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영 1위 K뷰티 ‘노베브’...‘이 인플루언서’가 띄웠다는데[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이유리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economy06@mk.co.kr) 2023. 11. 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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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온라인 1위 달성에 이어 오프라인 400개 매장에 론칭하는 ‘노베브’. (디밀 제공)
색조 브랜드 ‘노베브’(nobev).

올리브영 전체 판매 1위(10월 넷째주), 색조 부문 1위(올해 8월 넷째주)를 차지한 K뷰티 인디브랜드다. 불과 2년 만에 세운 기록이다. ‘언더 아이 마스터’ ‘엣지 듀얼 아이라이너’ ‘컨투어 포인트 듀얼 립펜슬’ 등 베스트 뷰티 상품 인기에 힘입어 노베브는 연말까지 한국 매장 400곳에 들어선다.

노베브는 한국을 넘어 일본서도 화제다. H&B 스토어 ‘로프트(Loft)’ 100개 매장에서 론칭쇼를 진행한다. 1차 출시는 오는 11월 17일로 잡혔다.

이렇게 빨리 성장, 해외진출까지 할 수 있었던 저력은 어디에 있을까. 인플루언서 ‘재유’가 브랜드 홍보부터 제품 개발까지 함께 나서면서다. 재유는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다. 그러다보니 일본에서 먼저 제안, K뷰티는 물론 K인플루언서 전략까지 수출하는 모양새가 됐다.

신사동에 위치한 디밀 사옥. (디밀 제공)
이런 성공적인 사업 모델은 실은 국내 뷰티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회사 ‘디밀’이 짰다.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체계적으로 브랜드를 육성하고 커머스, 브랜딩까지 해주는 회사다. 2019년 법인 설립한 5년차 기업으로 현재 7개 브랜드, 인플루언서 500여 팀과 협업 중이다. 이중 10%는 전속 계약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39억원. 올해 중순부터 월매출 30억원을 돌파,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현대홈쇼핑과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부터 150억원 투자도 받았다.

창업자는 이헌주 대표.

이 대표는 “이제 한국 인플루언서 사업을 넘어 일본, 대만 등 세계로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며 “MCN,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나 인식이 ‘돈 안 된다’로 정리되고 있지만 디밀은 다르다는 걸 숫자로 입증하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디밀 창업자 이헌주 대표. (디밀 제공)
Q. 디밀, 생소하다. 어떤 사업하는 곳인가?

A. 유튜브, SNS 채널에서 활동하는 뷰티, 라이프스타일 인플루언서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사업화하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회사다. 우리와 계약한 인플루언서의 강점을 파악해 광고와 커머스, 브랜드 사업 등으로 매출 구조를 다각화한다. IP별 매출과 생애주기를 확장하는 데 전문이다. 대기업 브랜드와 제품 개발, 프로모션, 자사 브랜드 론칭 등 빠른 매출 성장을 만들고 있다. 매출을 크게 올린 사례를 늘려 광고와 커머스 모델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Q. 지난해 매출 200억원 이상을 올렸다고 들었다. 주요 사업모델은 무엇인가?

A. 맞다. 지난해 매출액은 239억원이다. 올해도 유의미한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디밀 사업의 본질은 인플루언서IP의 인지도와 신뢰자산, 전문성 등을 활용,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운용하는 것이다. 현재 주요 매출 포트폴리오는 광고, 커머스, 브랜드 등 세 가지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중 커머스와 브랜드 영역의 매출 비중이 약 58%다. 국내 및 해외 유튜브 매체 기반의 MCN 중 유일하게 광고 사업에 비해 매출 비중이 높다. 일반적으로는 MCN 기업의 매출 85~90% 이상이 광고에서 발생한다.

Q. 일반적으로 그동안 인플루언서 사업이라고 하면 브랜드가 인플루언서에게 일정 금액을 주고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제품 이미지나 동영상을 올리게 요청하거나 공구(공동구매)를 추진하는 정도로 알려져 있다. 디밀은 어떻게 다른가?

A. IP를 활용한 커머스와 브랜드 영역에서 비즈니스 구조를 만드는 데 힘썼다. 인플루언서 광고만으로는 장기 수익모델에 매우 취약하다고 판단해서다. 각 인플루언서 매출 성장에도 한계가 있다. 디밀은 좀 다르다. 소수의 전속 인플루언서가 전체 매출의 87%를 담당하고 있다. 소속 인플루언서 IP 평균 매출은 비슷한 규모의 다른 사업군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말이다.

더현대서울 X 인플루언서 ‘된다’ 팝업 스토어. (디밀 제공)
Q. 어떻게 그럴 수 있나.

A. 자사 소속의 각 인플루언서 별로 구독자 특징, 강점, 이전 진행했던 공동구매 판매량 등을 종합해서 적합한 브랜드를 선정하고 출시한다. 자사 브랜드 소속이기에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는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키우려 하고 회사 입장에서도 수익률이 높다. 이런 시도가 하나둘 성공하다 보니 추가로 인플루언서 별 단독 브랜드 출시를 하거나 하나의 브랜드를 여러 명의 인플루언서가 함께 참여, 함께 키우는 사업모델로 진화시키고 있다.

더불어 분야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디밀 광고, 커머스 사업은 뷰티 외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스킨케어, 색조 전문 뷰티 인플루언서에게 뷰티 디바이스, 건강기능 식품 쪽에 노출 시켰더니 회당 1~2억원의 매출을 발생시키던 인플루언서가 회당 10억원 내외의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Q. 여타 MCN 회사를 보면 인플루언서 매니지먼트가 어렵고, 인플루언서와 수익배분 비율도 불리해서 적자라고 한다. 디밀 상황은 어떤가?

