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한입뉴스]"요약본 학습이 비결" 엠파이어 빌딩 쓰러트린 미니 파이
오픈AI GPT-4와 성능 맞먹어
美英 "AI 규제하자" 한 목소리
물밑에선 스포트라이트 경쟁
편집자주 - 챗GPT가 등장한 이후 세상이 인공지능(AI)으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변하고 뉴스가 쏟아집니다. 날고 기는 업계 전문가들조차 정신을 못 차릴 정도라고 해요. 다 먹어 치우기엔 벅차지만 그렇다고 굶을 수도 없겠죠. 주간 AI 이슈 중 핵심만 쏙쏙 골라 먹기 좋게 전달해 드립니다.
개발비 300만원 경량 AI, GPT-4와 승부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경량 AI 모델이 오픈AI의 최신 모델 GPT-4와 맞먹는 성능을 냈습니다. MS가 개발한 AI 파이 1.5(Phi 1.5)는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를 이해할 수 있는 멀티모달 모델입니다. 놀라운 것은 AI의 성능을 좌우하는 매개변수가 13억개에 불과하다는 거예요. GPT-4가 1조7000억개인 것을 감안하면 초경량 모델이죠. 샌드위치 크기만한 파이 1.5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크기의 GPT-4 성능을 내는 겁니다. 크기가 작다는 건 AI를 구동하는 비용이 그만큼 적게 든다는 의미예요. 비결은 '요약본 학습'입니다. 방대한 데이터 대신 챗GPT가 만든 합성 데이터만 갖고 훈련한 거죠. 훈련에만 수백만달러가 드는 대형언어모델(LLM)과 달리 파이 1.5는 2000만달러(약 300만원)가 들었다고 합니다.
오픈AI 경쟁사, 구글·아마존서 대규모 투자 유치
오픈AI에 대한 견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오픈AI 경쟁사인 앤스로픽이 구글로부터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를 투자받기로 했어요. 앤스로픽은 오픈AI 창업자로 참여했던 개발자 남매가 설립한 회사입니다. AI가 도덕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훈련한다는 것이 차별점이죠. 구글이 올해 들어 이 회사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입니다. 아마존도 최근 앤스로픽에 40억달러(약 5조4000억원)를 투자했죠. 올해 초 기준 앤스로픽의 기업가치와 맞먹는 금액을 베팅한 셈입니다.
"AI 패권 잡자" 6·25 전쟁 때 만든 법 소환한 바이든
AI 패권을 잡기 위한 주요국들의 경쟁이 본격화됐습니다. 우선 미국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 시간) AI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죠. AI 기술 기업들의 주요 활동 무대인 미국에서 첫 규제 조치에 나선 겁니다. AI 훈련부터 개발, 서비스까지 포괄적인 내용을 담았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레드팀'인데요. 기업들은 AI를 개발할 때 취약점을 찾아내는 레드팀을 의무적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국가 안보나 핵심 인프라에 위협이 되진 않는지 테스트하고 결과를 정부에 보고해야 하죠.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가 민간기업에 개입할 수 있도록 6·25 한국전쟁 중에 만든 '국방물자 생산법'까지 소환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국가 안보에 필요한 전략물자의 생산을 확대·관리할 수 있도록 만든 법이에요. 전쟁 때 만든 법까지 소환하다니 AI 위협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죠.
G7, AI 행동강령 합의…英에선 첫 AI 정상회의
AI와 관련된 첫 국제 규범도 나왔습니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로 구성된 주요 7개국(G7)이 AI 행동강령에 합의했어요. 내용은 미국의 행정명령과 비슷합니다. 이 행동강령은 강제성이 없지만 첫 국제 규범인 만큼 주요국에서 추진하는 AI 규제 법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뒤이어 영국에선 AI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AI 기술을 이끄는 미국, 중국, 영국, 한국을 비롯한 주요 28국과 유럽연합(EU)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더 포괄적인 국제 공조였어요. 모두 AI가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이번 선언에 대한 후속 조치는 내년 5월에 한국에서 열릴 미니 정상회의에서 구체화될 전망입니다. 눈에 띄는 건 내용보다 발표 타이밍인데요. 미국과 영국이 서로 AI 국제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AI에 당한 스칼렛 요한슨
주요국이 AI 규제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분주한 건 그만큼 부작용이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할리우드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자신의 사진과 목소리를 도용한 AI 아바타를 고발할 예정이에요. 한 영상에 등장한 요한슨은 그의 영화 '블랙 위도우' 세트장을 배경으로 앱을 광고합니다. AI로 특정 인물의 아바타를 만들 수 있는 앱이예요. 실제 인물에는 동의도 받지 않고 AI가 만든 가짜 배우를 광고에 내세운 거죠. 또 미국에선 AI를 이용한 음란물로 학교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AI로 교내 여학생의 나체 사진을 만들어 그룹 채팅방에 공유한 거죠. 기술 발달로 가짜 이미지를 만들기가 쉬워지면서 AI를 악용한 범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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