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정부도 열던 국군포로대책위…尹정부 '중단'

장희준 2023. 11. 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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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상외교 통해 '국군포로 해결' 천명
국방부는 규정 어기고 '대책기구' 미소집
'강제노역' 보상 못받고 눈감는 국군포로

국방부가 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해 연 2회 소집해야 하는 '범정부 국군포로 대책위원회'를 현 정부 들어 한 차례도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상 외교를 통해 국군포로 문제를 주요 의제로 올리며 해결 의지를 거듭 천명했지만, 정작 실질적인 대책 마련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아시아경제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반기마다 개최해야 하는 '범정부 국군포로 대책위원회'를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대책위는 국방부 차관이 위원장으로, 통일부·외교부·국가정보원 등 7개 부처 고위공무원단이 참여한다. 국군포로 관련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주요 사안을 심의하는 것이 임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국방부는 '국군포로 송환 등에 관한 업무운영규정'에 따라 매년 상·하반기에 각 1회 정기회를 소집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2년차가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최소 4차례는 개최해야 했지만, 업무 규정을 위반하고 대책기구를 가동하지 않은 것이다. 대북 유화 기조를 앞세우며 국군포로 문제에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대책위가 2차례는 소집됐다. 2020년 7월 국군포로 송환 등에 관한 기본정책 개정을 다뤘으며, 이듬해 11월에는 기관별 역할 점검 및 정보 교류에 대해 논의했다.

현 정부는 국군포로를 '북한인권'에 관련한 주요 의제로 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 4월 한미 정상회담,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국군포로 해결 의지를 거듭 천명한 바 있다. 아울러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21년 6월 문재인 정부가 대책위를 반기별로 소집하지 않는 것을 비판했을 정도로 관심이 컸던 인사다. 그는 당시 "국방부 내에 국군포로 전담부서가 없고 담당 직원도 2명뿐"이라고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는데, 이 문제는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국방부는 "2011년 이후 국내로 귀환한 국군포로가 없고 변동성이 크지 않은 정책 환경의 특성으로 대책위가 소집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업무규정을 자의적으로 어긴 것인 데다, 국군포로 귀환이 멈춘 것은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도 동일했던 조건이다. 오히려 올해 초 국군포로 3명이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배상 문제'가 떠올랐고 ▲국군포로송환법 개정 ▲국군포로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국군포로 실태 조사·기록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유엔에서도 주목하고 미국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가 바로 국군포로"라며 "윤 대통령은 외교 무대에서 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관심이 요원했던 지난 정부 때도 진행하던 대책위원회를 이번 정부 들어 열지 않고 있다는 것부터 앞뒤가 다르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국방부는 북한에 남겨진 국군포로가 몇이나 되는지, 얼마나 끔찍한 환경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는지 실태를 파악해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국방부 손놓은 사이…"국내 생존자 10명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2일 탈북 국군포로 김성태 어르신의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국군포로 관련 사안 중에서는 '손해배상'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일례로 탈북 국군포로 김성태 어르신은 32개월에 걸친 장기전 끝에 올해 5월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51년 동안 시달린 강제노역에 대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지난달 31일 별세했다. 현실적인 대안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사장 임종석)이 보유 중인 북한 관영매체 저작권료로 대신 변제하는 것이지만, 경문협 측은 '북한 당국이 아닌 저작권자 개인에게 줄 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취임 전인 지난 6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군포로송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국가가 먼저 배상할 수 있도록 대위변제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당시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김성태 어르신을 면담하며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국군포로가 합당한 예우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손해배상금 대위변제 및 구상권 행사를 내용으로 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만큼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향후 추진사항에 대해 2021년 조태용 당시 의원이 발의한 '6·25전쟁 국군포로의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안'을 상기하며 "정부 차원에서 6·25전쟁 국군포로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명예회복을 위한 '위원회' 설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군포로 기본정책 수립 및 국회보고 의무 부과, 보고사항에 대한 국회의 시정 또는 개선권고 근거를 신설하는 국군포로송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회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태영호 의원은 "며칠 전 탈북 국군포로 김성태 어르신께서 돌아가시면서 이제 국내에 생존한 국군포로는 열 분밖에 남지 않았다"며 "북한에 끌려가 51년간 강제노역을 당한 것에 대해 재판에서 승소를 했는데도 배상을 받지 못하고 눈을 감으신 것"이라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본 책무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남은 분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대위변제 방식 등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국군포로 문제를 총괄하는 '범정부 국군포로대책위원회' 정상화가 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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