A. 지난 3년간 IP별 매출 상승과 생애주기 확장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해 투자시기를 보냈다. 연간 10~20억원 수준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3년 중순부터는 월 매출 30억원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올해 3분기 4.2%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월매출 50억원 수준에 도달하는 시기부터는 두 자리 수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적으로 회사가 인플루언서에 기여하는 역할이 없다면 한계를 지닌 비즈니스가 되기에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중요한 것은 IP를 활용한 사업이 인플루언서 매출과 생애주기 확장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 지다. 디밀과 함께 하는 인플루언서는 개인 혼자 활동하는 것보다 수익을 48% 이상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회사가 약 43~47% 수준의 매출 이익을 발생시키는 것이 가능한 구조라고 판단한다.

루키 인플루언서 개발을 위한 ‘파뉴크’ 프로젝트. 최종 3인과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디밀 제공)
Q.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세계에서 한국 위치는.

A. 지난 몇 년간 많은 인플루언서가 생기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이 이뤄졌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인플루언서라는 자원이 국내외에서 상품으로서 표준화, 정량화 되는 과정이 생기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되면 조 단위 매출을 내는 회사가 다수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에서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인플루언서 마케팅 과점에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인플루언서는 감정을 지닌 사람이기에 신뢰 관계를 만드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뢰 관계를 강화해 이를 자산화함으로써 마케팅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디밀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인플루언서와 계약 구조를 만들어 진정성을 확보하고, 오프라인까지 활용하면서 고객 접점을 늘려나가는 전략이 통했다고 본다.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론칭한 브랜드는 각 인플루언서 매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규모도 커지고 있다. 브랜드 사업은 각 인플루언서가 향후 더 오래 활동하고 수익을 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Q. 사업적으로 인플루언서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A. 인플루언서의 인지도와 신뢰자산은 세계적으로 거대한 자원이다. 인플루언서와 브랜드는 함께 긍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다만 아직 본격적으로 산업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1800년대 후반 석유 산업과 비슷하다. 당시 석유는 등불을 밝히는 데 사용되는 수준으로 활용됐지만, 1900년대 초 자동차 등장과 함께 석유 자원 개발에 투자했던 회사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산업화가 시작됐다.

Q. 어떤 계기로 창업하게 됐나.

A. 기독교인으로서 미국 댈러스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한국과 미국에 있는 교회에서 8년가량 일했다. 신학교를 다니던 중 심경의 변화가 있어 MBA 과정으로 변경했다. 학교 중퇴 후 2013년에 한국에 돌아와 처음 사업을 하겠다고 가족에게 얘기를 꺼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부모님께서는 내가 너무 걱정돼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하셨다.(웃음)

처음 창업했던 강연·교육 회사를 약 4년 반 정도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분들이 합류해 팀으로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대표로서 나의 경험이 부족했기에 취약한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폐업했다. 이후 잠시 뷰티·패션 쇼핑 콘텐츠 서비스에서 근무한 후 현재 회사를 세우게 됐다. 생계를 위한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했지만 고객사가 늘면서 1년이 지난 시점부터 팀을 꾸려 일하고 있다.

노베브 제작자 ‘재유’가 일본 만다린 호텔에서 500여 명의 인플루언서를 초대한 신제품 소개 행사 진행하고 있다. (디밀 제공)
Q. 해외 진출 계획은?

A. 대만 내 마켓 진행과 유통 연계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디밀은 해외 인플루언서 IP 개발과 협력을 진행해 해당 국가에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를 기반으로 고객사와 자사 브랜드의 유통을 직접 연계하는 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 주요 뷰티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로프트(Loft)에서 자사 색조 브랜드를 론칭한 것이 해외사업 개발의 한 사례다. 자사 브랜드 ‘레뜨레’의 경우 국내 출시 후 3차 예약 판매까지 완판 되는 기록을 세웠다. 지금은 브랜드 뮤즈이자 론칭을 함께 한 인플루언서 ‘깡나’와 대만 인플루언서의 컬래버 콘텐츠를 제작했다.

2027년까지 5개 거점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인플루언서 IP와 연계된 브랜드, 커머스, 광고 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향후 국내 출산율 등을 고려하면 해외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 한국 사업자들은 필연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구조에 있다.

Q. 상장 계획은 있는지?

A. 현재로서 국내 사업 성장을 위한 추가 자본이 필요하지 않아 투자유치나 상장에 대한 계획은 없다. 다만 해외 시장에서 우리 목표 성과가 보일 시기에는 이에 대해 고려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Q. 앞으로 어떤 회사로 기억되고 싶은가?

A. 디밀은 인플루언서 IP를 기반으로 다각화 된 사업을 개발, IP별 매출, 생애주기를 확대하는 데 자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팀이라는 확신이 있다. 최근 여러 국가를 방문하고 인플루언서와 MCN 기업을 만나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느끼고 있다. 앞으로 인플루언서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다. 고객에게 브랜드를 소개하는 매체이자 파트너다. 더 아름다워지고 건강해지기 위한 고객 니즈를 반영한 브랜드가 필요하다. 곧 국내와 해외 인플루언서 IP 자원이 개발되는 거대한 기회의 시기가 올 것이다.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다.

박수호 기자, 이유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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