해도 LG는 한국시리즈에서 정상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할 수 있지만 kt와 NC는 이미 당초 구상했던 한국시리즈 로테이션이 어긋나고 말았다.
만약 kt가 4차전 내로 플레이오프를 마무리하면 이강철 감독은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벤자민을 생각했을 것이다. 정규리그 12승의 윌리엄 쿠에바스가 올 시즌 LG전 3경기에서 11이닝 14실점(평균자책점 11.45)으로 크게 부진한 반면에 벤자민은 LG전 5경기서 32.1이닝 9실점 3자책 4승 0.84로 극강의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자민이 5일 플레이오프 5차전 선발로 낙점되면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더라도 빨라야 3차전부터 등판이 가능해졌다.
에이스 페디의 플레이오프 5차전 선발 등판이 불발된 NC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페디를 앞세워 플레이오프 5차전을 승리로 가져가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올해 가을야구에서 최고의 구위를 자랑하는 신민혁을 내세울 수 있지만 신민혁이 플레이오프 5차전에 등판하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더라도 로테이션이 크게 꼬여 버린다. 게다가 가을야구 1경기 등판에 그친 페디가 한국시리즈에서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할 거라는 보장도 없다.
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가면서 양 팀 선수들에게 누적되는 피로와 부상위험 역시 LG에게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kt의 간판타자 강백호는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면서 내복사근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됐고 NC 역시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최고의 긴장감 속에 8경기를 치르면서 피로가 쌓일 만큼 쌓였다. 양 팀 모두 부상자가 추가로 발생한다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더라도 힘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단기전에서는 베스트 전력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kt와 NC는 플레이오프에서 혈전을 치르면서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더라도 베스트 전력으로 경기를 치르기가 힘들어졌다. 물론 스포츠에서는 언제나 이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kt와 NC가 이변의 주인공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현재 플레이오프의 흐름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있는 LG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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