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퇴치 비용의 9배+α"…영세 숙박업자 빈대 방제 골머리

최태원 2023. 11. 5. 08: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리나라에서 40년 전 사실상 박멸된 것으로 알려진 빈대가 최근 전국 각지에서 출몰하면서 숙박업소 자영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의석 원스톱방역 대표는 "바퀴의 경우 단발성의 화학적 방제를 통해서도 퇴치가 가능하지만 빈대는 그렇지 않다"며 "화학적 방제뿐 아니라 직접 빈대 의심 장소를 확인하고 청소기로 빨아들이는 등 물리적 방제를 함께 수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빈대 퇴치에 방 20개 기준 450만원
규모 작은 고시원·모텔 등 "부담 커"

우리나라에서 40년 전 사실상 박멸된 것으로 알려진 빈대가 최근 전국 각지에서 출몰하면서 숙박업소 자영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방제에 들어가는 비용이 일반 바퀴벌레의 9배 수준이라 상대적으로 규모가 영세한 고시원, 모텔 등으로선 부담이 되는 탓이다.

서울의 한 고시원 탁자 겉면을 들어내자 빈대가 모습을 드러냈다.[이미지출처=원스톱방역]

3일 아시아경제가 방제전문업체 4곳에 문의한 결과, 26㎡(약 8평) 크기의 방 20개 규모의 숙박업소의 경우 바퀴 퇴치 비용은 통상 약 35만~50만원이다. 반면 빈대 퇴치의 경우 비용은 통상 1회당 65만~100만원에 달한다. 특히 한번에 끝나는 것도 아니어서 2~4회를 진행해야하고, 별도의 빈대 사체 제거 작업에도 50만원가량이 들어간다. 한번 빈대가 발생하면 방제 비용만 450만원이 들어가는데, 추가 방제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빈대 퇴치 비용이 비싼 이유는 방제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바퀴 퇴치의 경우 바퀴약을 설치한 후 배수구나 하수관 등 외부 바퀴 유입 경로에 살충 소독 과정을 거치면 마무리된다. 하지만 빈대의 경우 방을 훈증하고 방 전체에 살충 작업을 수회 진행하고, 빈대 사체들을 제거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 과정에서 가구를 모두 들어내고 커텐 사이사이까지 확인해야 할 정도로 손이 많이 간다. 더구나 업소로서는 방제가 이뤄지는 5일 정도 해당 방의 영업이 불가능하다. 정의석 원스톱방역 대표는 "바퀴의 경우 단발성의 화학적 방제를 통해서도 퇴치가 가능하지만 빈대는 그렇지 않다"며 "화학적 방제뿐 아니라 직접 빈대 의심 장소를 확인하고 청소기로 빨아들이는 등 물리적 방제를 함께 수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숙박업자들은 답답함을 토로한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김모씨(34·남)는 "방에서 빈대가 나오면 심할 경우 가구를 전부 교체하고 손님 옷가지 등에 대해 배상도 해야 한다"며 "빈대 이슈가 터지고 500만원을 들여 방제했는데, 주변에 1000만~2000만원을 썼다는 원장들도 흔하다"고 전했다. 이어 "방제를 열심히 하더라도 외국인 손님의 옷가지에 붙어 오는 빈대를 잡을 수는 없다. 한 방에 빈대가 생기면 금방 주변에도 퍼지니 수익의 큰 축이더라도 외국인 대상 영업을 그만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앞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송모씨(73·남)도 "부자들이 운영하는 숙박업소가 얼마나 되겠나. 파리채로 때려잡을 수도 없고 답답하다"며 "지금도 해충 관리에 매달 10만원가량 들이는데, 빈대는 방제 비용도 비싸고 영업까지 쉬게 되면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빈대 방제 비용 지원에 나섰다. 서울시는 고시원 등 위생취약 시설의 빈대 예방·방제를 위해 예산 5억원을 긴급 교부하기로 했다. 빈대 퇴치를 위해 민간 차원에서 빈대 발생 현황을 수시로 살피고 초동 대처를 하도록 유도한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빈대는 질병매개 해충은 아니지만, 흡혈로 인한 불편과 알레르기, 심리·경제적 피해를 주는 해충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