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현장.Plus] 포항에 '10년 만의 우승' 안긴 그 이름…경기장 밖에서부터 시작된 '기동매직'
[풋볼리스트=포항] 김희준 기자= 김기동 감독은 경기장 안에서뿐만 아니라 바깥에서도 포항스틸러스를 언제든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 바꿔놨다.
4일 포항스틸야드에서 2023 하나원큐 FA컵 결승전을 치른 포항이 전북현대에 4-2 역전승을 거둬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포항이 갖은 어려움을 뚫고 FA컵을 들어올렸다. 오베르단, 완델손, 백성동, 정재희, 김용환 등 주전급 선수들이 다수 부상을 당한 데다 지난 1일 FA컵 4강에서 제주유나이티드와 승부차기 혈투 끝에 겨우 승리를 거뒀다. 정규시간 내에 경기를 끝내고 선수층도 훨씬 두터운 전북에 비해 체력적 열세가 분명 있었다.
포항은 끝내 이겨냈다. 전반 17분 송민규가 선제골을 뽑아내자 전반 44분 한찬희가 동점을 만들었고, 후반 6분 구스타보가 페널티킥 골로 다시 앞서나가자 후반 29분 제카가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후반 33분 김종우, 후반 추가시간 홍윤상이 연달아 멋진 골을 터뜨리며 포항이 10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기동 감독의 용병술이 결정적이었다. 1-2로 뒤지던 후반 11분 신광훈과 김인성을 심상민과 홍윤상으로 바꾸며 왼쪽 라인을 개편했고, 그때부터 분위기가 포항 쪽으로 완전히 넘어왔다. 홍윤상은 저돌적인 드리블과 쇄도로 전북 수비를 당황시켰고, 심상민은 안정적인 공수밸런스로 포항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게 도왔다. 경기 후 시상식에서 지도자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해준다.
그럼에도 김기동 감독은 모든 게 선수들 덕분이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을 믿고 나를 믿기 때문에 우승할 거라 선수들에게 말했다"면서 "우승은 욕심났지만 선수들이 잘 따라와야만 가능한 일이었다"며 선수들이 자신을 잘 따라준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며 공을 돌렸다.
빈말이 아니었다. 이후 경기장에서 우승을 즐기고 있는 김기동 감독과 다시 취재진이 마주했을 때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김기동 감독은 "선수들이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고 따라와줬다"며 선수들이 자신을 믿고 따라줬기에 우승이 가능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대로 선수들은 김기동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이날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김종우는 "부상에서 돌아왔을 때 감독님과 동료들이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면서 "아직도 익숙하지만은 않지만 감독님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바꾸고자 한다"며 김기동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줬다.
주장으로서 우승을 함께한 김승대도 마찬가지였다. "감독님이 올 시즌 초부터 우승에 자신이 있다 했다. 그냥 감독님이 하자니까 선수들에게 해보자고 주장으로서 얘기했을 뿐"이라며 "감독님 말 들어서 나쁠 거 없다"고 마치 부모를 대하는 어린아이처럼 말했다.
선제골을 넣은 한찬희도 "하프타임에 세컨볼 싸움과 투쟁심을 강조하셨다"며 후반전 달라진 경기력이 김기동 감독 덕분이라고 말했다. 쐐기골을 터뜨린 홍윤상 역시 "교체로 들어갈 때 자신감을 가지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수비만 집중해서 팀에 맞춰 하라고 감독님이 말했다"며 김기동 감독의 격려 덕에 득점까지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김기동 감독은 선수들을 정신적으로도 고양시키지만, 실력적으로도 발전시키는 지도자로 유명하다. 고영준, 이호재 등 젊은 선수들은 물론 김승대, 백성동, 정재희 등도 김기동 감독 아래 한 단계 발전했다. 김기동 감독이 선수 시절 산전수전을 다 겪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모든 선수를 포항에 걸맞은 선수로 만든다. 수준을 논하는 게 아닌 팀으로서 시너지가 나게끔 만든다는 뜻이다. 김기동 감독은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감독인 동시에 팀으로서 조직적인 공격과 압박이 가능하도록 선수들을 기용한다. 괜히 김승대가 인터뷰에서 "포항은 어떤 선수가 와도 분명히 포항 색깔로 바뀌게 돼있다"고 말한 게 아니다.
김기동 감독의 관심은 선수에게만 향하지 않고 구단 전반에 걸쳐있다. 포항 관계자는 "감독님이 워낙 많은 분야에 관심이 있다. 유니폼 디자인에도 관여할 정도"라며 구단의 발전과 관련한 모든 일에 꼼꼼하게 신경쓴다고 밝혔다.
그 열정은 팬들을 위해서도 변함없이 발휘된다. 김기동 감독은 팬들을 위해 시간을 쏟는 걸 아까워하지 않는다. 팬들이 김기동 감독에게 무한한 지지를 보내는 것도 단순히 그가 전술적 역량을 갖추고 성적을 잘 내기 때문만은 아니다.
포항 관계자에 따르면 김기동 감독은 팬들을 위한 사업과 관련해 아이디어도 먼저 제안하는 편이고,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에게 버스가 늦게 출발해도 좋으니 팬들을 최대한 만나고 오라며 선수들이 충분한 팬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세심함은 기존에도 구단과 끈끈함을 자랑하던 포항 팬들을 더욱 결집시키는 요소가 됐다. 이날 포항 팬들은 팀이 지고 있을 때도 목청껏 응원가를 부르며 선수들을 독려했고, 김종우의 역전골로 승리가 가까워지자 스틸야드가 무너질 듯 경기장을 함성과 응원으로 가득 채웠다.
선수들과 구단 운영진, 팬들이 하나된 포항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하나로 뭉쳤다. 스틸야드는 거대한 용광로가 돼 포항에 선사할 10년 만의 우승컵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걸 가능하게 한 중심에는 김기동 감독이 있다. 구단 전반을 두루 살피며 모두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게 만드는 김기동 감독과 함께라면 포항은 언제든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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