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머리카락 두께 40분의1 초미세 기판이 경쟁력…한톨 먼지도 차단'
청결한 환경으로 고품질 유지
임베딩 기술 자신감
신공장 통해 초미세화 공정 패지키기판 생산
내년 상반기 완공 목표
삼성전기의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생산하는 세종사업장. 방진복과 방진모, 마스크, 실내화를 착용하고 30초가량의 에어샤워를 한 뒤 겨우 들어간 생산 라인에는 장비가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내가 보고 넘긴 티끌, 불량 되어 돌아온다'는 내부 글귀처럼 청정한 환경이 눈에 띄었다. 이물질의 유입을 막기 위해 선크림, 틴트, 마스카라 등 일체의 화장도 금지된다. 햇빛도 완전히 차단됐다. 내부 온도는 22~24도를 유지해야 한다. 생산 로봇과 제품이 손상되지 않는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서다.
지난 2일 방문한 세종사업장은 1991년 PC용 다층인쇄회로기판(MLB) 생산을 시작으로 삼성전기 기판사업의 첫 걸음마를 뗀 곳이다. 1997년 고부가가치 기판인 반도체 패키지기판 생산을 통해 현재는 부산사업장과 패키지기판의 주요 생산거점으로 꼽힌다. 공장·지원·복지동 등 12개의 건물에 약 18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이곳에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모바일 AP, 메모리 반도체, 5G 안테나와 같은 통신모듈 및 전장용 반도체에 들어가는 패키지기판이 생산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패키지기판을 뼈와 신경, 혈관에 비유했다. 반도체 칩이 두뇌라면, 패키지기판은 뇌를 보호하는 뼈와 뇌에서 전달하는 정보를 각 기관에 연결해 전달하는 신경과 혈관이라는 설명이다. 반도체와 메인 기판 간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고, 반도체를 외부의 충격 등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기가 패키지기판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품질 유지다. 현장 근무 인력들은 생산 공정 내 기능 불량 검출과 품질 검증을 위해 수십대의 설비로 여러 차례 검증을 하는 공정을 거친다. 사업장 곳곳에는 '고객의 신뢰를 얻기는 어렵지만, 잃기는 쉽다' '불량과의 전쟁' 등 품질을 강조하는 문구가 붙어 있기도 했다.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만들기 위한 기술 자신감도 드러냈다. 얇고 고기능화된 세트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은 '미세 가공 기술'과 '미세 회로 구현' 두 가지인데, 삼성전기는 A4용지 두께의 1/10 수준인 10㎛ 수준의 비아(via, 각 층들을 연결해주는 구멍)를 구현할 수 있으며, 머리카락 두께의 1/40 인 3㎛ 수준의 회로 선폭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종사업장만의 차별화 기술은 '임베딩(Embedding)' 기술이다. 임베딩 공법은 기존 기판 위에 실장하던 캐패시터와 같은 수동부품을 기판 내부에 내장시키는 기술인데, 이를 통해 신호 경로 길이를 줄여 전력 손실을 50% 이상 줄일 수 있고 고속 신호 전달에도 유리하다. 삼성전기는 국내 기판 업체 중 유일하게 임베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신공장을 통해 초미세화 공정 초격차를 벌릴 계획이다. ARM 기반 CPU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반도체 적층 방식인 2.5D 패키징 기술이 각광받는 상황에서, 원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통합 생산이 가능한 설비·인프라, 물류 자동화 생산체제를 적용해 제품 생산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신공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심규현 삼성전기 패키지솔루션 상무는 "신규 공장은 케펙스(CAPAX, 설비투자)도 중요하지만 기술에 초점을 뒀다"며 "(제품을)얼만큼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할 수 있느냐 할 수 없느냐가 중요해 테크놀로지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가 패키지기판에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시장 성장성 때문이다. 패키지기판은 2023년 106억달러에서 2027년 152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10%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5G 안테나, ARM CPU, 서버·전장·네트워크와 같은 산업·전장 분야를 주축으로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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