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비겁한 국회 벗어나야…절박함 가진 삶의 정치 필요" [4류 정치 청산 - 연속 인터뷰]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출신
"21대 국회는 비겁한 국회…정치력 아닌
사법부 판단에 국정 맡기는 시도 줄 이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그 스물네 번째 순서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고, 지금은 서울 중·성동갑 지역 출마를 정조준하고 있는 권오현 국민의힘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났다.
권 부위원장은 21대 국회를 '비겁한 국회'라고 평가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화·타협으로 대표되는 '정치력'이 아니라 '사법부의 판단'에 국정을 맡기는 시도가 줄을 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국회는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사법부에게 일을 떠넘기려는 모습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더불어민주당의 연속된 탄핵소추"라며 "과반을 넘긴 의석을 갖고도 정치력이 아니라 모든 걸 사법부에 전가시킨 것이다. 법원 결정에 따라 '잘했다 못했다'를 얘기하는 건 국민의 대표자로써 무책임한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당도 정부의 정책을 이끌려면 야당을 설득하든지 협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야당과 대화의 물꼬를 트려고 하는 부분이 부족하지 않았나"라며 "국민들이 보기엔 국회가 대화를 전혀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좀 아쉽다.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여소야대 당시처럼 대화를 하려는 노력이라도 했다면 지금보단 정치에 대한 평가가 훨씬 좋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국민들의 절박함이 국회선 보이지
않아…더 절박한 정치인들 많이 들어와야"
그러면서 권 부위원장은 오는 22대 국회에선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새로운 판이 짜여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21대 국회가 '4류'라고 평가 받는 가장 큰 이유인 '절박함이 없는 국회'를 탈피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권 부위원장은 "기업의 경우에는 문제가 틀어지면 기업 구성원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면 그때부터 절박하게 논의를 하며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국회에는 그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지만, 실제 국민 피부에 와 닿는 건 없다. 기업이나 국민들이 갖고 있는 절박함이 국회에 계신 분들한테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원들이 배지를 달고 나서 행동하는 모습들이 후보자였을 때,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하고 다녔던 절박함이 유지됐을까 하는데서 간극이 생긴다"며 "그 동안 '의원님, 의원님' 하는 소리를 듣다 보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배고프고 힘들었던 시절의 그 느낌을 살짝 잃어버린 것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부위원장은 진짜 절박함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이 22대 국회에 들어가 진정성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국회의원들 중에서도 금수저도 있고 흙수저도 있고 생계형도 있지만 그런 출신과 무관하게 결국 국민들은 의원들이 열심히 하는지 여부만을, 즉 의원들의 활동만을 보고 판단한다"며 "22대 국회에선 자신의 삶이 정치에 달려있어서 더 절박하게 움직이는 정치인들이 절박한 '삶의 정치'를 하게 된다면 국민 인식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피력했다.
'당 법률 자문위원, 대통령실 행정관' 경력
가져…"이 악물고 공부했고 일밖에 몰라"
"전 정권서 틀어진 것 잡으려 했지만 한계
느껴…미래 위한 기반 잡기 위해 정치결심"
이처럼 '절박함'을 주장하는 건 권 부위원장의 일생과도 관련이 있다. 권 부위원장은 1981년 대구광역시에서 태어나 경원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양대 법학과로 진학했다.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권 부위원장은 삼표시멘트의 사내변호사를 맡으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2016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개업 사무소를 내는 등 변호사로 승승장구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권 부위원장이 순탄한 인생을 살아온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권 부위원장은 "아버지께선 월남전에서 싸우고 돌아오신 유공자인데 국내에 돌아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택시 운전만 40년을 하셨다. 그 돈으로 나를 교육하고 키우셨던 것"이라며 "나도 집안이 넉넉하지 않다는 걸 알고 할 수 있는 건 노력해서 공부하는 것뿐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정말로 이를 악물고 공부를 했고 운 좋게 사법시험에 돼서 변호사가 됐을 땐 일 밖에 몰랐다"고 회상했다.
권 부위원장의 인생 굴곡은 정계에 입문하면서 더 깊어졌다. 권 부위원장은 2016년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을 때 당 법률자문위원의 외부 공모에 지원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나라가 어려워졌다고 생각해 정치에 들어왔는데 당시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실제로 처음 법률위에 들어간 이후 5~6년이 지났을 때 남은 사람은 나를 포함해 3~4명 정도밖에 안 됐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당시 당이 워낙 어렵던 상황에서 권 부위원장은 법률위원들과 당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후 5년 동안 계속 법률위에서 활동하면서 당을 되살리는데 일조한 권 부위원장은 평소 변호사로 활동할 때보다 적은 금액만을 받았지만 '사람'을 얻었고 결국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뒤 대통령실까지 추천 받아 가게 된 것이다.
권 부위원장은 "온갖 고생을 하면서 어렵게 되찾아온 정권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틀어졌던 것들을 바로 세우기 위해 열심히 했는데 뚜렷한 한계가 느껴졌다"며 "어떻게든 윤 정부를 성공시키고 후속 작업들을 완성해야만 미래세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1대 국회를 보면서 진짜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새로운 미래 세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박해졌다. 그런 절박함이 지금 나를 여기까지 이끈 것"이라고 설명했다.
"尹, 민생 찾기 위한 노력 할 것으로 기대"
내년 총선서 서울 중·성동갑 출마 정조준
"난개발 된 성동구에 특색있는 개발 할 것"
"동북벨트 중심으로 총선 승리 전략 짜야"
당과 대통령실 모두에서 활동했던 이력을 가진 권 부위원장은 정치가 바뀌기 위해선 국회 뿐 아니라 정부도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정권이 바뀐 지 1년 반 지난 시점에서 솔직히 정부가 '민생 행보'에 나서는 모습보단 '관치 행정'으로 보이는 행사에만 다니는 게 좀 아쉽다"며 "해외에 나가 대한민국의 안보·외교를 강화하고 비즈니스에 노력을 쏟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향은 맞다고 보지만 국민들과 함께하는 동질감 있는 모습이 잘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유엔에 가서 대한민국의 대표로 말씀하는 모습만 보이다 보니까 국민들께서 괴리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대통령께서 직접 '국민은 무조건 옳다'는 말씀을 하시고 민생 행보를 강화하는 모습으로 바꾸겠다고 말했으니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민생을 찾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권 부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서울 중·성동갑 지역 출마를 노리고 있다. 그는 "성동구는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는 제2의 고향이다. 20년 넘게 살면서 동네 변천사를 계속 봐왔는데 특색 있는 개발이 없다는 점이 걱정됐다"며 "용답동·송정동·마장동은 개발이 안 되거나 난개발이 돼 있다. 기존에 거주하던 분들과 갈등을 조정하면서 충분히 특색 있는 개발을 할 수 있었을텐데 그런 게 전혀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나는 지금 초등학교 1학년생의 학부모다. 내 자식 세대들, 즉 미래세대의 자원을 지금 우리가 당겨쓰면 후손들의 부담이 커지는데 이걸 어떻게 나눌 것인지 현 세대와 선배들에게 비난을 받더라도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 동북벨트가 중요하다. 도봉구·중랑구·성동구·광진구·강동구 등으로 이어지는 동북지역에 청년 정치인들이 미래세대를 위한 정치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에겐 절박함도 있다. 이런 동북 벨트를 전략화해서 서울 강북 개발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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