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횡포 부린 中, 인도 시장에서 고대로 당한다 [김규환의 핸디 차이나]

김규환 2023. 11. 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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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 당국 中 태양광·휴대폰 업체 탈세 혐의 조사
틱톡 등 中 스마트폰 앱·통신장비 등 구매 금지
中 기업에 스마트폰 제조·조립 등 현지화 요구
중국산 제품 홍수에 자국 시장 지키기 위한 전략
지난 2020년 6월16일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의 보팔에서 시위대가 중국 인민해방군과의 국경 유혈충돌로 인도군들이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 EPA/연합뉴스

인도가 물밀 듯이 밀려드는 ‘메이드 인 차이나’ 홍수 속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휴대폰 업체에 추징금을 물리고 현지화를 압박하며 태양광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갖은 방법울 동원해 중국산 제품을 몰아내기 위해 ‘올인’하는 모양새다.

인도 세무당국은 중국의 태양광 업체 40여 곳을 대상으로 탈세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第一財經) 등이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중국의 한 태양광 업체는 "조사가 한 달 동안 계속됐다"며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도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막대한 규모의 벌금이나 과징금을 물 수도 있다고 해당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제일재경은 전했다.

태양광 설비 시장의 세계 3위를 차지하는 인도는 중국과 미국을 제외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10기가와트(GW) 규모의 광대한 태양광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관련기술 수준이 낮아 설비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데 중국 업체들이 이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인도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수입한 30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태양광 패널 가운데 92%는 중국산 제품이다. 지난 9월 중국 태양광 전지 모듈의 대(對)인도 수출 규모는 23억 2500만 위안(약 43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756%나 폭등했다

이 때문에 인도 정부는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자국 내 태양광 산업의 부진으로 가격인하 압력을 받자 저가 판매를 하는 데다 인도 시장을 잠식해오는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해 이런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태양광 산업 가치사슬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전지)→모듈로 이어진다. 가치사슬의 매 단계마다 중국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의 88.2%, 웨이퍼의 97.2%, 셀의 85.9% 및 모듈의 78.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지난 7월28일 열린 인도 연례 반도체콘퍼런스에서 나렌드라 모디(오른쪽) 인도 총리가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을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 ⓒ 로이터/연합뉴스

여기에다 국경을 둘러싼 중·인 두나라 간 해묵은 갈등도 중국산 제품 축출에 한몫하고 있다. 인도군과 중국 인민해방군은 2020년 6월 히말라야 국경 갈완 계곡에서 유혈충돌했다. 이때 인도군 20명, 중국군 4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인도 타왕 지역 국경에서 두나라는 또다시 맞부딪혔다. 중국군 300~400명이 실질통제선(LAC)을 넘자 인도군이 막아서면서 유혈충돌이 빚어졌다.

인도 정부는 앞서 지난해 중국 휴대폰 업체들에 대대적인 규제에 나섰다. 인도 세무당국이 샤오미(小米)의 인도법인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해 65억 3000만 루피(약 1058억원)를 추징했고, 불법 해외송금 혐의로 555억 루피를 압수했다. 휴대폰 업체 비보(vivo)와 오포(oppo)에 대해서도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각각 46억 루피와 439억 루피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세계적인 인구대국인 인도는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한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성장 잠재력이 크고 중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여전히 큰 만큼 중국 기업들로서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도는 이와 함께 텅쉰(騰訊·Tencent)의 웨이신(微信·Wechat), 쯔제웨둥(字節躍動·Bytedance)의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 등 중국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300개를 금지했으며, 화웨이(華爲)와 중싱(中興)통신(ZTE)의 중국의 통신장비를 구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국 기업에 대한 현지화 압박에도 나섰다. 인도 전자정보기술부는 ▲자국 내 중국 휴대폰 업체들에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의 인도인 임명 ▲인도자본 투자허용 ▲인도 현지내 스마트폰 제조·조립 등을 요구했다. 이런 요구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인도 현지 기업화하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중국 기업들의 현지화를 통해 인도 내 휴대폰 생산을 점진적으로 늘리겠다는 게 인도 당국의 의도라는 얘기다.

인도 뭄바이의 중국 샤오미 스마트폰 매장. ⓒ 로이터/연합뉴스

라지브 찬드라세카르 인도 전자정보기술부 장관은 “인도가 스마트폰 생산 증가와 중국 기반 공급망에 대한 글로벌 디리스크(derisk·위험 제거) 정책에 힘입어 2026년까지 전자산업 규모를 3000억 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도 정부가 중국과 연관돼 있는 200여개의 모바일 도박·대출 앱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전자정보기술부는 지난 2월 내무부로터 138개의 모바일 도박과 94개의 신용서비스 앱의 사용을 금지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인디아TV는 “이번에 사용이 금지된 앱들은 대출 이자를 최대 3000%까지 올려 재정적으로 어려운 이들을 부채의 덫에 빠뜨리는 데 사용됐다”며 “빚 부담에 자살한 앱 사용자가 늘어났고, 앱 운영자들도 사용자를 정신적으로 괴롭히면서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 앱이 사행성을 조장하고 고금리의 이자를 부과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는 이유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인도가 중국으로의 ‘데이터 유출’ 우려가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들 앱이 인도에서 출시된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중국과 제3의 링크를 통해 연결된 탓이다. 인도 전자정보기술부의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이번에 차단된 앱들은 중국으로 데이터를 전송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인디아TV는 “중국 앱은 서버의 보안을 오용해 스파이 도구로 사용하거나 중요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다”며 “개인 데이터에 접근하고 대규모로 감시할 수 있는 만큼 위협으로 간주된다”고 강조했다.

ⓒ자료: 중국해관(海關·관세청), 화징(華經)산업연구원

인도가 자국 내 중국 SNS, 게임에 이어 금융과 기술(IT)의 결합된 핀테크까지 통제하면서 ‘14억 인도시장’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중국 산업계에선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인구가 14억 3000만명에 달하는 인도의 경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시장 중 하나이다. 인도의 디지털 대출시장은 2022년 2700억 달러에서 2030년까지 1조 달러 이상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황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 당국은 외국 기업들의 중국 생산공장을 자국으로 이전을 유도하는 '중국 대체지' 행보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긴장 고조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면서 중국 내 스마트폰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을 계기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위스트론(Wistron)을 시작으로 대만 훙하이(鴻海)정밀공업(Foxconn)과 페가트론(Pegatron) 등 애플의 대만 위탁생산업체들이 인도에 잇따라 진출한 데 이어 지난해 폭스콘 중국 후난(湖南)성 정저우(鄭州) 공장의 대규모 노동자 탈출 사건 이후 스마트폰 생산지로서 인도가 부상했다.

애플은 아이폰 14를 지난해 9월부터 인도에서 생산하기 시작했고, 아이패드도 중국에서 인도로 생산지를 이전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애플은 2025년이 되면 인도에서의 아이폰 생산 비중을 전체의 25%로 늘릴 계획이다.

인도가 애플 등의 인도 투자를 적극 유치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인도 현지화 압박 전략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지화 압박 전략은 중국 기업 입장에선 사실상 시장퇴출 요구로 받아들여진다. 샤오미가 지난 5월말 휴대폰 제조와 수출을 위해 인도 가전·전자기기 위탁생산 업체인 딕슨 테크놀로지와 전격 제휴를 맺은 것도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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